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분쟁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두 가지 [김영근 칼럼]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김영근 교수l승인2019.09.05l수정2019.09.0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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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김영근 교수의 '안전혁명']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 한일 외교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 고려해야

한일 양국 정부는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서 한일무역 마찰이 지속될 경우, 지정학적인 변수들과 얽혀 불확실성이 리스크를 키워 결과적으로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덮치는 상황도 상정(고려)한 ‘안전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내놓고 있는 정책대결만 보더라도 갈등구조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국 정부는 '의견수렴 29일 기간'이 종료(9월 3일)된 2주 뒤(9월 17일) '일본 백색국가 제외 시행'을 예고했다.

한국 정부가 ‘수출관리상 우대대상국(화이트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한다는 전제 하에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지난 8월 12일에 발표했다. 이후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3일 자정까지 온라인,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일본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일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규제심사 등을 거쳐 9월 10일 전후하여 관보에 게재하고, 빠르면 9월 중순부터 발효(시행)되는 프로세스가 예상된다.

■ 한일 무역분쟁, 백색국가 제외에서 놓쳐서는 안 될 두 가지

장기화 조짐의 한일 무역분쟁에서 '일본 백색국가 제외 시행' 이후 예상되는 놓쳐서는 안 될 두 가지 리스크를 점검하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WTO 분쟁해결절차에서 글로벌 역풍이나 일본의 역공에 대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 수출기업들이 제도 시행 이후 심사 규제가 강화됨으로써 초래될 행정부담 등 리스크 매니지먼트 및 관련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역공의 빌미 제공은 피해야 한다

첫째, 한국이 WTO 제소를 고려한다면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이 일본에게 빌미를 주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정부가 ‘WTO 제소 검토’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 국가’(안보상 신뢰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은 WTO 협정의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응하는 정책을 한국이 실시할 경우 기대하는 효과(승소전략)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 어느때보다도 신중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자칫 이번 한일 무역갈등이 ‘세계무역질서 붕괴의 신호탄’이 되었다고 평가받거나, 일본이 시작한 전쟁에 한국까지 나서 불은 지핀 것으로 판단하게 될 경우 그 타격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 한국 우위의 WTO 전략(프로세스) 및 국제제도 수용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지금까지 국제여론의 추이를 보더라도 우리 정부가 WTO 제소 절차에 들어갈 경우, 한국에 다소 유리한 지점에 설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제법 영역이면서도 정치적 해석의 여지도 매우 큰 WTO 분쟁해결절차를 놓고 보면 한국이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일본은 한국에 수출한 전략물자의 북한 유입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7.4조치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규정 제21조(안보상의 예외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WTO 회원국은 임의대로 수출규제를 단행할 수 없다.

국가안보 문제라도 GATT 제21조를 공정하게 행사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규제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면서 이 제품들의 ‘북한 반출설’만 흘렸을 뿐 명백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캐치올 규제’를 들어 재래식 무기개발에 사용 가능한 품목들에 대한 수출규제를 한국이 소홀히 했다는 입장도 추가로 내놨지만, 이 역시 근거가 빈약하다. 굳이 일본 정부로 하여금 한국의 '일본 백색국가 제외 시행'이야말로 "근거 없는 자의적 보복 조치"라고 반박하는 핑계거리를 만들어 줄 필요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 한국의 대일 수출기업 부담(리스크) 증가도 고려해야

둘째, 한국 수출기업들이 제도 시행 이후 심사규제가 강화되고 복잡해짐으로써 초래될 행정부담 등 리스크 매니지먼트 및 관련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일본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는 것은 한국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관련하여 수입하려는 국가(기업)로부터 필수적 국가안보 보호에 위반되지 않도록 사용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는 과정에서 부담은 없다. 그러나 수출규제라는 제도 특성상 수입희망 서류 접수 이후 수출 관련 행정절차에 관해서는 수출기업이 감수해야 되기 때문이다.

백색국가 제외 과정에서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절차상 추가되는 행정에 대한 사전 시물레이션 분석 등을 통해 혼선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인 전략물자수출입고시상 ‘가 지역’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가의 2’ 지역으로 분류된다면, 한국의 기업별 준비서류도 달라지게 된다. ‘가의 2’ 지역은 바세나르협정 등 4대 전략물자 국제수출통제 가입국가 29개국 가운데 국제수출통제체제 원칙에 맞지 않게 수출통제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분류하기 위해 신설되는 지역이다.

일본이 지난 8월 28일 시행(발효)한 ‘한국 백색국가 제외’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수출 허가를 공표한 바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두 차례(8월 7일, 8월 19일)에 걸쳐 허가하고, 8월 29일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일본이 이러한 수출 완화 정책을 실시한 배경으로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수출품의 특성이나 보관상 문제라는 지적도 있으나, 무엇보다도 일본의 해당 수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심사가준의 강화가 걸림돌이 된 자국 기업들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수출규제 이후 한국에 대한 수출 감소폭이 한국의 대(對) 일본 수출 감소폭보다 23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한국 기업보다 일본 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이유 중 하나로 간소화 수출절차가 백색국가 제외 조치 이후 다시 복잡해짐으로써 결국 수출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아울러 앞에서 지적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향후 WTO 제소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국제 사회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예방 차원에서 실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일본 또한 국제여론에 촉각을 세우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국제무역체제의 준수(수용)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안전한 한일관계 및 화해를 위한 채널을 더 넓혀야

현재 한일 양국은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반도체산업 뿐만 아니라 수출산업계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걱정해야 하며 '경제 살리기'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한일 FTA’ 교섭 재개나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TPP11)’ 체제에 한국의 가입(진입)을 돕는 등 한-일 경제협력 대화 채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경제 갈등(리스크)이 증폭(확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동시에 글로벌 자유무역체제의 혜택을 받아 온 한일 양국이 ‘자국(보호무역주의) 우선주의’라는 독자행동을 취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한일 화해 및 상생협력의 길을 같이 고민하고 제3의 길을 학수고대하는 바이다.

▲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김영근 교수

[김영근(金暎根) 교수]
현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 /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장
미디어파인 칼럼리스트

저서
「한일관계의 긴장과 화해」(공저)
「일본, 야스쿠니」(공저)
「한일관계사 1965-2015 경제」(공저)
동「일본대지진과 일본의 진로」(공저)
「일본의 재난·안전과 지방자치론」(공역)
「검증 3.11 동일본대지진」(공역) 외 다수

논문
‘한일간 위기관리의 정치경제학’
‘재해후의 일본경제정책 변용’ 외 다수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김영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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