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비보, ‘뭣이 극단적 선택 부추기는가?’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19.11.25l수정2019.11.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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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구하라 인스타그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설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카라 출신 구하라(28)의 비보가 전해졌다. 경찰은 24일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녀가 스스로 극단적인 길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인과 사고 경위 등을 파악 중이라고 한다. 고인은 지난 5월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왜 유독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이 잦을까? 그렇지 않다. 지난 9월 통계청의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연령표준화 자살률’로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자살률(24.7명)은 OECD 36개 회원국 중 1위다. 단지 유명 연예인의 죽음이기에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인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베르테르 신드롬’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분석이다. ‘돈과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유명 스타조차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데’라는 자조적 심리에서 비롯된 자아의 가치의 비하가 극단적인 선택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해석이다. 세상이 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다.

카라는 일본에서 한류열풍을 이끈 걸그룹의 선두주자였지만 구하라의 개인적 삶은 그 화려함과는 달랐다. 그녀는 지난여름 SNS에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아파도 안 아픈 척 그렇게 참고 살다 보니,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등의 글을 올렸다 지웠다.

지난해 9월 전 남자친구와 폭행 사건으로 맞고소를 하는 등 사생활 문제로 구설에 오른 뒤 계속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였던 것이다. 그녀는 지난달 설리(25, 최진리)가 세상을 떠나자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며 눈물을 쏟았지만 감당하기에 버거웠던 것 같다.

1990년 이전의 연예인들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데뷔했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기점으로 대부분 미성년일 때 데뷔하는 추세다. 아이돌은 당연히 중고생 때 데뷔한다. 아직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립할 만한 체력도 정신력도 부족한 그들에게 엄청난 인기와 돈까지 몰리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린 나이의 연습생 생활은 일부에겐 체질에 맞거나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또래의 보편적인 삶에 비교했을 때 다수가 그렇긴 쉽지 않다. 거의 매일 정해져있는 트레이닝 일과에 맞춰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을 하다보면 심리상태가 불안정해지고, 인격과 인성의 형성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데뷔해 인기를 얻는다고 해도 스트레스는 계속된다. 하루하루가 치열한 경쟁이므로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 극심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는 와중에 악성 댓글의 충격은 크다. 그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극에 달해 잠도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어 깊은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다보면 알코올이나 심지어 금지된 약물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그렇게 망가진 정신세계는 올바른 판단능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학교에서 교육 과정과 단체생활을 통해 사회 적응 방식을 배우고 사회 시스템을 깨우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스타가 되는 덴 위험이 도사린다.

설리의 사망 이후 포털사이트 다음은 연예 기사의 댓글을 폐지하는 결단을 내렸다. 네이버 등 다른 포털사이트의 조치가 절실하다. 연예 기사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뚜렷한 근거 없이 사람을 모독하고 폄훼하는 행위가 용납되지 않도록 제한장치를 마련하는 사회적, 국가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요즘 우리의 국론이 양극의 분열 현상을 보이는 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SBS는 최근 우리 국민의 이민 열풍을 방영했는데 이민자들은 그 이유로 ‘비전이 안 보인다’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가장 발달했지만 외려 그 탓에 가짜뉴스와 악성 댓글이 국가의 위기에 꽤 한몫하고 있다.

구하라의 뉴스에 대응한 누리꾼 다수가 악성 댓글을 다는 몰지각한 잠정적 살인자는 물론 적지 않은 함량 미달의 기자들을 거론했다. 민주주의의 시장 체계에서 각 회사들이 자유 경쟁을 하는 건 지당하지만 언론이라면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본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디어에서 자살의 방법을 서술하는 건 금물이다. 아예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도 그런 추세다. 그러나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를 대체한다고 독자들의 자살에 대한 체감마저 변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언론의 기사 작성 매뉴얼과 의도에 있다. 페이지뷰를 노린 선정성 여부에 대한 양심이 절실한 때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 모든 건 유전한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자도, 사물도, 인식도, 법도 모두 흐르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그건 다윈주의로 이어졌다. 우리 생활만 봐도 그렇다. 법은 계속 바뀌고 있고, 도덕과 선의 규준도 변하고 있다. 한때 정의와 이성이 최고의 가치관이었지만 이젠 돈이다.

인류의 진화에서 보듯 변화는 일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선 포털사이트의 댓글과 SNS 등에 대한 재고와 행정적 조치가 필요할 테고, 그만큼 국민적 인식에도 진화가 절실하다. 지금 이념의 다툼보다 간절한 건 생존, 그것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예기획사의 시스템과 연예산업 전반에 걸친 점검과 자정의 노력이다. 외국 언론들의 구하라 사건 보도의 행간에 흐르는 한류열풍의 이면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에 주목할 일이다. 국가가 할 일은 경제와 복지다. 사회가 할 일은 정의다. 이웃끼리, 동료 사이에선 휴머니즘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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