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대부분 사람들은 한 여름에 열대야라는 무더위로 잠을 설친다. 이들에게 반가운 것이 바로 유난히 울음소리가 구성진 곤충의 소리다. 그래서 그 울음소리를 듣고 사람들은 불면의 밤을 끝내는 가을이 왔음을 안다. 울음 소리도 매미와는 달리 한편의 서정적인 음악을 듣는 것처럼 우수에 젖게 한다. 바로 귀뚜라미로 가을의 서정시인이라 할 수 있다.

몸색이 흑갈색 내지 갈색인 귀뚜라미과는 메뚜기목 귀뚜라미과 곤충으로 세계에 800여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40종 정도가 있다고 한다. 몸길이는 3~40mm로 다양하며 등과 배가 편평하다. 실 모양의 더듬이에 겹눈은 그다지 크지 않다. 수컷 앞날개의 맥상은 복잡하고, 발음기가 잘 발달되어 있다.

앞 날개를 마찰하여 소리를 내는데, 마찰음 기관은 여치과 보다 앞날개에서 더 넓으며 좌, 우 모두에 노상기, 마찰편, 고막이 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암수가 서로를 찾게 해준다. 앞 날개에 발음기를 가진 종의 대부분은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데, 종에 따라서 울거나, 싸우거나 영역 주장할 때, 암컷 유혹할 때 각각 다르게 소리를 낸다고 한다. 배쪽에 있는 유혹샘의 분비물로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 종도 있다.

암컷은 창모양의 산란관으로 땅속이나 식물조직 내에 알을 낳는다. 알상태로 겨울을 보낸 귀뚜라미 애벌레는 번데기 과정이 없는 불완전변태로 성장하며, 어른벌레와 비슷하나 날개가 없거나 아주 작다. 대부분 돌 밑이나 풀숲 등 땅위에서 살지만, 물 위, 나무 위, 집 안, 동굴에서 사는 종류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잡식성이며, 주로 다른 곤충을 잡아먹거나 시체를 먹고 식물도 먹는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소리를 감상하기 위해 옛날부터 귀뚜라미를 길러 왔는데, 중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귀뚜라미 싸움을 즐긴다. 이제는 애완 곤충으로도 판매되는 귀뚜라미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한방에서 귀뚜라미를 이뇨제 등 약용으로 쓴다. 최근에는 식용 곤충이 이슈화되며 귀뚜라미를 이용한 요리 개발 등도 활성화되고 있다.

귀뚜라미는 가을의 대표 곤충으로 밤에 우는 소리를 고독, 아름다운 음악 소리 등으로 묘사한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많다. 속담에 “알기는 칠월 귀뚜라미”, “아는 법이 모진 바람벽 뚫고 나온 중방 밑 귀뚜라미” 등이 있는데 유식한 듯 나서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가을의 서정시인 ‘귀뚜라미(cricket)’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Cricket’은 중세 독일어 ‘kricken(to creak, 날카로운 소리)’이 ‘criquer(멋진 소리를 내다, 삑삑 소리내다)’를 거쳐 지소사 ‘-et’를 가진 고대 프랑스어 ‘crequet/ criquet’으로 변형이 되었다. 이 말이 중세 영어 ‘creket/ crykett/ crykette’를 거쳐서 최종 ‘cricket’으로 정착을 했다. 이 단어는 곤충 귀뚜라미와 운동경기 크리켓을 지칭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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