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앤 컴퍼니’, 웃기고 신나는 산타의 비타민 ‘득템쇼’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19.12.05l수정2019.12.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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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알랭 샤바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산타 앤 컴퍼니’는 지금 시기에 걸맞은 가족용 코미디 영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분주한 산타클로스 마을. 완다(오드리 토투)와 함께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보낸 카드들을 체크하던 산타는 선물들을 챙기는 9만 2000명 요정들을 점검하러 산 아래 작업장으로 간다.

산타는 리더 마그누스를 불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그가 갑자기 쓰러지고, 이내 나머지 9만 1999명이 도미노처럼 기절한다. 완다와 함께 자료를 뒤진 끝에 그들에게 비타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산타는 순록이 이끄는 썰매를 타고 호주로 향하던 중 썰매의 오작동으로 파리에 불시착한다.

약국에 들어간 산타는 비타민 9만 2000개를 요구한다. 이상한 복장에 횡설수설하는 데다 엄청난 양의 비타민을 요구하는 산타를 수상히 여긴 약사는 경찰에 신고한다. 산타가 잡힌 경찰서엔 동생 제이를 구하러 온 변호사 토마스가 있었고, 산타는 특별한 능력으로 유치장을 빠져나와 그의 집에 간다.

토마스는 아멜리아와 결혼해 낳은 쌍둥이 남매 마엘과 마티스와 산다. 노크도 없이 돌연 집안에 등장한 산타가 불편한 토마스는 무례하게 대하지만 옥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나는 썰매를 보자 그를 믿게 된다. 산타클로스를 안 믿었던 마엘 역시 마티스와 함께 순록을 타고 하늘을 난 뒤 그를 믿는다.

세상 물정이 어두운 산타는 토마스 부부에게 빨리 비타민 9만 2000개를 내놓으라고 독촉하고, 부부는 그냥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그 액수가 만만치 않아 시간이 걸린다고 설득한다. 산타는 만약 요정이 깨어나지 못해 선물을 못 주면 큰일이 난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데.

우선 발상이 재기 발랄하다. 산타의 집은 산꼭대기에 있고, 요정들의 작업장은 산 아래다. 그래서 산타는 스노보드를 타고 산을 내려간다. 산타는 순록들과 대화를 한다. 하지만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이용해 토마스의 집에 무례하게 들락거리는 등 사람들의 세계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모른다.

요정 세계의 비주얼은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연상케 할 만큼 환상적이고 유쾌하다. 특히 9만 2000명의 남녀 요정을 브루노 산체스와 알랭의 딸 루이즈 단 2명이 소화해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 캐릭터와 설정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여러 분신으로 나온 움파룸파스를 연상케 한다.

순록은 하늘을 날고 공간을 초월한다. 썰매는 투명 모드, 주차 브레이크, 무선 리모컨 등의 기능을 갖췄다. 산타는 아무 벽이나 그대로 통과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는 데다 607년을 살아 전 인류의 속내를 꿰뚫고 있다. 이렇게 초능력을 지녔으면서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캐릭터는 매우 친근하다.

270년 소아시아에서 출생한 성 니콜라스에서 유래된, 크리스마스이브에 착한 애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는 산타클로스 전설의 교훈과 1931년 코카콜라가 그걸 상술에 이용해 자리 잡은 ‘빨간 산타’에 대한 적당한 비난까지 섞어 애들을 사랑하고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훈훈한 메시지를 담았다.

요정들이 쓰러져 선물 배달 작업이 중단되자 산타는 빨리 그들의 병을 고쳐 제날짜에 애들에게 선물을 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만약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세상의 종말이 올 것처럼. 그건 약속이다. 크리스마스라는 시간에 대한 약속이다. 감독이 의도했건, 우연이건 꽤 심오한 철학이다.

4세기 초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 칙령을 발표한 이후 기독교가 유럽 전역에 전파되면서 산타클로스 개념도 널리 퍼졌다. 예수의 탄생일은 축복의 날이고, 그 하루 전날은 착한 애에게 선물을 주는 보답의 날이다. 어른들은 이런 전설을 통해 아이들에게 환상의 동화와 교육을 함께 읽어준다.

그리스신화의 크로노스는 어머니 가이아(대지)에 딱 붙어 괴롭히는 아버지 우라노스(하늘)의 남근을 낫으로 거세해 공간과 시간을 만들었다. 크로노스에 대해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로마는 그를 경작과 풍요한 결실의 신 사투르누스와 결합했고, 낫도 포도를 딸 때 사용하는 낫으로 바꿨다.

산타가 선물을 주는 때는 매년 12월 25일의 해가 뜨기 전, 애들이 잠든 사이. 시간에 대한 약속이다. 또 산타와 사람의 사는 공간이 다르다는 의미다. 산타는 우라노스의 공간에서 왔다. 그날 그렇게 많은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건 1년간 열심히 농사를 지어 풍요로운 결실을 맺었다(크로노스)는 의미.

요정은 이를테면 자연이다. 자연은 인류의 이기심에도 파괴되지만 지나친 관심에도 황폐해진다. 인류와 자연은 서로에 대한 배려심만큼의 적당한 거리를 필요로 한다. 요정이 병든 건 사람들이 점점 동화를 안 믿기 때문이다. 제이처럼. 그나마 토마스가 산타에게서 추억과 아버지를 본다는 게 희망이다.

지금까지 산타는 애들을 주로 편지로 접했고, 직접 보는 건 1년에 단 하루 그나마 잠자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보니 무척 산만하고 소란스럽다. 아멜리아는 “애들을 잘 모르시죠?”라며 그의 부족한 인식을 꼬집는다. 그녀는 또 처가 식구들과의 자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남편을 인내로 교화한다.

애들은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인격체고, 그들은 저절로 자라는 게 아니라 어른이 제대로 보살펴야 한다는 교훈. 애들의 편지야말로 진짜 영양제다. 썰매와 트럭의 접촉사고, 호들갑을 떠는 중년 여인과 수프라(유명 식당) 약국의 해프닝은 특정 제품과 국가에 대한 노골적인 조소다. 12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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