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조화로운 건어물 성지 중부‧신중부시장 [서울미래유산 아카이빙]

문화지평l승인2019.12.06l수정2019.12.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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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전통시장 가치재조명‧관광자원화] 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 문화지평은 서울시의 미래유산 공모사업 일환으로 ‘시장의 가치재조명을 통한 관광자원화 아카이빙’을 시장 3곳을 대상으로 수행한다. 1회 차는 법적으로는 두 개의 시장으로 존재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상인들의 융화가 돋보이는 우리나라 건어물 유통 1번지, 건어물의 성지로 불리는 중부시장과 신중부시장의 융합체 ‘중부‧신중부시장’이다.

1959년 시장 개장·2013년 서울 미래유산 지정

▲ 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 문화지평은 서울시의 미래유산 공모사업 일환으로 ‘시장의 가치재조명을 통한 관광자원화 아카이빙’을 시장 3곳을 대상으로 수행한다. 1회 차는 2013년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중부‧신중부시장이다.

서울시 중구 오장동에 위치한 중부‧신중부시장은 1954년 9월 내무부 고시 제244호에 의해 시장 부지로 책정됐다. 국제시장주식회사가 시장개설을 담당했지만 3년 동안 지지부진하다 결국 시장개설허가가 취소되기도 했다. 시장 부지에 있던 국제시장은 불법 외제품 거래로 유명했던 곳이다. 전쟁 직후 이승만 대통령은 이 지역을 순시하고 서울의 세 번째 시장을 만들라는 유시를 내린 바 있다.

1957년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지를 업고 오장동대지주친목회가 나서서 봄에 시장 착공에 들어갈 것을 결의하고 전면에 나섰다. 오장동대지주친목회는 나중에 서울중부시장주식회사로 거듭나고 시장 개설 추진 주체가 됐다.

▲ 전쟁 직후 중부시장을 시찰 나온 이승만 대통령(좌에서 두 번째)과 허정 서울시장(맨 좌측).

3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1959년 2월 26일 일반종합시장으로 개장했다. 서울 3대 시장을 목표로 건립된 중부시장은 총공사비 9억9600만환을 투입해 연건평 2만4148㎡(7305평), 19개 동(棟) 점포 2274개에 달했으며 당시 최고의 현대식 시설을 갖춘 대형시장으로 출범했다. 애초에 건어물 전문시장으로 문을 연 것이 아니라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의 포화상권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의 3대 공설시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이들 시장 중간에 위치해 농수산물 위탁상인들이 모이면서 1965년 이후 건어물과 해산물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됐다. 당시 서울 강남‧북을 통틀어 가장 큰 건어물 시장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건어물 전문 시장이 됐다. 신중부시장은 중부시장에서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된 곳을 말한다.

▲ 1959년 2월 26일 일반종합시장으로 문을 연 중부시장 개장식 모습.

중부시장은 197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이 최대 활황기였다. 1990년대 말 시작된 학교급식과 2000년대 접어들어 대기업 할인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상권을 장악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2014년에는 시설현대화 사업 일환으로 251m에 이르는 아케이드를 설치해 궂은 날씨에도 쾌적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일일 평균 이용인원은 약 1만 명 정도고 최근에는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 평일에는 새벽 3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주거래 품목은 해태, 멸치, 오징어, 건채, 노가리, 건태, 선어, 미역, 건작, 농산물 및 제수용품 등이다. 젊은 고객층 확보를 위해 소포장 판매와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했다. 건어물과 맥주의 만남, 건맥축제도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서울시는 중부·신중부시장을 오랜 세월 동안 서울 시민들의 식탁을 채워 온 특화 시장으로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 중부시장 1문 앞에서 중부‧신중부시장상인연합회 김정안 회장(우측)과 시장 리포터로 활약한 황지희 요리연구가가 서울미래유산 손수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부시장의 굵직한 역사

①1950~1960년대 : 3개시장 분화
- 포화된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상권 분화를 위해 중부시장 출범(1957)

②1960~1970년대 : 봉제공장, 건어물시장
- 남대문시장 대화재로 건어물 집산지이전(1968), 1970년대 말까지 봉제공장과 공존

③1970~1980년대 : 이전 위기
- 서울시 2차례 이전 촉구 갈등(중앙건어물도매시장,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④1980~1990년대 : 전국 최대 건어물시장
- 중부시장 도매행위 허용, 야간통행금지 해제와 함께 활기(1982)

⑤1990~현재 : 경쟁요구 시대
-금융실명제 위기(1993), 러시아 납품(2003), 2005년 이후 대형할인점과 경쟁 중

원조거리와 신흥거리 그리고 관리주체

▲ 1959년 지은 건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원조거리와 시장이 확대되면서 새롭게 형성된 신흥거리. 중부시장과 신중부시장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사진은 1번 출구로 들어가면 마주치는 신흥거리 전경.

서울중부시장주식회사는 건물주 모임이다. 중부시장 건물을 관리하는 주체다. 주로 원조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신중부시장연합회에서 신흥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들 거리는 십자형태로 형성돼 있다. 원조거리는 옛 문을 기준으로 가로로 형성된 곳이다. 신흥거리는 세로형태로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유동인구가 많다. 건작(말려서 만든 제품)과 젓갈 상점은 대부분 신흥거리에 몰려 있다.

신흥거리 중간쯤에 인천에서 온 물건을 파는 건작 상점이 몰려 있다. 그래서 이곳 이름이 ‘인천 앞자리’라고 불린다. 중부시장 노점상 중 건작 상인은 제품 특성 상 별도 창고를 가지고 있는 제법 규모 있는 상인들이다. 자본 규모가 작아서 노점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목 좋은 곳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중부시장주식회사는 1957년 개설하고 59년 시장 등록한 원조 중부시장을 법인형태로 관리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석준 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상인회 업무는 신중부시장상인연합회 쪽에서 일괄 맡고 있다. 신중부시장은 2005년 공동개설 형태로 문을 열었다. 관리주체는 상인회인 신중부시장상인연합회다. 김정안 씨가 상인회장을 맡고 있다. 해산물납세조합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울중부시장주식회사가 중구청의 지원을 받는 유일한 법적단체였으나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리 일원화에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중부·신중부시장상인연합회가 지역 건물임차상인들의 보호와 시장현대화사업 지원을 위해 2005년 중구청에 ‘신중부시장’을 등록함으로써 관리 문제를 해소했다. 중부시장과 신중부시장의 구분은 이렇듯 법적인 구분일 뿐 상인들이나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해산물납세조합이란?

▲ 신중부시장상인연합회와 한 사무실을 쓰고 있는 해산물납세조합 김정안 회장이 상인연합회와 납세조합장을 겸임하고 있다.

신중부시장상인연합회 사무실에는 해산물납세조합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건어물 도매상들의 신청에 의해 1977년에 만들어진 조합이다. 당시 국세청은 상거래가 투명하지 않은 소규모 상인이 밀집한 전통시장에서 세금을 징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시장 자체에서 해결하도록 유도한 제도가 납세조합이다.

중부시장의 많은 상인들이 복잡한 납세문제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해산물납세조합에 가입하고 있다. 상인연합회와 납세조합이 같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상인들은 납세조합에 가입할 때 상인연합회 가입을 함께 권유받는다. 현재 상인연합회와 납세조합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상인연합회의 회장이 납세조합의 조합장을 겸하고 있다.

신중부시장 역사를 담은 10개의 입구

▲ 중부·신중부시장의 가장 큰 출입문인 1문. 건너편은 방산시장 입구다.

시장의 입구는 가급적 많을수록 상인들에게 좋다. 사방으로 나 있어야 고객 접근도도 좋고 상인들에게 골고루 수혜가 간다. 중부‧신중부시장에는 10개의 문이 있다. 창경궁로 쪽을 제외하고 삼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다. 10개 중 8개는 현대에 만들어진 문이고 2개는 형태만 남아 있는 옛날 문이다. 옛날 문이 들어서 있는 곳은 과거 중부시장 영역이다. 옛날 문 밖에는 목공소가 밀집해 있다. 또 하나의 옛날 문 밖으로는 농산물시장이 형성돼 있다.

현대에 만들어진 8개 문 가운데 신중부3‧4문을 제외하고 6개는 중부1‧2문과 중부5에서 8문이다. 이는 서울중부시장주식회사가 관리하는 기존 중부시장 영역과 새롭게 확장된 신중부시장 영역을 문으로 표시한 것이다. 옛날 문과 새 문에서 과거와 현재의 중부시장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재밋거리다. 아쉽게도 옛 문의 위치는 특정할 수 있어도 흔적은 찾기 힘들다.

대한민국 건어물 성지로 자리매김

▲ 대한민국 건어물 성지 중부시장의 다양한 골목길 표시.

중부시장은 1959년에 설립된 건어물 전문 도소매시장이다. 멸치, 굴비, 미역, 다시마, 오징어, 김 등 다양한 종류의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비해 값 싸고 양이 많아 주부들이 종종 찾는 시장이다. 중부시장은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의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이를 분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건어물 상인들이 단체로 옮겨 들어오면서 건어물 특화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초기에는 광장시장의 영향으로 수를 놓는 재봉 공장이나 원단 상점이 일부 있었지만 시장을 특화시키는 과정에서 이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시장 전성기에는 어깨를 부닥치며 시장을 빠져나가기 힘들 정도로 인파가 많이 몰렸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 세대가 줄고 대형마트 중심의 쇼핑 세대가 늘어나면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들과 축제를 통한 관광객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청년들의 움직임도 엿보인다.

해태부, 멸치부, 건채부, 오징어부, 선어부, 건태부, 노가리부, 미역부 등과 농산물부, 젓갈부, 건작부, 연합상인 등 중부‧신중부상인회 명부를 보면 이곳에서 상인들이 무엇을 파는 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건어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기타 품목을 파는 상인까지 모두 상인회에 가입해 단단한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 건어물만 팔기보다는 주변에 다양한 물품을 구비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원스톱 구매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장 지속가능성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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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시장의 매력 포인트(상인과 콘텐츠)

“남은 소원은 전통시장박물관 설립” 중부‧신중부시장상인연합회 김정안 회장

▲ 서울미래유산 중부시장 관광자원화 아카이빙 일환으로 11월 22일 김정안 회장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김 회장은 합리적인 일처리와 임대 상인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데 앞장서는 등 추진력이 신망이 높다.

김 회장은 1975년 5월 17일 중부시장에 발을 처음 들였다. 현대종합상사라는 김, 미역, 다시마를 유통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2세인 아들에게 물려주고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

1951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나 중학교 서무 일을 하다가 자녀 교육 때문에 서울로 올라왔다. 초기에는 사업 파트너를 잘못 만나서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8억4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부도 맞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성공신화를 썼다. 자녀교육에도 성공해 장남은 가업을 이었고 두 딸은 각각 검사와 의사로 컸다.

1994년 상인연합회 회장에 출마했다 떨어졌다. 1998년 재도전 끝에 회장에 선출됐다. 당시 김(해태) 부서 부서장을 맡고 있었다. 중부시장 문제점이 보였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출마의 변으로 상인들 표를 얻었다. 회장 임기는 4년이지만 그가 맡은 다음 정관을 바꿔 6년으로 늘렸다. 시장 변화에 앞장서는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2004년까지 회장직을 수행 한 후 6년간 상인으로 돌아갔다. 2010년 상인들의 요청으로 상인연합회 회장 겸 조합장을 맡게 된다.

시설현대화 사업 당시 노점상 문제가 원만히 합의되지 않자 ‘물리적’ 방법을 써서 정리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시장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욕을 먹더라도 갈 길은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케이드를 씌우기 전 중부시장 옛 사진을 보면 노점들의 과도한 좌판으로 보행로가 비좁았다. 이를 지금처럼 쾌적한 쇼핑 환경으로 만든 것은 그의 원칙에 입각한 뚝심 때문이다.

김 회장은 중부시장 쉼터 마련, 화장실 개선, 지붕 아케이드 설치 등 시설현대화와 상인교육에 중점을 뒀다. 또 음식개발, 축제 기획 등 콘텐츠를 강화하고 늘려가는 데 힘썼다. 오랜 상인 생활과 상인연합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쌓은 안목과 지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상인들의 신망을 두텁게 얻었다. 그는 요즘 전통시장박물관 설립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붓글씨로 교훈 전하는 중부시장 ‘명물어르신’ 서울상회 정문교 대표

▲ 서울상회 정문교 대표 인터뷰 모습. 정 대표는 1968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서울상회는 새벽 3시반에 문을 열고 오후 3시반에 문을 닫는다. ‘용대리황태전문’이 정 대표가 직접 쓴 붓글씨다.

정 대표는 중부·신중부시장의 명물로 소문 나 이미 많은 방송에 단골로 출연한바 있다. 1968년부터 50년 넘게 장사를 한 타고난 상인이다. 서울상회는 건태만 취급하는 전문점이다. 용대리나 대관령에서 말린 황태, 먹태, 북어가 주요 취급 품목이다.

그는 이른바 ‘정문교체’ 창시자다. 건태를 포장하는 누런 포장지에 번개처럼 써내려가는 독특한 붓글씨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특히 성경과 사자성어를 즐겨 쓴다. 자를 대고 쓴 듯 가지런한 성경필사는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사자성어도 우리 삶에 교훈되는 글을 골라서 적는다. 점포 안에는 주자십회(朱子十悔), 삼강오륜 등이 적혀있다.

점포 밖에는 정 대표의 삶을 대변하는 ‘정직·정확·정성’이란 상훈(商訓)도 써 붙여 놨다. 사훈, 교훈, 가훈 등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상인의 상도를 선명하게 드러낸 상훈은 신선한 충격이다. 정 대표는 새벽에 도매시장을 찾는 상인들을 칭찬했다. 물건을 눈으로 보고 선택하는 것이 상인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흔한 스마트폰 조차 만들지 않고 느릿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중부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교훈과 재미를 주고 있다.

외국관광객 많이 몰리는 인기 건채 업소, 우정상회 김동길 대표

▲ 우정상회는 아시아 외국관광객들한테 인기가 많은 건채 업소다. 가장 품질이 좋은 중부시장 제품을 외국인도 인정하는 것이다. 우정상회 앞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동길 대표.

우정상회는 직전 사장이던 신옥남 씨가 꾸려갈 때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외국인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건채 업소다. 건채는 말린 채소란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중부시장에서만큼은 오징어 진미채, 문어슬라이스 같은 채 썬 건어물을 말한다. 우정상회는 중부시장 건채부에 속해 있지만 멸치, 황태, 건과일 등 왠만한 말린 식품을 모두 취급한다.

우정식품에는 유난히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신 씨가 외국인들에게 특히 잘해 준 영향이 남아 있는 듯 했다. 신 씨는 한 인터뷰에서 “어떡하면 우리나라에 관광 온 외국인들에게 불편 없이 더 좋은 한국의 맛을 보여줄까”라고 늘 고심했다고 밝힌바 있다.

신 씨에 이어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김동길 대표는 외국인들이 아귀포, 쥐포 등을 많이 구매한다고 했다. 멸치 같은 건어물보다는 맛이 달달한 포 종류와 백진미·홍진미 오징어채, 오족(문어다리)슬라이스 등을 선호한다고. 중부시장은 도매시장 기능이 여전히 커서 새벽에 북적인다. 평일 낮 중부시장에는 비교적 한산해서 일반고객들이 쇼핑하기 최적이다. 우정상회에는 늘 손님들이 몰리는 데, 홍콩,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관광객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중부시장 동영상 아카이빙 작업 리포터를 맡았던 황지희 요리연구가가 “수많은 요리연구가들이 건어물은 꼭 중부시장에서 구입을 한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품질 좋은 식재료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역시 “국내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한 건어물이 모두 모이는 곳이 중부시장”이라며 “품질도 좋지만 상인들의 인심과 화합도 좋아서 쇼핑하기 참 좋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로 세계인을 사로잡다. 요리체험기업 오미 김민선 대표

▲ 신중부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장보기와 한국 전통음식을 만들기, 한국어까지 가르치는 ‘일일 미션 수행형 전통시장 탐험’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는 오미요리연구소 김민선 대표(맨 좌측).

오미 김민선 대표는 전통시장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장보기체험, 전통음식 만들기, 한국어 배우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중부시장을 비롯해 약령시장, 경동시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일일 미션 수행형 전통시장 탐험’ 쿠킹클래스인데,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주최한 ‘2018 서울-관광 스타트업 협력 프로젝트’에 입상하면서 상품화됐다.

서울시기 지난해 외래 관광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식도락 관광(73.4%)과 전통시장 이용(48.2%) 등 우리 생활 문화 경험을 많이 원했다. 외국인 대상 쿠킹클래스는 우리 문화를 흥미와 결합시킨 이색상품으로 인기가 좋다. 다만 중부시장의 경우 신흥거리 입구 노점에서 진행해야 하는 단점 때문에 겨울철에는 잠시 휴지기를 갖는다. 그러나 체험예약이 들어오면 언제든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의 체험 프로그램은 중부시장이 외국인 대상 관광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그동안 시장 상인들의 경우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응대하는 데 그쳤지만 쿠킹클래스는 외국인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바이럴 홍보 효과가 크다. 특히 사서 요리하고 먹고 배우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 문화와 정서를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장 사람 허기 채워주는 천원의 감동, 오장도너츠 안병원·배영애 사장 노부부

▲ 배영애 할머니와 아들이 바쁜 와중에도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시장에서 신문, 방송, 유투브, 블로거 등 다양한 매체 인터뷰가 있을 때 성심껏 대하는 것이 시장 홍보에 매우 좋다. 이는 시장 전체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며 상인회에서 역량강화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부시장 5문 입구에 위치한 ‘오장도너츠’. 5문 보다는 오장동 함흥냉면 골목쪽 문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겠다. 아카이빙 현장 사전단사 때 노부부 두 분 다 계셔서 다음에 동영상 촬영 건으로 찾아뵙겠다고 인사드리고 왔는데 막상 촬영 날은 할머니와 아들 내외만 나와 있었다.

2016년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꽈배기로 출연한 후 중부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정문인 1문 쪽에는 호떡집과 수수부꾸미 집이 자리 잡고 있고 후문 격인 5문을 책임지고 있다. 생활의 달인 출연 후 할아버지는 손님이 그만 줄을 섰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덕분에 중부시장은 저절로 홍보가 됐고 꽈배기를 사먹으러 온 손님은 중부시장의 또 다른 매력을 접했을 것이다.

속초중앙시장이 ‘만석닭강정’으로 유명하듯 건어물 중심의 중부시장은 먹거리 콘텐츠가 살아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장도너츠 존재는 중부시장의 복이라면 복이다. 중부시장은 먹자골목이 따로 지정돼 있지만 활성화시키지 못했다.

‘시장 맛집’은 시장의 한축이다. 쇼핑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허기를 채우는 맛있는 먹거리다. 오장도너츠는 저렴하게 시장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완소’(완전 소중한) 아이템이다. 장시간 외부에 노출된 상태로 장사를 하다보니 노부부의 기력이 많이 딸린다. 그래서 몇 해 전 부터는 아들내외가 가업을 잇기로 했다. 부자, 고부 2대 모습이 오래도록 보여지는 것이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바람이지 않을까.

중부·신중부시장 새로운 명물 건어물맥주축제, 올 9월 ‘가을의 한복판에서 스트레스를 비어(BEER)’

▲ 중부시장을 강점을 잘 살린 건어물맥주축제. 2016년 시작해 올해까지 4회를 치렀다. 사진은 올 9월20일 신흥거리에서 펼쳐진 건맥축제 현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참석해 흥을 돋웠다.

건어물맥주축제는 중부·신중부시장 주요 취급품목인 건어물과 맥주를 결합시킨 축제다. 중부시장은 도매시장으로 형성돼 지금도 도소매기능이 강하다. 시내 한가운데 있지만 일반소비자들에게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제품 특성상 자주 찾는 품목이 아닐뿐더러 레시피가 어려운 식재료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 일환으로 만든 콘텐츠가 건어물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맥주를 결합시킨 건맥축제다. 을지로4가와 오장동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양대 냉면 본산이 위치해 있는 유명 냉면 맛집 동네다.

여름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땡볕아래 장사진을 치며 기다리면서까지 한 그릇 비워야 성이 차는 냉면. 그러나 이곳까지 온 이들은 인근에 있는 중부시장에 들러보지 않고 돌아가기 다반사다. 애초에 중부시장에 볼일이 없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부족한 주차공간도 이유다. 도심 한복판이라 주차장 늘리는 일이 하늘에서 별 따는 것보다 어렵다. 아쉽게도 수많은 잠재고객을 돌려보내면서 궁리한 것이 맥주축제다.

너무 더워도 시장에는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여름 끝물에 건맥축제를 기획했다. 올해는 9월 하순에 축제를 열었다. 올 축제 주제는 ‘오늘 스트레스를 비어(BEER)!’다. 시장 중앙통로(신흥거리)에 마련된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각 1000원으로 맥주와 건어물 안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건어물 안주는 신중부시장 자체 브랜드인 ‘아라장’에서 소량 포장한 기획상품을 준비했다.

▲ 중부시장 건맥축제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때문이다. 점포 문을 일찍 닫고 나와서 전을 부치는 등 4회째 치른 건맥축제 활성화를 위해 시간과 몸을 아끼지 않았다.

축제기간 동안 시장 상인들이 자원봉사로 나서서 맥주를 따라주고 안주용 부침개를 부치는 등 축제에 적극으로 참여했다. 특히 부침개는 흔한 재료가 아닌 새우나 문어 등 건채를 넣어서 색다른 맛을 냈다. 중부시장이 가진 식재료를 충분히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축제는 젊은 고객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축제를 전후해 15% 정도 매출이 오른 것으로 자체 조사결과 나타났다. 관광을 목적으로 온 고객도 10~15% 늘었다. 3년 동안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끝났지만 올해부터는 중구청에서 축제를 지원하고 있다.

신중부시장 공식브랜드 ‘아라장’

▲ 신중부시장이 건어물 특화시장으로 인지도 향상을 위해 만든 시장공식 브랜드 ‘아라장’. 아라장은 신중부시장 제품의 자신감이며 신뢰의 상징이다. 우측은 아라장 브랜드를 사용하는 상인들 점포에 붙이는 ‘선도형 점포’ 동판이다

신중부시장은 건어물 특화시장 인지도 향상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중 하나로 자체 브랜드인 ‘아라장’을 개발했다. 아라가 바다를 의미하고 장은 시장에서 가져와 합성한 바다장터란 뜻이라고 한다.(사실 아라가 바다를 의미한다는 근거는 없다)

아라장 브랜드는 선물세트를 비롯해 쇼핑백, 용기 등에 부착해 신중부시장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아구살 포, 다시 티백, 김국, 동전포, 꼬리포, 건어물 스낵 등 건어물을 사용한 대표상품을 개발해 아라장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라장 브랜드 사용하는 선도형점포를 육성하고 있다. 현재 신중부시장에는 10여개 점포가 아라장 브랜드를 부착하고 영업하고 있다. 아라장은 신중부시장 제품의 자신감이며 신뢰의 상징이다.

중부·신중부시장의 미래와 숙제

▲ 중부시장 개장을 알리는 당시 신문광고. 중부시장은 1959년 2월26일 개장했다. 개장식은 허정 서울시장이 테이프커팅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개장식에 왔었다는 기록은 전쟁 직후 부지 시찰에 나온 것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신중부시장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 대상 시장으로 많은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문광형시장육성사업단은 모두 12개 대표적인 성과물을 얻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건어물맥주축제 △시장대표브랜드 아라장을 비롯해 △선도형 점포육성과 확산 △스토리텔링과 시장홍보 △시장홍보 프로그램과 방문객 증가 △해외 선진시장 견학 △상인 의식개혁운동 △건어물 특화디자인 구축 △신중부시장 풍물단 운영 △한마당 잔치 봄가을 축제이벤트 △점포 및 시장환경개선 비주얼 머천다이저(VMD) 등을 통해 △사업단 평가 서울지역 최초 S등급과 장관상을 수상하는 결실을 맺었다.

건어물은 매일 장을 보는 품목이 아니다. 또한 저장성이 좋아 오래두고 먹는 식재료다. 그렇다보니 중부시장에는 한낮에 일반 소매 손님들이 붐비진 않는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의 쇼핑문화 변화로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중부시장만 해도 연세가 지긋한 주부들이 주 고객이다. 시장의 미래는 미래세대에 있다. 젊은 세대 발길을 잡아끄는 소구력, 지방과 외국 관광객이 꼭 한번 거쳐 가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부시장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매력은 상품만이 전부가 아니다. 상품을 파는 상인이 될 수도 있고 시장만이 품고 있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손때 묻은 집기는 물론 공간이 담은 역사적 사건도 될 수 있다. 이런 매력 요소를 발굴해 끊임없이 기록으로 남기고 널리 퍼트리는 것이 시장의 생명력을 키우는 것이다.

▲ 아침부터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광장시장(위)과 같은 시각대 외국인 관광객이 안보이는 중부시장(아래) 전경.

시장의 생명력을 불어 넣는 중요한 한 축은 먹거리다. 인근 광장시장이 북적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먹거리 때문이다. 빈대떡과 육회는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이들과 함께 순대, 떡볶이, 매운탕 등 다양한 먹거리 거리가 시장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서 언제나 초만원을 이룬다. 시장 역사만큼 먹거리 문화가 탄탄하게 발달한 곳이다.

중부시장은 문광형 시장육성 사업이 끝났다. 문광형 시장의 비전은 고객이 즐겨 찾는 스마트한 시장육성이다. 이를 통해 매출증가와 이용고객 증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다. 전략으로는 문화 접목형, 관광 접목형, 국제 명소형 등이 있는데, 중부시장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접근했는지 결과물을 봐서는 어느 것인지 도드라지지 않는다.

서울미래유산 아키비스트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축제평가위원, 전통문화콘텐츠 심사평가위원의 시각으로 중부시장의 긍정적 미래에 대해 조언하자면 먼저 전략적인 측면에서 국제적 건어물 명소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건어물이란 특성상 내수 소비의 한계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식문화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건어물 장을 보게 한 후 음식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느낀다. 청년 셰프들이 한번 쯤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분야다.

문제는 문광형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 부족이다. 외래어 표기 및 시장상인들의 인식 부족으로 외국인에 대한 서비스가 미비한 상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미군기지 중심의 평택국제중앙시장과 다문화가정 밀집지역인 수원팔달문 일대 전통시장은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높아 문광형시장으로 선정했지만 시장 내부에는 영어를 비롯한 외래어표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면세점과 백화점, 대형마트의 방문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전통시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서비스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어 장보기 안내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중부·신중부시장에는 서울미래유산을 표시한 동판이 없다. 동판은 서울시 미래유산팀에 신청하면 무상으로 해준다. 시장과 붙어있는 을지로 조명상가는 미래유산 동판을 사람들 왕래가 많은 인도 한복판에 박아 놨다. 중부·신중부시장도 시장 1번 입구 언저리 좋은 자리에 동판을 설치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먹자골목 활성화도 중부시장의 큰 숙제다. 어쩌면 중부시장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묘수가 먹거리 골목 조성과 시그니처 메뉴 개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부시장의 매력은 전국 건어물 집산지라는 점이다.

2012년 건어물레시피 개발 용역사업을 진행해 수많은 요리를 만들어 냈지만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내줬으나 빠져나가 비어있는 노점을 활용해서 시식코너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고려해볼만 하다.

또 레시피 중 식당음식으로 적당한 것을 사용한 중부시장만의 특화 음식점을 만드는 것도 시장의 미래를 위해 한번 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인회에서 운영하면 부담도 적고 관심도 많아질 것이다. 문광형 시장 사업이 끝난 시점에서 중부·신중부시장의 또 한단계 도약은 상인들만이 정답을 가지고 있다.

신구시장의 조화가 살아있는 서울의 중심 시장, 건어물의 성지 중부‧신중부시장은 독보적이고 매력적인 시장이다. 시장의 미래가치가 높은 발굴하지 못한 미완의 ‘매력 포인트’가 많은 시장이다. 또한 후손들에게 물려 줄 100년 후 보물인 서울미래유산이다.

[아키비스트(Archivist)]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前 기자, 칼럼니스트)
김범준 한국교사강사연합회 협동조합 대표

[문화지평]
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2016)
역사도시 서울답사(2017)
2천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2019)
서울미래유산 시장 아카이빙(2019)
기업‧단체 인문역사답사 다수 진행

문화지평  moonwhajipy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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