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화탁지의 음양오행 성격론] 언제부턴가 먹방은 우리 시대의 주류 문화가 되었다. 잘 먹는거 하나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가 하면 그에 못지 않은 부도 따라주는 영광을 차지한다. 먹는것에 별 관심이 없는 필자는 그런 방송을 보면서 사실 조금 의아했다. 왜 사람들은 남들이 먹는 것에 그리 관심이 많으며 열광까지 하는 것일까? 단지 대리만족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사는게 팍팍하니 원초적인 욕구로의 현실도피를 하는 것일까?

몇 년전 심한 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었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살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을 보면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주시해야 할 점은 바로 오행 중 ‘화’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화는 사람의 장기 중 ‘심장과 소장’을 관장하는 기운으로 쉽게 말해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인 것이다.

‘산다는 것’은 단순히 숨쉬고 사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버티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그러니 사는 것 자체가 ‘고’라고 하지 않던가. 어찌보면 먹방에 열광하는 것은 결국 현실도피의 또 다른 측면이다. 타인이 먹는 광경을 보면서 그 사람의 위 걱정은 잠시 잊고 끊임없는 흡입과정을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얼마나 단순하면서 자명한 생명의 몸부림을 보는 것인가.

먹방에 열광하는 것에 공감하지 못했던 필자가 몇 년 전 심한 우울증에 걸렸을 때 매일 끼고 있다시피 한 것은 유튜브의 먹방이었다. 먹는 것에 그다지 흥미나 관심이 없는 나였지만 막상 삶에 대한 의지가 없을 때 찾았던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먹방이었다. 생명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생존본능을 자극해서 였을까. 하루종일 유튜브를 통해 이런 저런 먹거리를 골라가며 먹방홀릭을 했던 것이 어쩌면 그 시기를 견디게 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우울증이 지병인 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겪는 우울증은 계절적으로 가을이나 겨울에 빈번하다. 봄과 여름의 활발한 양의 기운은 환절기를 거쳐 가을과 겨울의 음의 기운으로 변화한다. 가을에는 ‘화’의 기운이 점점 줄어들고 겨울에 이르러는 거의 소멸하는 단계에 이른다. 지상 위의 생명은 모두 긴 겨울잠에 빠지고 다음 봄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어디에도 생명의 기운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계절적인 특징이 생명체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리 없다. 빛이 잘 들지않는 어두운 공간에 오랜 시간 있어본 사람이 밝고 긍정적이며 삶의 에너지가 충만한 기분을 느낄리는 만무하다. 계절적 특성과 개인이 겪는 상황의 어려움이 콜라보가 되면 증상은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이 온다고 해서 감정의 기복을 억제하는 성분의 약을 복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필자의 손님 중에 우울증이 심해 약을 오래 복용하던 중 자살시도를 하신 분이 계시다. 병원에 실려갔을 때 의사로부터 들은 말은 맥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분의 사주는 ‘화’기운이 무척이나 약했다. 심장의 박동을 강하게 해주고 삶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은 화의 기운인데, 감정억제를 해주는 약은 결국 그 화의 기운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화기운이 극도로 약해지면 생에 대한 애착이나 활력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한 상태에서 상황까지 악화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화의 기운은 심장과 소장을 강하게 해주는 기능이기도 하면서 토의 기운인 위의 기운도 보충해준다. 심장이 잘 뛰어야 위가 활발히 움직여 음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살고 싶어야 먹는 것이다. 먹방은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살고싶다’라는 무의식의 에너지를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거의 확실한 듯 보인다.

▲ 오경아 비엘티 아케아 대표

[오경아 대표]
건국대 철학과 졸업
전 수능영어강사(번역가)
현 비엘티 아케아 대표
현 교환일기 대표
현 세렌 사주명리 연구소 학술부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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