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설리, 그리고 ‘82년생 김지영’ [김주혁 칼럼]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l승인2019.10.28l수정2019.10.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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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최근 구속됐다. 표창장 위조 및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비롯한 자녀 입시부정 등의 혐의다. 문제는 대학 수시 입학 등을 위한 탈․편법이 정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교수를 비롯한 우리사회의 권력층들에 의해 적지 않게 악용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벌뿐 아니라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재량의 여지가 큰 수시 모집 비중을 줄여야 한다. 정시 모집 비중이 20%에 불과한 현행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리려는 정부 방침은 약하기는 해도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며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 하지만 교사나 교수가 학생에 대한 추천서를 부탁받을 경우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 쓰는 것이 당연시되는 선진국과 달리, 비난받아 마땅하고 해서는 안 될 행위로 인식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수시 비중 극대화의 문제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인식 개선과 처벌 강화를 거쳐 우리 문화가 선진국 수준으로 공정해지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렇다. 문제를 경험하고도 제도를 개선하지 못해 과오를 되풀이하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혐오성 댓글, 이른바 악플 때문이다. 그렇다면 악성 댓글의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국내 대형 포털 다음이 연예 기사의 댓글 서비스를 10월말까지 폐지하고, 인물 검색 때 뜨는 관련 검색어를 올해 안에 없애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메신저 카카오톡에서도 '실시간 이슈'코너를 삭제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혐오·차별적인 악성 댓글 등을 불법정보에 포함시켜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누구라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댓글 아이디의 풀네임과 IP를 공개해 온라인 댓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준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문제는 법이 발의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실제로 개정 공포되도록 하는 것이다. 미투 이후에도 법 개정안이 발의만 되고 먼지만 쌓였던 나쁜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연예인의 모든 것을 시시콜콜 기사화함으로써 사실상 악플을 유도해 온 일부 언론의 무책임성도 관행과 제도 등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범죄성 표현까지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이미지

성차별을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 5일째인 27일 관객 100만 명을 넘기며 흥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출연 배우와 영화에 대한 악플과 별점·평점 테러 등 ‘여성 혐오’ 온라인 테러를 뛰어넘은 것. 1982년에 태어나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며 경력단절 된 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이 가정, 학교, 직장에서 겪은 아픔을 다룬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도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서 젠더 논쟁에 휘말렸다.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가 이 소설을 읽었다고 SNS에 밝혔다는 등의 이유로 악성 댓글 등 온라인 테러를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밝히거나 책을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돌린 남성 국회의원이나 연예인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은 여성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성차별 문제에 우리 모두 공감할 필요가 있다. 그런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는 이유로, 또는 그 책이나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비난이나 혐오의 대상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차별 편견 비하 폭력 등 성별을 이유로 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유롭게 밝힐 수 있어야 하고, 우리 사회는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사안에 따라 성별에 관계없이 불평등에 시달리는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한다. 융합의 시대다. 세상의 절반씩인 여성과 남성이 파트너십을 이뤄 서로 헐뜯기보다 이해하고, 미워하기보다 사랑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myhappyhom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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