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교사 명국(박해준)과 간호사 정연(이영애)은 외아들 윤수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지만 6년 전 윤수가 실종되면서부터 삶의 균형이 깨졌다. 명국은 아들을 찾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지도책 한 권 갖고 차에서 자며 전국을 돌고 정연은 태연한 척 근무하지만 시간을 쪼개 수소문하고 다닌다.

명국은 윤수를 봤다는 사진이 담긴 제보를 받고 서둘러 해당 장소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더욱 어이없는 건 아이들의 장난 제보였다. 더 이상 살아갈 기운도 목적도 상실한 정연에게 시동생 부부가 저녁식사를 제안한다. 정연이 화장실에 간 사이 전화가 오자 시동생이 대신 받는다.

인근 도시의 만선낚시터는 어르신을 리더로 수상한 일당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지역 경찰 홍 경장(유재명)에게 정기적으로 상납을 하면서 영업에 도움을 받고 있다. 홍 경장은 낚시터 운영에 깊게 개입한 중년 여인과 내연 관계다. 일당은 고아인 민수와 지호를 학대하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부임한 지 1년 된 김 순경은 전단지와 민수를 유심히 비교한 뒤 윤수가 맞는 것 같다고 상사 홍 경장에게 어필했다 핀잔만 듣는다. 그날 저녁 은밀히 정연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거니 웬 남자가 받는다. 김 순경은 만선낚시터의 민수가 전단지의 윤수와 얼굴은 물론 흉터까지 같다고 제보하는데.

이영애의 ‘친절한 금자 씨’ 이후 14년 만의 복귀작,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등을 떠나 이 첨단 시대에서 아동 실종이 줄지 않고, 아동 학대 소식이 끊이지 않는 참담한 비극에 대한 고발이라는 점에서 그 존재감이 확실하다. 성악설 때문이 아니라 이기주의가 만든 악마를 폭로한다.

명국의 유일한 친구는 실종아동찾기센터 직원 승현. 고아였던 그는 미국에 입양돼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친부모를 만나 “당신들 없이도 이렇게 잘 자랐다”며 복수를 하고 싶었던 그는 수소문 끝에 이모를 만났다. 어린 자신을 잃은 뒤 엄마는 자살했고, 그런 상황을 못 견딘 아버지는 암으로 죽었다.

물론 자식을 버리는 패륜적인 부모도 있고, 학대하다 못해 심지어 죽이는 악마도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보편의 평범한 부모라면 그럴 리 없다. 이 영화가 따지는 건 부모의 자세가 아니라 남의 아이를 대하는 제3자의 태도와 시선이다. 일부의 목적이 공통을 이룬 집단이기주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어르신은 산전수전 다 겪은 경륜을 바탕으로 냉철하게 현실적으로 낚시터를 운영한다. 다음 연장자 최 반장은 아무 이유 없이 민수를 학대하는 덩치 청년을 제어하고 민수를 보살펴준다. 중년 여인은 “우리가 무슨 죄가 있냐”며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칠 뿐 아이들을 학대하는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김 순경은 경찰을 떠나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려고 하지만 홍 경장은 삶 자체가 치열한 전쟁일 따름이다. 저마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냉정한 생존경쟁을 펼치기 마련이지만 사람의 사회는 동물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얘기를 웅변한다. 약육강식은 정글에나 적용된다.

데이비드 흄은 ‘정의는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 생활에 유익한 경향에 대한 반성에서 발생한다’고 선언했다. 그럴듯하다. 루소는 ‘인간의 자연적 본성은 동물처럼 순수하지만 이 사회에서 권력, 재산, 자존심, 이익 등 여러 부가 가치들이 필수 가치로 변함에 따라 그걸 획득하기 위해 타락한다’고 했다.

토마스 홉스는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했다. 부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루소는 ‘자연으로부터 덜 멀어져라’고 주문한다. 만선낚시터는 유료낚시 외에도 음식과 술장사는 물론 숙박업까지 돈 되는 일이라면 안 하는 게 없다. 그들의 정의는 흄과 다르고, 본성은 루소와 다르며, 가치는 이기적이다.

‘액션’ 스릴러에 가까울 만큼 이영애의 고생의 흔적이 구석구석에 넘친다. 넋을 잃은 정연이 개펄을 부유하는 수미상관을 포커스 아웃-인과 함께 핸드헬드로 잡아낸 시퀀스는 예술적이다. 특정 시퀀스는 살짝 ‘괴물’을 연상시킨다. 끝까지 마음 놓지 말 것.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 27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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