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4대강 죽인 22조 2천 억 원’의 행방 묻다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19.10.24l수정2019.11.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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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삽으로 땅을 파거나 흙을 떠내는 일을 뜻하는 삽질은 실생활에서는 별 성과가 없이 삽으로 땅만 힘들게 팠다는, 즉 헛된 일을 하는 것을 속되게 표현한 단어다.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연출한 ‘삽질’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얽힌 내막을 12년간 추적한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6년 말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이명박은 경부운하, 경인운하, 호남운하(영산강 운하), 금강운하, 북한운하로 이뤄진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공약으로 내건다. 경부운하는 낙동강과 남한강 사이에 놓인 소백산맥을 뚫어 인천과 부산을 잇는 내륙운송 수로를 건설한다는 것.

당선 후 본격적으로 추진하다가 대규모 촛불 시위 등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포기를 선언했지만 이내 4대강사업이라고 명칭만 바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외 섬진강 및 지류에 보 16개, 댐 5개,1 저수지 96개를 만드는 총 사업비 22조 2000억 원 규모의 대대적인 사업을 저돌적으로 시작했다.

이 ‘4대강 살리기’의 목적은 수질 개선, 가뭄과 홍수 예방, 그리고 생태 복원. 이를 통해 그 주변을 생활, 여가, 관광, 문화, 녹색성장 등이 어우러지는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꾸민다는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병기 감독 등 ‘4대강 독립군’이 취재한 결과는 제목대로 ‘Rivercide(강 죽이기)’였다.

해마다 4대강 유역에서 녹조가 창궐하면서 녹조라떼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가 등장했으니 당연히 물고기의 떼죽음이 뒤따라 이제 낙동강엔 생명력 질긴 외래종 블루길밖에 못 산다. 대신 시궁창에서나 볼 법한 실지렁이, 붉은깔따구는 물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괴생물체 큰빗이끼벌레가 득실댄다.

서울에 살다 금강에 반해 17년 전 공주에 정착했다는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지난 12년 동안 금강에서 벌어진 4대강 사업의 민낯을 기사로 고발해 온 4대강 독립군 중 한 명. 그는 직접 녹조라떼 안으로 들어갈 뿐만 아니라 큰빗이끼벌레를 시식할 정도로 온몸으로 저인망식 취재를 해낸다.

결국 심한 두통과 피부 발진 등에 시달리게 된다. 그는 2012년 13일간 죽은 물고기를 60만 마리 정도 봤는데 환경부는 5만 4000마리라고 발표했다고 폭로하며 “정부의 발표는 단 한 번도 믿을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이젠 워낙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드러난 4대강 사업이기에 외려 진부한 영화다.

물론 아직도 이명박 정부의 ‘애드벌룬’에 미혹돼있는 사람들에겐 ‘건설전문 대기업 사장님 출신 나랏님의 위대한 업적에 대드는 좌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4대강 사업의 진실은 삼척동자 정도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간척사업은 갯벌 훼손의 환경 파괴라는 대재앙을 초래하지만 토지는 확보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멀쩡한 주변을 포크레인으로 파내고, 수심이 6m나 되게 강바닥을 파헤칠 뿐만 아니라 자연적 물길을 막는다. 한반도는 동서가 짧고 남북이 길며 3면이 바다다. 게다가 산도 많다. 굳이 내륙을 파헤쳐 가면서까지 물길을 만들 이유가 없다. 고속도로로 인천에서 부산은 6시간 거리다.

20시간이나 걸리는 운하를 만들 이유가 없는 근거다. 모든 걸 떠나 기초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주 간단한 자연법의 논리가 있다.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이다. 숱한 세월 동안 지구의 생태계는 자연이 만들었다. 아니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쉬운 표현으로 4대강 사업은 스스로 동맥경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말미에 이명박이 110억 원의 뇌물수수와 350억 원의 비자금조성 혐의로 피소돼 재판 중이지만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선 아무런 심판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2010년~2011년의 첫 감사는 ‘문제없고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2차 감사는 수질 악화를 지적했다. 3차 감사는 사업에 참여한 시공사들이 담합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특별한 이유 없이 담합사건을 지연 처리했다고 판단했다. 2017년 5월 시작된 4차 감사는 이명박이 사업의 실증적 자료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지시했으며 사업의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영화는 이명박 한 사람에 집중하지 않고 시선을 고르게 분포함으로써 자칫 표적 취재로 비칠 우려를 미연에 방지한다. 4대강 독립군과 민간 전문가는 물론 이명박의 ‘사업’에 부역한 사람들에게 특히 포커스를 분산한다. “몸으로 운하의 타당성을 증명하고 싶다”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국토의 품격을 높이는 사업”이라던 권도엽(당시 국토해양부 장관), “수자원도 확보하고 수질도 개선한다”던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그리고 열심히 4대강 사업 홍보에 팔을 걷어붙였던 김무성(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다. 과연 그들은 녹조라떼나 큰빗이끼벌레를 보기는 한 걸까?

이명박은 사업 추진 전 독일 중부의 마인-도나우 운하를 견학했다. 그런데 영화는 그곳 전문가들로부터 그 운하 사업의 결과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수질악화로 수난을 겪고 있다며 한국의 유사한 사업도 실패할 것이란 코멘트를 받아왔다. 4대강 사업 핵심 관계자는 대놓고 “사기”라고 증언했다.

영화는 수심 6.1m에 집착하는 이명박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에게 부역한 전문가와 언론이 있었기에 이 사기극이 가능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또 ‘과연 거액의 혈세는 누구 주머니에 들어갔냐’고 묻는다. 영화는 오락의 기능도 있지만 미디어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작품처럼. 11월 14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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