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션 레넌 SNS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비틀스는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그룹으로 평가될 정도로 록계는 물론 전 세계 젊은이들의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4명의 멤버 중 故 존 레넌은 폴 매카트니와 함께 거의 전 레퍼터리를 만들었다. ‘Yesterday’는 팝 중 오케스트라가 가장 많이 다룰 만큼 명곡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레논과 둘째 부인 오노 요코와의 사이에서 낳은 둘째 아들 션이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를 옹호해 대한민국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그가 지난달 19일 연인인 미국인 모델 샬롯 캠프 뮬이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게재한 뒤 한국 누리꾼과 설전을 벌이며 사달이 벌어졌다.

한국의 한 누리꾼은 “당신의 패션을 존중하지만 욱일기는 나치와 같은 의미”라고 댓글을 달자 뮬은 “욱일기는 메이지 시대에 일본군이 처음 사용했고, 해군 군함기로도 채택됐다. 한국 식민지배 전부터 존재했기에 본질적으로 나치의 정치적 이념과는 다르다. 매우 한심한 논쟁”이라고 선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독일은 미국처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기에 하켄크로이츠가 법적으로 금지됐다”면서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며 논쟁에 가세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있다. 아시아 나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신세대들은 과거 세대의 행동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자. 나는 당신의 기분 상할 권리를 존중하지만, 거기에 대한 책임이 내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기에 대한 의견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러분이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믿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유튜버와 논쟁을 벌이며 “나치는 악마였지만 일본은 악마가 아니다. 난 앞으로도 욱일기 옷을 더 많이 입을 것이고 한국인들이 욱일기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 내 알 바도 아니다”라며 “내 연인은 단지 세련된 티셔츠를 입은 것뿐”이라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더불어 “당신들 모두 정신이 나갔다”라고 비하하고, “영어를 무료로 알려줄까?”라며 한국인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이를 접한 한국 누리꾼은 당연히 그의 주장에 조금도 동의할 수 없고 분노했기에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요코가 일본인이기에 션은 어린 시절 일본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레넌은 전설적인 뮤지션인 동시에 반전 평화운동가 및 사회적 실천가로서 노래와 운동으로 제국주의의 만행에 맞섰다. 요코와 한 번 헤어졌다 재결합한 배경엔 사랑도 있었겠지만 그런 신념의 일치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둔 션은 역사에 맹인이다.

비틀스의 핸디캡이라면 엄청난 세금 때문이라는 명분은 있었지만 어쨌든 그걸 피해 영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는 사실이다. 부자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인다는 논리는 현재 자본주의의 빈부의 불균형을 그나마 조정할 수 있는 정책으로 (서민들만) 인식한다. 그럼에도 레논은 위대한 운동가다.

그는 1964년 미국 진출 첫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모든 노래는 전쟁을 반대한다”라고 선언했다. 2년 후 인터뷰에서 “비틀스는 예수 그리스도보다 유명하다”라고 도발했지만 1969년 영국의 비아프라 합병과 미국의 베트남전쟁에 항의하는 뜻으로 1965년에 받은 훈장을 반납함으로써 제자리를 지켰다.

1971년 8월 영국을 떠나 뉴욕에 정착한 그는 ‘Imagine’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뒤 그걸 매개로 삼아 뉴욕에서 반전 평화운동에 앞장섰다. 당연히 미국 정부는 그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이듬해 이민국은 비자 갱신을 거부했고, 국외추방 공판이 열렸지만 결국 4년 뒤 영주권을 발급해줬다.

이렇듯 그는 자기주장이 강했고, 이념에 대한 신념이 굳건했다. 기독교 입장에선 불경스러운 존재지만 자신의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전운동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그의 이데올로기가 평화와 사랑이라는 건 확실하다. 예수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대중문화에 대한 공로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션은 당시의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모르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은 매우 참담하다. 그의 일제와 나치의 정치 이념이 다르다는 주장은 틀렸다. 일제도 나치도 모두 어긋난 선민의식으로 조선인을 노예 취급했고, 유대인을 학살하며 총칼로 침략전쟁을 일삼았다.

션의 ‘독일은 미국처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아 하켄크로이츠가 법적으로 금지됐다’는 주장은 존 레넌을 원망하게 만든다. 존은 훌륭한 사회운동가였지만 아버지로서는 빵점이었다. 1975년 션이 태어난 이후로 거리에 나설 시간 중 일부를 아들 교육에 할애했다면 그의 명예는 영원했을 것이다.

션은 11월혁명(1918년의 독일혁명) 이전이나 히틀러 시대에 사는 걸까? 또 그는 신세대들은 과거 세대의 행동에 대해 비난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가볍게 들으면 굉장히 털털하고 통이 큰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거야말로 역사에 대한 무지와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둔감함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다.

그는 영국과 일본의 피가 반반씩 섞였지만 실제로는 미국과 일본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이다. 신대륙을 개척한 프로테스탄트들 중 일부는 원주민들에게 친절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원주민을 학살하고 몰아내 그 땅을 점령했다. 그런 피로 역사를 세우고, 양차대전으로 헤게모니를 잡은 조상의 후예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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