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케밥(아랍어: 카바압, 터키어: Kebap/ Kebab)은 중앙 아시아 초원지대와 아라비아 사막을 누비던 유목민들의 간단한 고기 요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터키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투르크족은 결혼, 생일 등 축제나 전쟁, 자연 재해 등 국가적 어려움에 처하면 케밥을 먹으며 함께했다. 케밥은 주로 양고기를 사용하지만 쇠고기와 닭고기를 쓰기도 하며, 빵과 함께 식사로 먹는다.

터키(돌궐) 민족은 중세기 아랍지역을 횡단해 서쪽으로 이동하며 대부분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아랍 문자를 도입했다. 그래서 서북 아시아와 아랍권은 물론 그리스나 남부 이탈리아까지 터키의 문화적 영향이 합쳐져 다양한 음식 문화가 나타났다. 터키는 동서양이 만나는 지리상 이점과 국토가 넓어 허브와 향신료를 쉽게 구했다. 밀과 쌀 등 곡류는 물론 양고기와 유제품, 생선과 야채 등 다채로운 음식 재료를 사용한다. 오스만 투르크 때 인근 나라들에 조리법과 요리를 전할 만큼 발달해서 터키 요리는 프랑스 요리, 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꼽히기도 했다.

전쟁의 긴장 속에 숙식을 해결했던 그들은 이동하며 사육이 용이한 양과 염소 등을 식량으로 삼았고 조리 방법도 쉬웠다. 빠르게 먹기위해 고기를 얇게 잘라 칼과 창에 끼워 불에 구워 먹은 것이 케밥(Kebab)이다. 이들은 이 음식을 훌륭한 식사로 변모시켰고 아랍 대부분 국가와 인도 등 서 아시아에도 전파시켰다.

케밥의 종류는 다양하다. 고기를 겹겹이 쌓아 돌려 굽는 도네르(Doner : 회전) 케밥, 진흙 통구이인 쿠유(Kuyu) 케밥, 쇠꼬챙이에 끼워 구운 시시(Shish/ Şiş) 케밥, 도네르 케밥에 토마토 소스 등을 첨가한 이슈켄데르(Ishkender) 케밥, 아다나 케밥(Adanaı) 등이 대표적이다.

도네르 케밥은 큰 창에 얇게 저민 양고기를 원통처럼 쌓아 돌려가며 굽는다. 익은 부분을 잘라 야채, 소스와 함께 얇은 빵에 싸서 먹는다. 보통 양고기를 쓰나 소고기나 닭고기도 쓴다. 시시 케밥은 고기를 칼이나 창에 끼워 숫불에 구운 음식으로 가장 유명하다. 미국 영어 케밥은 시시 케밥만을 의미하지만, 영국 영어의 케밥은 시시 케밥과 샤와르마와 도네르를 의미하기도 한다.

터키어 'sis(꼬챙이)'와 'kebab(양)'이 합쳐졌다. 밥과 석쇠로 구워 채소와 같이 먹는 이 요리는 그리스는 아르니 수블라키아, 소련에서는 샤슐리크라 부른다. 이스켄데르(İskender) 케밥은 터키 서북부 도시인 부르사 요리이다. 19세기 말 요리를 발명한 이스켄데르 에펜디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이 케밥은 도네르 케밥으로 얇게 썬 양고기에 토마토 소스를 얹고, 그 위에 요거트와 양 치즈를 얹은 후, 피데 빵을 함께 서빙한다. 식당에서는 "이스켄데르 케밥", "부르사 케밥" 등으로 판매된다.

아다나(Adana) 케밥 혹은 크이마(kıyma : 다진 고기) 케밥은 양고기와 양꼬리 지방을 칼로 다져 넓은 꼬챙이에 붙여 숯불에 굽는다. 시시 케밥의 일종으로 터키 남부 도시 아다나에서 따왔다. 아다나식 케밥은 맵지 않지만, 이스탄불 등 타 지역에서는 다진 고기로 만든 크이마 케밥이 매운 아다나 케밥과 맵지 않은 우르파 케밥(Urfa)으로 나뉜다. 자으(Cag) 케밥은 아나톨리아의 에르주룸의 특산 음식으로 양고기, 쇠고기와 야채 등을 양념하여 꼬치에 끼워 굽는다. 국물있는 항아리(Testi) 케밥은 카파도키아의 유명한 음식으로 진흙 항아리 안에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의 재료를 넣어서 만든다.

터키의 대표음식 ‘케밥(kebap)’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Kebap(양, 구운 고기)’은 17세기 후반 아랍어 ‘kabāb’이 우르드어, 페르시아어, 터키어를 거쳐 영어로 유입된 말로 고기를 구워 만든 요리를 두루 일컫는 말이다. 언어학자 Sevan Nişanyan은 14세기 초 나타난 터키어 ‘kebap’은 아랍어 ‘kabāb(구운 고기)’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음식 역사학자 Gil Marks는 중세 아랍어와 터키 용어는 아람어에서 파생한 페르시아어 ‘kabab’을 차용했다고 주장했다.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은 ‘태우다, 까맣게 타다, 굽다’ 의미의 아람어나 아카디안어 어근이 동셈어를 거쳐 케밥으로 유입됐다 설명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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