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결혼을 할까요? [박수룡 칼럼]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l승인2019.12.23l수정2019.12.23 22:07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매력 없는 이야기지만 저의 경우에는 ‘살 집’이 필요해서 결혼을 했습니다.

지방에서 자란 저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느라 하숙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결혼한 형들에게까지 차례로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그런 것들이 점점 불편해져서 내 집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아예 결혼을 하는 게 낫겠다는 계산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 그 무렵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결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아주 정나미 떨어지는 말이겠지만 미안하게도 사실입니다. 저는 결혼하기 전 소위 ‘프로포즈 이벤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 전 아내가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 사람하고 결혼을 하기는 할 거냐’고 자꾸 묻는다.”고 하기에 “그럴 거라고 말하지 그랬어요?. 나는 같이 살고 싶은데.” 라고 대답한 게 전부입니다.

저는 이런 청혼 아닌 청혼을 아내가 받아준 것을 정말 다행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사실 그 보다 더 다행인 것은 그때 내게 ‘살 집에 대한 필요'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한참 후에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해서 살고 있을 거고, 그것으로 나의 삶은 현재와 판이하게 달라져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에는 그런 순간들이 꽤 많습니다. 마지못해 받아들인 상황이 최상의 기회였다거나, 최대의 이익을 얻을 거라 확신했지만 참담한 결과로 끝이 나는 경우들 말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결혼하기로 결정했지만 사실은 결혼이 나의 삶을 결정짓더라는 말입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가 된 지 한참 후에 부부가족치료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환자 치료가 목적이었습니다. 정신과를 찾는 분들 중 상당수가 가정에서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전통적인 정신의학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주기 어려웠기 때문에, 정신의학을 보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시작했던 공부가,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한 것과 부부가족치료를 공부한 것으로 제 삶은 아주 많이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부부가족치료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과 사랑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은 ‘살 집’과 같은 필요 때문에 구입하는 상품이 아니며, 뜨거운 사랑의 열정으로 시작할 수 있는 모험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사랑이나 결혼까지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잘 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동화나 드라마가 ‘두 사람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을 맺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부부라는 관계가 얼마나 모진 악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주변이나 뉴스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부부 간의 폭력뿐 아니라 살인이나 자살이 드물지 않은 것을 보면 부부갈등에 이은 이혼 정도는 오히려 점잖은 편에 속합니다.

주목할 것은, 이런 부부들도 그런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는 다른 행복한 부부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서로 없으면 죽고 못 살 것 같은 연애를 거쳐서 결혼한 부부나 정반대로 중매 또는 소개소를 거쳐서 결혼한 부부 모두 시간이 지나면 그 결혼 만족도에 별 차이가 없더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 결혼에서의 성공 여부는 결혼 당시의 친밀감보다는 결혼과 배우자에 대하여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미학적 포토갤러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5가길 28, 10층 1016호(적선동, 광화문 플래티넘  |  대표전화 : 02-734-8802  |  팩스 : 02-6383-0311 ㅣ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42  |  등록일자 : 2015년 1월 20일 ㅣ제호 : 미디어파인 ㅣ 대표이사 : 문수호  |  전무이사 : 이창석   |  주필 : 김주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창석
Copyright © 2020 미디어파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