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암환자들의 공통점은 버섯을 싫어하거나 잘 안먹는다”. 이 말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꾸어 말하면 버섯을 잘 먹으면 항암효과를 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버섯은 우리의 식탁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식단을 풍요롭게 한다. 버섯의 독특한 풍미를 유난히 좋아해서 버섯을 복아 먹거나 삶아서 즐겨먹는 사람도 많다.

버섯은 자루와 갓이 있는 균사체로 보통 담자균과 대형 자낭균을 지칭한다. 가끔 식용이 가능한 지의류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버섯은 식용 버섯과 독버섯으로 구분하는데 일반인은 구분이 힘들다. 화려한 색이나 모양의 버섯과 가로로 잘 찢어지는 것이 독버섯이라 하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투박한 모양의 버섯도 독버섯이 많이 있다. 식용 버섯 중에도 독이 있지만 소량이라서 먹을 수 있거나 조리 과정에서 독이 파괴되어 식용 가능한 버섯도 있다.

버섯은 다세포로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이 가능하다. 버섯은 식물과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즉 서로간에 필요한 영양분을 교환하는 것이다.

우산 모양의 자실체는 주로 주름버섯과에 있는데 1개의 갓과 자루로 구성되고, 갓의 밑면에 얇은 잎 같은 주름살이 있으며, 여기에서 포자가 방출된다. 자실체는 땅속에서 얽혀 있는 실 모양의 균사체 덩어리에서 나온다. 영양분이 고갈되면 몇 개월만 자실체를 내고 죽는 1년생도 있지만, 충분한 영양에 온도와 습도가 적당하면 균사체는 매년 새로운 자실체를 만든다.

송이버섯이나 선녀낙엽버섯 등의 버섯 종류는 들에 크고 동그란 고리형태로 군집을 이루는데 이를 균륜이라고 한다. 하나의 포자에서 나온 균사체가 지하에서 자라 둥근 큰 균사체 덩어리를 이루다 적당한 때 이 덩어리의 가장자리에서 자실체가 형성되어 고리 모양의 버섯군집을 만든다.

그물버섯과의 버섯은 주름버섯과는 달리 갓 밑면의 자실층에 벌집 모양의 관공이 있다. 사람들이 아는 버섯은 주름버섯과 그물버섯이 대부분인데 버섯처럼 생기지 않은 버섯류들도 있다. 이 중 턱수염버섯류의 갓 밑면이나 산호침버섯류의 가지 끝에는 이빨, 가시, 사마귀 모양의 돌기가 있다. 구멍장이버섯목의 구멍장이버섯, 조개버섯 또는 말굽버섯들은 그물버섯류처럼 갓 밑에는 관공이 있지만 자실층 안에는 없다.

국수버섯속과 싸리버섯속의 버섯들은 관목, 곤봉 또는 산호 모양으로 자란다. 꾀꼬리버섯속과 그와 유사한 버섯들은 곤봉, 원뿔, 트럼펫 모양의 자실체를 가지는데 그 끝부분은 나팔 모양이다. 말불버섯목의 말불버섯, 말뚝버섯, 방귀버섯, 찻잔버섯 등은 보통 버섯으로 취급된다. 서양 최고가 식용 버섯인 모렐은 자낭균류의 곰보버섯속과 베르파속이고, 유사균류인 마귀곰보버섯속, 안장버섯속의 버섯은 담자균류처럼 버섯으로 취급된다. 버섯은 아니지만 버섯으로 취급되는 다른 특이한 형태는 흰목이속의 흰목이류, 목이, 식용 송로 등이 있다.

동양은 예로부터 송이버섯,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등을 많이 먹었고, 광대버섯속 버섯들에 대한 독성도 잘 알려져왔다. 또한 한의학에서 복령, 저령 등이 한약재로 쓰였고 특히 영지버섯은 불로초라 하여 귀한 약재로 취급되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약리 효과를 기대하여 영지버섯, 구름버섯(운지버섯) 등이 상업적으로 재배된다. 동양에서는 표고, 느타리, 목이 버섯 등이, 서양에서는 양송이가 주로 재배된다.

버섯은 영양은 높지 않지만 담백하고 은은한 향과 맛으로 고급 요리에 많이 쓰인다. 보통 재배되는 버섯은 물이  90% 이상, 단백질 3% 이하, 탄수화물 5% 이하, 지방 1%, 그외 소량의 무기염류, 비타민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제주도, 지리산, 오대산을 중심으로 표고를 재배했다. 해방 후 농수산부의 임업시험장과 특수임산사업소에서 종균배양과 기술개발을 실시해 표고, 양송이가 대량으로 재배된다.

요리에 많이 쓰이는 ‘버섯(mushroom, fungus, toadstool, mycology)’은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Mushroom’은 저지 프랭크어 ‘mosa(moss)’ 혹은 고대 네덜란드어 ‘mosa(moss)’가 고대 프랑스어 ‘mousse(moss)’가 됐다. 이 말이 고대 프랑스어 ‘mousseron’으로 변형되고 앵글로-노르만어를 거쳐서 중세 영어 ‘musheron/ musseron’이 된 다음 ‘mushroom’으로 최종 정착했다.

1400~1600년경 ‘mushrom’, ‘mushrum’, ‘muscheron’, ‘mousheroms’, ‘mussheron’, 혹은 ‘musserouns’이란 말들이 쓰였다.   

‘fungus(복수형 fungi)’는 Horace와 Pliny의 저서에 사용된 라틴어 ‘fungus(mushroom)’에서 직접 유래되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 ‘sphongos(sponge)’에서 유래되었는데 육안으로 보이는 버섯의 구조와 형태를 언급하는 말이었다.

‘toadstool(독버섯, 버섯)’은 네덜란드어 ‘padde(n)stoel(toad-stool, mushroom)’이나 독일어 ‘Krötenschwamm(toad-fungus)’의 유사어로 본다. 이 말은 ‘toad(두꺼비)’와 ‘stool(의자)’이 합성된 말로 중세 영어 ‘tode-stole/ tadstol/ taddestol’을 거쳐 ‘toadstool’로 최종 정착했다.

독일의 민속이나 요정 이야기에서 ‘toad(두꺼비)’는 버섯위에 앉아서 혀로 파리를 잡는 두꺼비로 묘사되서 독일어 이름은 ‘flies' mushroom’을 의미한다. 

 ‘mycology(균류학, 균학, 균군)’는 그리스어 ‘mykes(mushroom)’와 ‘logos(토론)’의 합성어에서 유래되었다. 라틴어 형용사 ‘mycology(mycologicæ)’는 1796년 Christiaan Hendrik Persoon의 책에 등장했다. 이 단어는 1824년경 Robert Kaye Greville의 책에서 영어로 처음 나타났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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