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직격 인터뷰] 문시온, 故 김현식을 노래하다

유진모l승인2019.10.07l수정2019.10.0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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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시온. 이하 호박덩쿨 제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달 20일 시작돼 오는 27일까지 한 달여 공연되는 뮤지컬 ‘사랑했어요’(성남아트센터)를 통해 가장 득을 본 주인공은 르씨엘 문시온일 듯하다. 송창의, 나윤권부터 FT아일랜드의 이재진까지 쟁쟁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는 첫 뮤지컬임에도 돋보이는 활약으로 샛별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90년 11월 1일 32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난 김현식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소재로 음악이란 공통분모 아래 남다른 우정을 나눈 선후배 준혁과 기철의 은주라는 한 여인을 향한 아픈 사랑을 다룬다. 이재진과 기철 역에 더블 캐스팅돼 준혁 역의 송창의, 나윤권과 한 무대에 서고 있다.

-‘사랑했어요’를 소개해 달라.

배우가 자기 작품을 재미있다고, 대단하다고 홍보하는 건 상투적이니 피하겠다. 단 영화에 못지않은 버라이어티 한 뮤지컬이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고 자부한다. 무대감독님의 센스가 음악과 워낙 잘 어우러진다. 전 관객이 관람 후 재미를 떠나 눈이 즐겁고 귀가 호강했다고 이구동성인 게 증거다.

시나리오는 김현식 선배님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저마다 아픈 사연을 지닌 세 남녀가 사랑과 우정의 감정, 그리고 시대적 아픔 사이에서 고통을 겪고 그걸 음악으로 승화하는데 그 결과물들이 전부 김현식 선배님의 아름다운 명곡들이다. 제 탄생 전에 가셨기에 잘 모르지만 정말 위대한 뮤지션이다.

▲ 문시온(왼쪽)과 송창의

-뮤지컬 출연 전에 고인을 알았었나?

저는 2013년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 먼저 데뷔했는데 그때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었지만 강민 대표님을 만나 음악 트레이닝을 하고 지난해 프로젝트 그룹 르씨엘로 거듭나면서 필수 과정으로 학습했다. 강 프로듀서는 제 오리지널 곡 ‘스윗튠’을 떠나 가요계의 수많은 고전들을 거듭 연습시켰다.

예를 들면 박경희 선배님의 1974년 히트곡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 같은 곡까지 불렀으니 김현식 선배님을 접하지 않았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러다 ‘사랑했어요’의 제작 소식을 듣고 운명처럼 느껴졌다. 뮤지컬에 삽입된 선배님의 노래 전부가 평소에 제가 연습했던 레퍼토리였으니 정말 인연이다.

-뮤지컬에서 많은 노래를 부른다. 특별히 애착 가는 곡은?

뮤지컬에 삽입됐고, 또 제가 불렀다고 해서가 아니라 어느 곡 하나 꼽을 수 없을 만큼 전부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한다. 물론 ‘골목길’과 ‘바람인 줄 알았는데’에 대한 객석의 반응이 특별하니 제게도 각별하긴 하지만 죄다 부를수록, 들을수록 명곡이란 생각이 든다. 전 언제쯤 선배님의 수준에 오를지.

-많은 스타들 중에서 특히 수혜를 입은 듯하다

하하하. 송창의 선배님은 뮤지컬계의 보증수표고, 나윤권 선배님은 기성 팬이 탄탄한 인기 가수며, 이재진 형이야 더 이상 말할 게 없으니 그 대열에 낀 저는 행운아가 확실하다. 관객들의 반응이 제 눈에도 보이는데 키(187cm) 덕분이다. 이렇게 키워주신 부모님의 공이다.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제 연기 솜씨나 존재감이야 송창의, 나윤권 선배님에 비교할 바가 못 되고, 단지 키가 크니까, 또 김현식 선배님의 노래가 주는 감동이 워낙 강하니까 튀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경험은 처음인데 정말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느꼈다. 콘서트의 감흥과 연극의 생동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할까?

▲ 문시온(왼쪽)과 송창의

-관객도 언론도 문시온을 다시 본다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드라마 주연 얘기가 오간다고 강 프로듀서에게 들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욕심을 내기보다는 차근차근 계단을 밟는다는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강 프로듀서께서 공연을 보고 예전에 선배님의 노래를 부를 때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하셨다.

뮤지컬에 합류하기 전 필수 코스라는 강 프로듀서의 주문에 의해 선배님의 노래를 연습할 땐 가슴에 깊게 와닿는 게 별로 없었지만 캐스팅 후 시나리오를 읽고 연습하면서 뭔가 달라졌다. 아직은 선배님의 깊은 음악세계를 이해할 순 없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가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건 맞다.

-내달 1일이면 김현식 29주기다.

알고 있다. 그날을 즈음해 선배님을 추모하는 액션을 취하기로 강 프로듀서와 논의하고 있다. 거리에서의 버스킹이 될 수도, 성남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이 될 수도, 방송일 수도 있다. 선배님만큼 잘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선배님이 대중에게 주려 했던 메시지를 느끼고 그걸 표현하려 노력 중이다.

선배님이 활동하던 당시의 존재감을 알고 놀랐다. 인기야 요즘 아이돌과는 다르겠지만 선배님을 추종하던 팬들의 애정과 충성도는 차원이 달랐다고 한다. 그는 시대의 아이콘이었고, 젊은이들의 고뇌와 애환의 대명사였다고도, 어쩌면 당시 젊음의 방황의 탈출구였다고도 한다. 경외심이 들 정도다.

제 짧은 경력과 나이로 한참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선배님의 자료를 뒤지며 연구하는 중이다. 유작인 ‘내 사랑 내 곁에’는 그냥 연습 삼아 가녹음한 것인데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대로 출반했다고 들었다. 전성기 때랑 비교할 순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울림만큼은 정말 전율적이다.

▲ 문시온(왼쪽)과 나윤권

뮤지컬에서 또 반응이 좋은 ‘비 오는 날 수채화’는 투병 중일 때 ‘절친’인 강인원, 권인하 선배님과 함께 불렀다고 들었다. 아, 정말 선배님은 아름답거나, 처절하거나, 아니면 깊은 고독에 빠진 노래들만 불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랑 사랑 사랑’은 공감되는 가사와 흥겨운 리듬이 매우 좋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가수는 영원한 명곡까지 남길 수 있으니 제 직업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하다. ‘사랑했어요’를 계기로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김현식이란 엄청난 뮤지션과 1980년대의 음악의 뛰어남을 알게 돼 정말 훌륭한 경험을 했다. 내면이 한 뼘 성장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어려운 발걸음으로 공연장을 찾아와 아낌없는 성원까지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또 오늘도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전 배우와 스태프에게 큰절을 올립니다. 무엇보다 편히 쉬고 계실 김현식 선배님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사랑했어요’로 선배님이 다시 부각되고 재조명되는 게 가수인 제겐 감격입니다.

관객들 대다수가 공연장 한 편의 선배님 유품 전시장을 필수적으로 둘러보고는 1980~90년대를 추억하고 그 중심에서 선배님을 거론하는 걸 보고 얼마나 대중문화와 일반적 정서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진 ‘김현식 열풍’의 재현에 작은 보탬이 된 게 뿌듯합니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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