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세가의 인기 게임을 실사판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든 ‘수퍼 소닉’(제프 파울러 감독)은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등 투자 대비 실패한 유사 영화화와 달리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게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집중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군더더기 없고, 주장하는 바가 분명한 전형적인 팝콘무비.

우주 어느 섬나라. 워낙 좁기도 하지만 음속으로 달리는 소닉에겐 일주하는 데 불과 2초밖에 안 걸린다. 오비완 캐노비 같은 부엉이 스승이 소닉을 가르치는데 괴한들이 공격한다. 화살을 맞은 스승은 지구로 가는 문을 열어주며 공간을 열 수 있는 반지 꾸러미를 소닉에게 남긴 뒤 숨을 거둔다.

10년 뒤. 소닉은 미국 몬태나 시골 동굴 속에서 은거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신하는 크레이지 칼이란 늙은이에게 ‘블루 데블’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추적당하는 위험을 즐기며 살고 있다. 지역 경찰 톰(제임스 마스던)은 수의사 아내 매디(티카 섬터)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전근을 꾀한다.

소닉에겐 자신도 모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어느 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한밤에 야구장에서 홀로 놀이를 하던 소닉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에너지 발산 수치가 높아져 그 여파로 일대가 정전이 된다. 군 수뇌부는 엄청난 화력을 지닌 적대 세력의 침입으로 보고 로봇로닉(짐 캐리) 박사를 부른다.

최첨단 기계 장치로 중무장한 로봇로닉은 소닉의 흔적에서 지구 그 어느 생물과도 일치하지 않는 외계인임을 감지하고 본격적으로 추적한다. 창고에 너구리가 침입했다고 확신한 톰은 그 괴물체를 향해 마취총을 쏘는데 소닉이다. 그렇게 둘은 친구가 돼 로봇로닉에게 쫓기며 지명 수배되는데.

영화 ‘스피드’, ‘플래시’, ‘맨 인 블랙’, ‘샬롯의 거미줄’ 등을 대놓고 거론하거나 차용, 인용, 변용한다. 소닉은 키애누 리브스 주연의 ‘스피드’를 좋아한다면서 DC코믹스의 ‘플래시’를 거론한다. 마블로 치면 퀵실버다. ‘음속의 고슴도치’인 소닉에게 ‘날쌘돌이’인 플래시 등이 신경 쓰이는 건 당연지사다.

‘맨 인 블랙’을 입에 올린 건 소닉이 외계인이기 때문. E. B. 화이트의 동화 ‘샬롯의 거미줄’은 이 영화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동화는 돼지 윌버와 암거미 샬롯을 통해 우정의 소중함과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는 교훈을 준다. 부엉이는 ‘스타워즈’보다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에 더 가깝다.

그는 소닉에게 반지를 유물로 전하며 “누군가 네 힘을 탐낼 거야(그러니 조심해)”라는 유언을 남긴다. 톰의 조상은 시골 그린힐즈에서 대대로 살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지역 보안관이었고 그도 지역 경찰로 근무하는데 “경찰이 아니라 베이비시터 같다”고 투덜거리며 대도시로 나가려 애쓴다.

그러나 소닉은 생각이 다르다. “네가 ‘이 작은 시골 동네’라고 하는 그린힐즈는 정겨워서 좋은데 왜 떠나?”라며 의아해 한다. 사실 톰은 윌버였다. 과속 운전자를 잡겠다며 하루 종일 도로를 지켜도 실적을 못 올리는 게 일상이다. 그래서 그는 도넛과 대화를 하고, 도넛에게 화풀이를 하는 루저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그를 지켜봐온 소닉은 그를 도넛맨이라 부른다. 소닉은 윌버를 위해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라고 홍보해주는 글을 쓰고, 무려 514개의 알을 낳는 샬롯 같은 능력자다. 그러나 그 역시 외롭긴 마찬가지. 거의 동시에 투수, 포수, 타자, 야수 등 전 포지션을 소화하지만 외톨이인 것.

둘은 악연으로 만나고, 로봇로닉은 소닉의 초능력을 탐내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조작한 뒤 추적한다. 도주하는 동안 톰은 처음엔 불편했던 소닉이 점점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도 자신과 똑같이 정이 넘치는 생명체라고 인정하며 마음을 연다. 그리고는 소닉이 작성한 버킷 리스트를 함께 해결해 나간다.

그 리스트 중 굉장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는 게 폭주족들의 단골 바에서 집단 패싸움하기다. 소닉은 이곳에서 곧 Z Z 탑(미국의 유명 컨트리블루스 밴드)의 공연이 있을 것이라며 기뻐하더니 난동의 발단이 된다. 신나게 흐르는 퀸의 ‘Don't stop me now’는 소닉의 존재를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사실 소닉은 육체적 능력에서 타 인종에 비해 우월한 흑인을 은유한다. 톰은 백인인데 매디는 흑인이고 직업은 수의사다. 과거에 톰은 2개의 ‘알바’를 더 뛰어 매디의 학비를 지원했다. 톰은 수시로 자기 집 쓰레기통을 뒤지는 너구리를 없애지 못해 안달이지만 매디는 동물들을 사랑해주길 원한다.

그린힐즈 사람들이 소닉을 보고 놀라며 거부감을 갖는 건 아직도 인종차별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환유다. 외계인에 대해 ‘에이리언’ 같은 부정적이고 공포적인 망상을 가진 데 대한 조롱일 수도 있다. 로봇로닉이 무조건 소닉을 잡고 죽이려 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배타적인 기득권 세력의 ‘꼰대’다.

톰에게 “네가 분유 먹을 때 난 수학 공식을 뗐어”라고 으스대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과 미국은 나이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 다르지만 아무래도 숫자의 차이에 대한 편견은 있기 마련. 그래서 로봇로닉은 아직 경험이 일천한 톰을 비웃는 것이다. 이런 ‘꼰대 마인드’에의 조롱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버킷 리스트를 쓰다 보니 못 해본 게 너무 많다는 대사는 콧등을 시큰하게 만든다. 리스트의 완성은 ‘진짜 친구 만들기’. 매우 미국적이면서 세계 공통적이다. 매디의 언니는 톰을 거부하지만 질녀 조조는 이모부를 좋아한다. 그녀가 소닉에게 신발을 선물하는 시퀀스는 뭉클하다. 쿠키 2개. 12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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