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인디고뮤직.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 래퍼 노엘(19, 본명 장용준)이 면허취소 수준의 혈중알콜농도에서 운전하다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그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인데 1000만 원을 줄 테니 덮자’고 했다는 둥,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가 있었다는 둥 비상식적으로 구린 의혹이 일고 있다.

노엘은 2017년 Mnet ‘고등래퍼’에 출연하며 유명해졌지만 미성년자 성매매 시도 구설수에 휘말렸고, 결국 프로그램을 떠났다. 당시 바른정당 소속 장제원 의원은 사과하며 대변인과 부산시당 위원장직에서 사퇴했지만 의원 자리는 지켰다. 이번에도 잽싸게 고개를 숙였지만 거취 표명 거론은 없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엘은 지난해 스윙스의 인디고뮤직과 전속계약을 맺고 신곡 발표와 공연을 이어왔는데 여론은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5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최근 AMG GT라는 3억 원 좀 덜 되는 메르스데스 벤츠를 샀다”고 자랑하며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

지난주 부자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휩쓸었다. 19살 생일에 자신에게 3억 원을 썼다는 것도 열패감을 줬다. 장용준은 만 19살의 성인이다. 술을 마실 수도 있고, 아직 철이 없어 한 번쯤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사실이라면 소름 끼치는 의혹이다.

보도에 따르면 노엘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니 1000만 원에 합의하자고 했다는 의혹이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경찰이 아무 말이나 지어내서 기자에게 흥밋거리로 흘렸을 리 없을 테니 오보가 아니라면 피해자 진술 중에 그런 내용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팩트다.

돈이 많다니 1000만 원을 제시한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 사건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란 말이 왜 나왔을까? 그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건 일종의 협박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면 너한테 해코지할 수도 있어. 그러니 쉽게 마무리하자’는 겁박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는 이런 깡패식 으름장에 비하면 애교다. 앞뒤 정황상 이 ‘사기’는 ‘공갈’ 이전으로 봐야 한다. 동승자에게 바꿔치기를 제안했고, 여기엔 어떤 대가의 거래가 있었다는 걸 상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기극에 넘어가지 않자 위협성 합의를 유도한 것.

사건 자체야 확인이 됐으니 법이 정한 대로 처벌을 하면 되지만 수사 담당자는 두 가지 의혹이 숱한 언론에 보도된 만큼 정확한 수사와 피해자 진술을 통해 진위 여부를 가려야 마땅하다. 수사팀 상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일말의 편파가 배제된 공명정대한 결과를 지휘하는 게 책임이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노엘의 죄질은 음주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인성의 결여라는 점에서 관습적으로 장 의원도 도덕적 연대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법과 도덕을 외쳐온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하는 이유다.

벤츠와 ‘아버지 국회의원’에 비춰 노엘은 상대적 우월감이라는 격앙된 고무에 도취돼있다. 비뚤어진 귀족주의다. ‘오토바이나 타고 다니는’이란 개념이 기저에 깔리지 않는 한 1000만 원 합의를 그렇게 즉흥적으로 생각해내기 쉽지 않다. 평범한 19살이라면 1000만 원을 주느니 차라리 벌을 받는다.

운전자를 바꾸려 했다는 건 음주운전이 죄고 그로 인해 아버지의 정치생명에 큰 해가 될 것을 알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뤄 그가 법과 도덕, 그리고 여론에 대해 절대 무지하거나 무감각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리판단 능력이 그렇게 흐리지 않은 그가 음주운전을 한 건 우월감 때문일 것이다.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이 일었던 때 노엘의 나이는 17살이었다. 혈기왕성할 나이라는 건 이해는 된다. 그런데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다. 더 나아가 그 대상이 미성년자였다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은 그새 그걸 잊었다. 장 의원이 사과를 하고 당직에서 물러난 걸로 봐 사실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도의원 구명회(한석규)는 청렴한 도덕성으로 도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소속 정당은 차기 도지사 선거에 내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인사 교통사고를 낸 뒤 은폐한다. 자신의 정치 인생이 더 중요했던 명회는 아들을 자수시키지만 사실 그는 더 큰 진실을 추악하게 숨긴 악마였다.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 2018)이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여러모로 닮았는데 대중의 인기가 생명이란 점이 특히 그렇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대중은 정치인과 연예인이 만드는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고 말 행간에 숨은 의미, 발걸음 하나도 잘 봐야 낭패하지 않는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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