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이트 헌터’(데이비드 레이먼드 감독)는 반전 하나로 엄청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다.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 헨리 카빌이 주역 마셜을 맡아 그 큰 덩치로 액션을 펼치기보다는 두뇌와 감정으로 연쇄살인범과 심리전을 펼치는 지적인 매력을 뽐낸다.

원목을 실어 나르는 트럭에서 30대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고 강력계 형사 마셜이 나선다. 부검 결과 여자는 강제 감금돼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전직 판사 쿠퍼(벤 킹슬리)는 수양딸 라라를 미끼로 내세워 원조교제를 하는 파렴치한 남자들을 함정에 빠뜨린 뒤 화학적 거세를 하고 돈을 빼앗는다.

쿠퍼는 여느 때처럼 라라를 앞장세워 ‘악마’를 잡는 작업에 나서지만 꾀 많은 작자와의 두뇌 싸움에서 져 그만 라라를 놓친다. 라라의 휴대전화엔 쿠퍼가 심은 추적 장치가 연결돼있어 뒤따르지만 접촉사고를 내는 바람에 경찰에 잡히고 마셜은 쿠퍼의 도움으로 외딴집을 급습해 사이먼을 검거한다.

사이먼의 집에선 라라를 비롯해 감금된 다수의 소녀들이 발견된다. 그가 30대 여자를 비롯해 최근 발생한 젊은 여자들의 성폭행, 살해, 실종 등의 범인임을 직감한 경찰은 프로파일러 레이첼(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을 투입한다. 그러나 사이먼은 헛소리만 하고, 레이첼은 왠지 그를 두둔하는데.

주요 키워드는 유다, SNS, 남자들의 더러운 성욕, 그리고 사회가 만든 인격 장애다. 유다는 예수가 직접 뽑은 12제자 중 한 명으로 은화 30전에 예수를 팔았다 나중에 돈을 돌려준 뒤 자살했다. 쿠퍼는 유다다. 판사 재직 때 판단 착오로 성범죄자를 풀어준 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법복을 벗었다.

그리고 그는 속죄하는 심정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성범죄자들을 손수 처단하고 있는 것. 라라는 어두운 과거를 씻고 예수를 모신 막달라 마리아다. 마셜의 10대 딸은 SNS를 통해 숱한 남자들과 대화하고 아내는 그런 딸이 걱정돼 SNS 계정을 뒤지면서 “남자는 모두 짐승”이라 경고한다.

딸은 자신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엄마와 갈등을 빚고, 베테랑 형사인 마셜은 풍부한 수사 경력으로 그녀의 SNS 친구들의 정체를 일일이 설명해가며 자연스레 그들과 멀어지도록 유도한다.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교묘해지며, 뻔뻔스러워지는 남자들의 성범죄와 여자를 도구화하는 인식을 경고한다.

우리나라만 봐도 현재 남자들의 성에 대한 의식과 범죄에 대한 무감각은 정말 세기말적으로 심각하다. 우리에 비해 개방적이고, 땅덩이가 크며, 그만큼 인구도 많은 미국은 얼마나 만연됐고 다양할까? 그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영화는 내내 우울하고 음산하다. 왠지 마셜의 머리와 수염은 덥수룩하다.

특별한 설명은 없지만 그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그가 사는 곳은 딸이 “정상적인 집에서 살면 안 돼요?”라고 기함할 정도로 무질서하고 너저분하다. 그런 설정은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분위기가 평범한 사람이 살기에는 보편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중인격자 사이먼도 그런 맥락.

그는 공장 노동자인 엄마가 야근 후 강간당해 낳은 사생아다. 강간한 범인은 인근의 권력을 쥔 부자다. 치욕스럽지만 생명을 제거할 수 없었던 엄마는 사이먼을 낳은 뒤 성경에 ‘기뻐하라, 유다의 매춘부가 죽었도다’라고 쓴 뒤 자살했다. 사이먼이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징글벨’, 신앙은 윈터버그다.

윈터버그는 일종의 주술적 이교를 뜻한다. 예수 탄생을 찬양하는 노래를 즐기면서도 이교를 믿는다는 설정은 반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통장에서 거래 내역이 없는 그의 집에서 꽤 많은 돈이 발견돼 레이첼이 추궁하자 사이먼이 “산타클로스가 내려와 주고 간다”고 대답을 하는 것까지.

언 강 위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참으로 서늘하다. 사이먼의 정신분열이 그렇듯 이 사회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안전하지 못하다. 단단한 얼음처럼 밑받침이 돼주는 것 같은 각종 정책과 장치는 사실 허점이 많다는 불편한 진실. 사이먼 역의 브렌던 플레처의 연기 솜씨가 작품의 격을 높였다. 29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