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해즈 폴른’, 남자 냄새 가득한 액션의 보증수표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19.11.02l수정2019.11.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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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300’으로 액션 스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제라드 버틀러의 ‘백악관 최후의 날’(2013), ‘런던 해즈 폴른’(2016)에 이은 ‘폴른’ 시리즈의 3번째 ‘엔젤 해즈 폴른’(릭 로먼 워)이 오는 13일 개봉된다.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소재는 여전하되 존재감과 가족애란 주제의식이 강화됐다.

비밀경호국 에이스 마이크는 옛 전우 웨이드가 차린 사설 용병 트레이닝 센터에서 아직 녹슬지 않은 자신의 실력을 확인한다. 그런데 부상 후유증이 꽤 심각하다. 현재 국장이 곧 퇴직함에 따라 그가 강력한 후임 후보로 부각되고, 그도 아내 레아와 함께 딸 린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살고 싶은데.

안정된 정국을 운영하는 대통령 트럼불(모건 프리먼)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적한 곳으로 낚시를 떠나고 경호팀은 부산하게 움직인다. 트럼불이 유일하게 곁을 허락한 경호원은 마이크. 그런데 마이크의 후유증이 심해지고 다른 요원과 교대한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 많은 드론이 나타나 공격한다.

마이크를 제외한 경호원 전원이 사망하고 트럼불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부통령이 대통령 임무대행 선서를 하고 FBI는 톰슨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팀을 꾸린다. 범인들의 차량에서 마이크가 용의자라는 증거가 나오고, 결정적으로 그의 계좌에서 모스크바 국립은행이 송금한 1000만 달러가 발견된다.

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놓고 고민하고, 톰슨은 마이크의 배후를 캐기 위해 일단 그를 호송차에 태우지만 복면 괴한들의 공격을 받는다. 괴한들은 마이크를 납치한 뒤 어디론가 이동하고,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마이크는 특유의 실력으로 그들을 제압한 뒤 복면을 벗겨 정체를 확인하는데.

모든 나라가 그랬듯 미국 역시 짧은 역사에 비해 비교적 많은 전쟁을 치렀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거쳐 1세기 뒤엔 남북전쟁이란 내전을 겪었다. 양차세계대전에 참전함으로써 확실하게 지구촌의 헤게모니를 쥐었지만 괜히 베트남전쟁에 뛰어들어 체면을 구기고, 실익도 못 챙기기도 했다.

패러다임은 바뀐다. 돌 무기로 싸웠던 인류는 파괴력이 좋은 무기와 더불어 살상 기술을 개발해냈다. 이젠 굳이 육탄전을 하지 않아도 키스테이션에서 단추 몇 개로 승패를 가늠할 수 있고, 첨단 무기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경제 논리만으로도 전쟁이 가능하다. 이런 변화에서 영화는 개인에게 집중한다.

앞선 2편과 가장 다른 점은 전편들에서 볼 수 없었던 마이크의 아버지 클레이(닉 놀테)의 등장이다. 그는 오래전에 아내와 아들을 버렸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그 후유증으로 약간 미쳤다. 전쟁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고 변화시켰다며 정부가 자신을 속였다는 피해의식에 젖은 채 칩거해왔다.

레아가 군대 얘기를 해달라고 졸라도 입을 열지 않는 걸 보면 마이크 역시 꽤 심상치 않은 군대 생활을 경험한 듯하다. 대통령 경호원으로서도 숱한 생사의 기로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왔다. 그의 인식론은 데스크에 앉아 쉬어야 한다고 명령하지만 관념론은 현장을 떠나서 살 수 있겠냐고 질문한다.

FBI와 괴한 양쪽으로부터 추적을 당하는 마이크는 웨스트버지니아로 간다. 그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생사는 확인하고 싶었기에 청와대의 정보망을 이용해 그의 주소를 추적해 왔다. 클레이는 산속에서 완벽한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방어 시스템까지 갖춰놓고 있었다.

마이크는 레아나 트럼불에게 약 없인 살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심신이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는 걸 숨긴 채 살았다. 약이 없냐는 그의 질문에 클레이는 “의존하게 되면 노예가 된다”며 자신은 의지로 모든 걸 이겨낸다고 답한다. 이 작품이 집중하는 전쟁영웅들은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모두 부상자다.

다분히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걸작 ‘지옥의 묵시록’(1979)이 연상되는 플롯을 지녔다. 베트남전쟁 중 후송된 윌라드 대위는 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반역행위를 한 뒤 캄보디아 밀림 깊은 곳에서 원주민들의 왕으로서 사는 커츠 대령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다시 참전한다.

커츠가 순순히 윌라드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유는 미국도, 베트남도, 캄보디아도 모두 지옥이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이 현세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내세에서 안정을 찾기 위해 소를 잡는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커츠에 대해 갈등하던 윌라드가 결국 죽이기로 결심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

커츠는 윌라드에게 “우린 그저 수금원일 뿐”이라고 말한다. 마이크도, 클레이도, 그리고 마이크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진범도 미국이란 제국주의를 지탱하기 위한 소모품일 따름이다.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 나오는 “자네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라는 대사처럼 목적 없는 전쟁.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실전에서 안 죽는다”는 게 마이크의 지론이다. 트럼불의 훌륭한 정치는 미국에 평화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중동전쟁 전문가들은 편하게 살까? 마이크는 “우린 사자”라고 말한다. 그가 국장으로 내근할까, 말까로 고민하는 이유는 사자는 풀을 뜯어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시퀀스까지 ‘지옥의 묵시록’과 닮았다. 윌라드와 커츠가 라이벌 겸 거울인 것처럼 마이크와 진범도 그렇다. “전쟁은 속임수”라는 대사에 답이 있다. 마이크는 잠재의식과의 대화가 가능한 알파세타 상태에 빠짐으로써 윌라드처럼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 액션도 깊이도 시리즈 중 단연 최고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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