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나쁜 녀석들: 더 무비’(손용호 감독)는 안방극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OCN 드라마의 영화 버전으로 오구탁(김상경), 박웅철(마동석), 그리고 한정훈 작가는 그대로다. 특수범죄수사과가 해체된 후 옷을 벗은 구탁은 간암과 투병 중이다. 웅철은 미싱 일을 배우며 평화로운 수감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곳엔 사기꾼 곽노순(김아중) 등 강력범들이 수감 중인데 강압적인 수사로 용의자를 죽인 뒤 5년형을 선고받은 열혈 형사 출신 고유성(장기용)이 새로 입소하자마자 말썽을 피우고 웅철이 이를 제압한다. 노순과 유성 등 수감자를 태운 호송버스가 이동 중 전복돼 모두 탈출하고 유성만 귀환한다.

차기 청장을 노리는 엄 차장이 동기지만 부하인 동철을 불러 그들을 잡을 것을 재촉한 뒤 따로 구탁을 불러 경찰에 복귀해 특수범죄수사과를 다시 차려서 그들을 잡으라고 주문한다. 구탁은 웅철과 유성을 팀에 끌어들이고, 웅철은 최근 살해된 ‘절친’ 동방파 보스 남명석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한다.

탈주자 중엔 동방파를 흡수한 중구파 보스 노상식, 강력범 김창민, 연쇄살인마 박성태, 그리고 노순이 있다. 웅철은 후배를 통해 노순을 잡고 팀은 CCTV를 통해 상식과 창민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본다. 노순은 신출귀몰한 창민을 잡으려면 자신처럼 두뇌회전이 빠른 멤버가 필요하다며 팀에 합류한다.

▲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 이미지

과연 노순의 기지로 창민을 검거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동철의 팀이 그를 빼돌린다. 하지만 유성 등은 막무가내로 난입, 동철 팀을 제압한 뒤 창민을 신문한다. 그런데 창민은 우연의 일치로 한 장면에 잡혔을 뿐 자신은 상식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구탁 팀은 그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는데.

제목대로 원작 드라마의 극장용 확장판이다. 액션은 더욱 커지고 화려해졌지만 15살 이상 관람 가인 만큼 심하게 잔인하진 않다. 구탁과 웅철의 캐릭터는 여전한데 웅철이 의외의 유머를 구사한다는 게 차별화됐다. 노순이 “인문학적, 감성적으로 생각해”라고 유식한 척하자 “쉬운 말로 해”라는 식.

“아 왜 옛날에 이런 말이 있잖아요. 좋은 동생은 안 때린다. 또 부탁은 들어주는 것이라는”이라며 엉뚱한 명제를 던지기도 한다. 노순은 지적인 척하며 천박한 자신의 출신과 무식함을 감추려 한다. 평소 자신의 이름이 제시카라 우기지만 유성이 “길에서 태어나 노순”이라고 말하자 인상을 구긴다.

예상대로 재미와 액션의 선두는 웅철이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처럼 엄청난 완력을 자랑하며 한주먹에 적들을 제압한다. 구탁이 경찰의 전설이라면 웅철은 조폭의 전설이다. 그런 그가 꽃 자수가 새긴 분홍 장갑을 끼고 섬세하게 미싱을 돌린다. 최근 면회 온 명석이 엄마의 유물이라며 준 선물이다.

▲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 이미지

웅철은 명석에게 “넌 착해서 이 일에 안 맞아”라며 새 출발을 권한다. 교도소장은 웅철에게 “용병으로서 죄를 뒤집어썼을 뿐 조폭은 아냐”라고, 구탁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새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역성을 든다. 기독교도가 된 태수(조동혁)는 피 보기 싫다며 팀 합류 제안을 거절한다.

극장판인 만큼 사이즈를 키웠다. 고속도로에서의 호송차 탈취사건 시퀀스는 손에 절로 땀이 날 정도로 엄청난 카 액션이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액션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부산에서 시작된 중구파는 최근 갑자기 서울 전역을 접수하고 은행을 인수하며 사업의 사이즈를 엄청나게 키웠다.

그 배경을 파헤치는 구탁 팀의 활약이 눈부시게 화려하다. 다소 과장된 일부 설정은 한국형 슈퍼히어로 무비로서 시리즈로 계속될 것이란 암시다. 드라마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법전식 정신이 전편에 흐르는데 권선징악과 더불어 공무원의 의무와 예의를 설파하는 웅변이 준엄하다.

“이 나라에서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나”라는 말이 범죄자와 고위 공무원의 입에서 동시에 쏟아질 만큼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부패가 만연돼있다는 설정은 참으로 부끄럽지만 가슴 깊이 와닿는다. 정치인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이 개입하지 않는 한 범죄는 만연될 수도, 기업화할 수도 없다는 메시지다.

▲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 이미지

구탁은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모든 서민들이 세금을 내는데 공무원의 급여는 바로 거기서 지급된다. 그러니 공무원은 그런 국민에 대해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외친다. 그건 국가가 준 권력을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 사용할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써야한다는 당연한 의무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명석하다기보다는 간단하고, 판명하다기보다는 명료하다. 법과 정의에 대한 논증이자 ‘죄와 벌’의 한국 버전이다. 구탁은 범죄자를 잡기 위해 그들만큼 앞뒤 안 가리는 범죄자로 팀을 구성한다. 그 이유는 법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면 안 되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는 그 어려운 논제를 신앙으로 풀었지만 한국의 현실은 소설과 다르다. ‘법이 정한 규율을 어기더라도 강력범을 잡는 게 옳은가, 철칙을 엄수하는 게 우선인가’라는 딜레마가 주인공들의 정체성 테두리에서 내내 정의와 법 사이를 방황한다. 슈퍼히어로로서 산다는 건 보기보다 힘들다.

쿠키영상이 있으니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함! 과연 네 주인공들은 어떤 결말을 맞을 것인가? 유성의 독종 같은 반발에도, 노순의 놀라운 생존 수단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 경찰이 바로 서지 못하니 범죄자가 창궐한다는 메시지. 절정의 누아르 ‘씬 시티’(2005)를 빌린 시퀀스도 돋보인다. 11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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