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몇 해 전 필자가 운동생리학 시간에 교수로부터 인간의 동맥경화는 언제부터 시작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성인이 되어서, 또는 완경 이후 등 다양한 답변이 쏟아졌지만,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연령과 관계없이 식이 및 운동 등 생활 습관이 잘못된 순간부터라는 답이 설득력 있어 보였지만 역시 교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교수의 입에서 나온 답은 다소 뜻밖이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라는 거다.

인간을 상품에 견주어 문제가 생기는 시점을 예상하자면 포장지를 벗긴 순간부터라는 논리다. 곱씹자면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만성질환을 어린아이 달래듯 관리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란 얘기다. 가족력, 일명 유전적 요인 외 만성 질환 원인의 70%는 평상시 건강에 유용한 습관을 통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한 환경적 요인이라는 확신을 필자는 가지고 있다. 팔자는 길들이기로 간다고 한다.

습관이 천성이 되어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건강을 위하여 우리가 꼭 버려야 할 습관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오늘은 눕거나 의자에 장시간 앉는 습관에 관해 얘기해 보자. 등을 대고 천장을 본 채 편히 누워 자는 사람이 있다손 치자. 이내 몸을 뒤척이더니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나무에 붙은 매미와 같은 자세를 취한다. 인체 구조상 배와 등을 동시에 바닥에 붙이고 휴식을 취할 순 없다. 등이든, 배든 누워 있는 상태라면 바닥과 신체의 접촉면은 앉거나 선 상태보다 훨씬 넓을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뭘까. 접촉면이 넓어지고 근육이 움직임이 없는 안정 상태에 놓이면 인체의 혈액은 흐름이 나빠진다. 눕거나 앉은 상태의 지속으로 근육, 인대, 힘줄 및 혈관 등 인체의 연부조직이 뼈에 압박되어 나타난 물리적 결과다. 종아리 등에 지렁이처럼 울퉁불퉁하게 관찰되는 정맥류 또한 판막 및 혈행의 문제로 혈액이 고여 정맥이 혹처럼 부푼 경우다. 혈류의 제한으로 발생하는 문제 이상으로 혈행이 나빠지는 이유 역시 다양하다.

과도한 눕기나 앉기가 유발하는 질환을 살핀다면 1시간 앉을 때 2시간씩 수명이 줄어든단 비유에 반기를 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암, 치매, 지방 축적, 불임, 척추후만증, 우울증, 골다공증, 결핵성 척추염에 부종, 당뇨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질병이 눕기와 앉음의 과다에 연유하니 부동이 곧 만병이다. 인간의 몸은 앉아 있기보다 서서 고단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체는 우리가 먹은 음식을 각각의 세포, 조직, 기관에서 연료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구조이며, 이 에너지 전달 체계가 있어 인체는 끊임없는 활동이 가능하다. 일정량 이상의 연료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동차와 달리 인간의 몸은 그 임계점이 어디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 호르몬은 근육과 조직, 기관 및 각종 장기에 포도당을 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남아도는 잉여 당을 지방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인슐린의 몫이다.

문제는 앉아 있는 시간이 늘면서 근육으로 공급된 당이 사용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데 있다. 결국 인슐린 공급 과잉으로 췌장이 망가지고 호르몬의 민감성이 떨어져 비만의 이환과 당뇨의 발병이 높아진다. 새벽에 이른 아침을 먹고 온종일 몸을 쓰는 육체노동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이들이 먹은 음식은 활동 조직으로 전달되어 대부분 에너지로 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근무 시간 대부분을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현대인이다. 우리는 하루 중 의자에 앉은 시간이 수면 시간을 능가한 최초의 인류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대가로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무거운 체중을 지닌 인류의 영예(?)를 갖게 되었다. 세포와 분자 작용이 움직인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다음 호에 좀 더 알아보자.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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