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상+김하영, 열애설을 즐기고 누리다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20.02.09l수정2020.02.0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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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유민상과 김하영은 KBS2 ‘개그콘서트’의 ‘절대(장가)감 유민상’ 코너에서 일부러 열애설을 조작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녹화에서도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갖춰 입고 마치 결혼식을 올린 듯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코너를 홍보하는 한편 소문의 진위 여부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김하영은 지난 7일 오후 SBS 라디오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출연했다. DJ 김태균은 “지난번 출연 때 유민상과의 열애설 기사가 많이 났는데 가족들이나 친척들의 반응은 어땠냐”고 물었고, 김하영은 “부모님은 유민상의 인상이 좋아서 좋다고 했다”라고 답하면서도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는 “운동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해 주짓수를 하는 이재윤이 이상형”이라고 답했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철학의 중심은 4개의 우상의 경계다. 인간으로 하여금 과오를 범하게 만드는 나쁜 습성을 뜻하는 우상은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의 이름을 딴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적 용어가 있다.

유민상은 ‘개그콘서트’를 통해 비교적 부정적인 이미지 없이 가장 오랫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개그맨을 대표한다. 오는 10월이면 만 41살이 되는 그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신에게 연인이 생길 가능성이 부족하고 그래서 결혼할 확률도 희박함을 소재로 개그를 펼쳐왔고, 그런 ‘셀프 디스’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는 N포세대라는 신조어를 낳은 이 시대적 통증과 맞물림으로써 시청자들의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효과다. 소수의 부잣집 자제를 제외한 요즘 대다수의 젊은이들에겐 희망이 없다. 미래를 설계할 만한 비전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 등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다수의 행복을 포기했다.

유민상은 자신의 몸매 등 외모가 여성들의 호감을 살 만한 형편이 못 된다는 점을 부각하며 진작부터 ‘연애 포기’를 선언했다. 시청자 입장에선 자신들보다 돈도 잘 벌고, 훨씬 유명해서 호감도가 높은 유민상도 연애와 결혼을 포기할 정도라는 걸 기준 삼아 자포자기를 합리화하며 자기를 위무할 수 있다.

즉 유민상은 위로고 핑계며 바로미터다. 김하영에겐 ‘재연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일부 드라마와 영화에 조, 단역으로 얼굴을 비친 바 있지만 그녀를 대표하는 작품은 MBC ‘서프라이즈’다. 연극배우로 출발해 안방극장에까지 진출했지만 정극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 성격의 재연 오락 프로그램이 주 무대다. 그래서 재연배우로 불리는 것이다.

배우가 좋은 점은 연기력만 뛰어나다면 언젠가는 빛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오랜 세월을 와신상담한 뒤 고진감래하는 배우들을 종종 보곤 한다. 시청자들은 김하영의 미모나 연기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녀는 ‘서프라이즈 걔’로 불리던 이중성의 한계에서 쉽게 벗어날 기미를 안 보였다.

그런데 유민상과의 ‘조작’으로 인해 이제 그 지긋지긋한 ‘서프라이즈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아이디어는 ‘시장의 우상’이란 별로 아름답지 못한 조작 혹은 주작에서 비롯됐지만 결국 긍정적인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결실로 보상받게 된 셈이다.

‘종족의 우상’은 자연 현상 속에서 발견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 이외의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일종의 의인화다. 마치 인간 사회 같은 질서를 바라는 과욕 혹은 착시현상이다. ‘동굴의 우상’은 편견이고, ‘극장의 우상’은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성 체계에 대한 집착의 보수성이다.

‘시장의 우상’은 헛소문이나 언어의 폭력을 의미한다. 요즘 가짜뉴스가 대표적이다. 연예계에도 증권가나 정치판만큼 ‘카더라’ 통신이 폭발적으로 난무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 얘기는 열애 혹은 성 관련 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돈과 성이기 때문이다.

유민상과 김하영은 그런 것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남녀관계를 천박한 이불속 스캔들이 아닌, 연예인이지만 그중에서 뭔가 부족함이 있는 ‘루저’들의 생존기로 그려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체념에 대한 실존주의적 이념을 주입해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그건 마치 ‘유민상이 개그맨이 아니었다고 생각해 봐’라며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듯하다.

피그말리온은 문란한 키프로스 여인들에게 혐오감을 느껴 자신의 이상형에 완벽하게 가까운 여인상을 조각한 뒤 그녀를 열렬히 사랑한 결과 아프로디테가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줬고 그래서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았다. 긍정적 생각이 실제 발전적 현실을 가져온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다.

이제 시청자들은 외려 유민상과 김하영이 진짜로 연애를 하고 웨딩마치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더불어 그게 아니라도 상관없고, 혹은 그냥 이런 재미있는 조작 혹은 주작을 가장한 ‘몰래 연애’라고 할지라도 그걸 즐기는 자신들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끌었으면 하고 바랄 따름이다.

그런 시청자들의 심리를 잘 아는 듯 ‘절대(장가)감 유민상’과 SNS를 통해 이 공인된 ‘늑대가 나타났다’를 외치는 유민상과 김하영은 연예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듯하다. 마치 아직도 열애가 보도되면 허둥지둥 아니라고 잡아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부 연예인에게 ‘진실의 문아, 열려라’라고 외치는 가운데 공인된 거짓말과 그 화제성으로 얻은 후광효과를 즐기는 듯하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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