▲ 사진 제공=kbs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3월 정준영의 파렴치한 범죄에 이어 차태현과 김준호의 내기 골프 여파로 중단된 KBS2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올 하반기 네 번째 시즌으로 속개된다. KBS는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공식화했다.

KBS는 “초심으로 돌아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예능의 부활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에 논란이 된 당사자들 이전의 멤버들이 활약한 ‘1박2일’은 그런 한국방송공사의 각오와 맥락을 따랐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에 정준영이 물의를 빚었을 때 제작진이 멤버에서 제외했다가 슬며시 다시 영입해 결국 이번 사달에 이른 팩트를 놓고 보면 그 각오 뒤에 돈 냄새가 풍기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전성기의 ‘1박2일’은 연간 수백 억 원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올해 예상되는 공사의 사업 손실액이 1019억 원이라고도 한다. 공사 입장에선 버릴 수 없는 카드이긴 하다.

예능이라는 단어가 표면화되기 이전의 20세기 후반엔 MBC의 오락 프로그램이 대체로 강세였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예능이 활성화, 주관화되면서 각 채널은 드라마와 함께 수익의 양대 산맥으로써 예능을 전면 배치하고 총력전을 펼치게 됐다. 공사에서 그 선두주자가 ‘1박2일’이니 경영진 입장에서 집착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익숙하다는 건 습관처럼 선택한다는 장점과 식상하다는 단점의 양날의 칼이다. 그게 뫼비우스의 띠가 되지 않기 위해선 일단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기존의 획일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포맷과 플롯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새롭되 색다른 재미를 줄 멤버의 발굴도 필수다.

▲ 사진 제공=kbs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홍보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꾀하고, 지역 주민들의 실생활에 카메라를 댐으로써 그들의 애환도 달래준다는 데 있다. 재미는 그런 열악한-스타로서는-환경 속에 멤버들을 방류해 ‘생존’의 게임을 펼치게 함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그들도 사람이라는 인식 속에서 오락을 즐기는 데 있다.

제작진은 이미 정준영과 김준호를 통해 쓰라린 경험을 했다. 그들의 각오대로 ‘초심’과 ‘가족 예능’에 부합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치를 새로 기초하기 위해선 과욕을 버려야 한다. ‘1박2일’이란 브랜드 가치는 최소한의 수입은 보장할 것이다. 거기서 더 벌겠다고, 혹은 그 수익을 지키겠다고 시청자의 쓴소리를 외면하면 이번 6개월의 공백으로 인한 손해보다 더 큰 낭패의 대차대조표를 쥐게 될 것이다.

플라톤이 주장했듯 삼라만상엔 많은 이원론이 현존한다. 우리나라엔 온고지신이란 사자성어가 유사하다. ‘1박2일’이란 초심을 재무장하되 시류의 변화에 따른 신 메뉴 개발이라는 이론인데, 말이 쉽지 현실화시키는 건 만만치 않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국내 공룡 연예기획사 중 JYP가 비교적 덜 문란하다.

박진영 프로듀서와 정욱 대표는 항상 돈보다 인성을 강조한다. 지난 세월 SM이나 YG에 비해 매출과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파도 없이 잔잔한 호수의 수면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조는 결국 현재로선 승리로 보상받았다.

즉, 제작진은 시청자가 공사 측에 실망하지 않을 멤버를 구성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할 것이며, 혹시라도 중간에 구설수가 발생한다면 계산기보다 시청자의 분노를 먼저 살피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 되는 잣대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 기획의 신선함이 다소 떨어질지라도 ‘기본’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엔 동전의 양면이 공존하는 케이스가 많으므로 공사 측의 각오대로 ‘초심’ 즉 기초에 충실한 자세를 굳건히 지킨다면 돈과 여론의 기본은 얻는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