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갈치(학명 : Trichiurus lepturus)는 고등어목 갈치과의 바닷물고기다. 칼처럼 몸이 길어서 도어(刀魚) 또는 칼치라고 불리며 어린 새끼는 풀치라 부른다. 한국, 인도양,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등지에서 서식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곳에서 특히 서남해에서 많이 잡힌다. 갈치는 옛날부터 많이 잡히는 물고기로 우리가 즐겨 먹었다.

갈치는 약 2.8kg, 몸길이는 약 50cm~1.5m이다. 몸이 가늘고 매우 길며 납작한데 꼬리부분은 길고 끈 모양이다. 입은 크고 아래턱이 돌출되었고, 위턱 앞부분 송곳니는 끝이 갈고리 모양이다. 등지느러미는 1개로 133개의 연한 뼈로 구성됐고 머리 뒤끝에서 꼬리 부분 뒤끝까지 뻗어 있다. 가슴지느러미는 주둥이 길이와 비슷하고, 꼬리 및 배지느러미가 없으며 뒷지느러미는 작은 돌기 모양이다. 몸에는 비늘이 없고 은백색이나 죽으면 은회색으로 변한다.

갈치는 난해성 어류로, 대륙붕의 모래진흙 바닥의 표층~수심 350m까지 산다. 갈치는 보통은 머리를 세운 상태로 헤엄친다. 주로 밤에 활동하고 8~9월경에 산란한다. 육식성으로 플랑크톤 및 정어리, 전어, 오징어, 새우, 게 등을 먹는다. 갈치는 굶주리면 자기 꼬리나 같은 종 꼬리를 먹는다. 수심 100m 부근에서 저인망으로 잡지만, 주낙이나 낚시로도 잡는다. 낚시로 잡아야 상처가 없어서 가격도 더 받는다.

조림이나 구이로 먹는데 밥 반찬이나 안주로 매우 맛이 좋다. 고기 외에도 쓸모가 많은데, 몸을 덮은 은가루에 들어있는 표피의 구아닌은 진주에 광택을 내거나 모조 진주의 원료로 쓰이고 립스틱의 성분으로도 사용된다.

문헌상의 갈치 이름을 보면, ‘자산어보’에 군대어라 하고 속명을 갈치어(葛峙魚) 또는 갈치, 도어(刀魚)라 했다. 갈치 이름은 형태가 칼같이 생긴 데에서 유래된 것으로, 정문기는 신라시대에 ‘칼’을 ‘갈’이라고 불렀고, 옛 신라 지역에서는 지금도 갈치라 부르고, 그 밖의 지역에서는 칼치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칼처럼 생긴 생선 ‘갈치(cutlassfish, (largehead)hairtail, scabbard fish, beltfish)’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Cutlassfish’는 고대 프랑스어 ‘coutel(knife)’와 ‘-as(증강 접미사)’가 합성된 단어가 중세 프랑스어 ‘coutelas’가 됐고 영어로 유입되어서 ‘cutlass’로 정착을 했다. 

‘(Largehead) hairtail’은 ‘hair’와 ‘tail’이 합성된 말로, 게르만 조어 ‘hērą(hair)’가 고대 영어 ‘hǣr’로 유입됐고 중세 영어 ‘her/ heer/ hær’를 거쳐 ‘hair’로 최종 정착을 했다. ‘Tail’은 인도-유럽 공통기어 ‘doḱ-(hair of the tail)’이 게르만 조어 ‘taglaz/ taglą((hair, fiber; hair of a tail)’로 유입되었다. 이 단어가 고대 영어 ‘tæġl’이 되고 중세 영어 ‘tail/ tayl/ teil’을 거쳐서 ‘tail’로 최종 정착을 했다.   

‘Scabbard fish’는 게르만 조어 ‘skēriz(blade, scissors)’와 ‘bergaz(shelter, protection, refuge)’가 합성된 단어가 프랑크어 ‘skarberg(sheath, blade-protection)’가 됐다. 이 말이 앵글로-노르만어 ‘eschaubert/ escalberc’를 거쳐서 중세 영어 ‘scabard/ scauberde/ scauberk/ scauberke’가 됐고 최종 ‘scabbard’로 정착을 했다.

‘Beltfish’는 에트루리아 기원의 라틴어 ‘balteus(belt, sword-belt)’가 게르만 조어 ‘baltijaz(girdle, belt)’가 됐다. 이 말이 고대 영어 ‘belt(girdle, belt)’를 거쳐 중세 영어 ‘belt’가 되면서 최종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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