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언제나 과거는 현재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한 열쇠가 되어준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역사로부터 무궁무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것일수록 과거 또한 중요하게 성찰해야 더욱 새것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에서 17세기~18세기에 걸쳐 진행된 과학혁명만큼 인간의 삶과 문명을 바꿔놓은 혁명도 드물다. 과학혁명을 통해 인간은 비로소 오늘날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세계에 관한 지식들을 대거 획득할 수 있었다. 넓은 맥락에서 보자면, 산업혁명은 과학혁명의 후예다. 과학혁명을 이뤄냈던 인물들을 살펴보면, 오늘날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사진출처=픽사베이)

나도 말할 수 있다!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는 과학혁명의 출발점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놓인다고 주장함으로써 인류에게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주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무언가가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었을 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그의 혁명성을 칭송한다. 그러나 사실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성은 단지 우주의 중심 자리에 지구가 아닌 태양을 놓은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당시 천문학자라는 직업은 철학자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천시되었다. 우주의 실제 모양에 대해서는 철학자만이 말할 자격이 있고, 천문학자는 그저 별들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는 이러한 통념에 저항했다. 천문학자에게도 우주의 모습에 대한 발언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이다. 자신은 말할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대해 용기 있게 발언하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필요한 인재상이다.

옳은 것은 널리 알려야!
실제로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적인 주장은 그의 당대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을 널리 알린 인물은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였다. 그가 보기에는, 옳은 주장이란 언제나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망원경을 개량하여 수많은 관찰을 통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이른바 지동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찾아냈다. 그는 또한 달변가이자 논쟁가로서도 유명했다. 재치 넘치는 논변과 말솜씨로 그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귀족들로 하여금 지동설 연구를 후원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결과로 당대의 권위였던 교회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옳은 진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그의 신념만큼은 오늘날의 인재들도 배워야 할 정신임에는 분명하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사진출처=픽사베이)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라!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는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와 더불어, 천문학의 혁명을 이끌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덴마크 궁정 귀족의 아들이었던지라, 남부럽지 않은 지위를 누리는 동시에 천문학을 연구하기에 부족함 없는 재정적 능력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당대에 천문학은 귀족들의 학문이 아니었는데, 브라헤는 덴마크 왕으로부터 섬을 하나 통째로 하사받아 거기에 우라니보르그라는 천문대를 만들고 평생 관찰에 몰두했다. 그렇게 그는 전례 없는 정확한 천문 관측 자료들을 축적했으며, 그 모든 자료들은 그의 제자 요하네스 케플러에 의해 해석되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계의 모습을 밝혀주었다. 이 모든 일은 브라헤가 누렸던 재정적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정말 중요한 분야에 그만큼의 재정이 투자되고 있는지, 보다 넓은 안목이 갖춰져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젠틀맨이 되어라!
보통 우리는 신사의 나라 하면 영국을 떠올린다. 멋진 정장을 차려 입고 팔에 우산을 끼우고 폼 나게 걸어 다니는 예의바른 신사를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신사, 즉 젠틀맨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 의도한 젠틀맨은 단지 그러한 겉보기와는 다른 존재이다. 베이컨은 새로운 시대의 사람들은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과거의 권위에 만족하거나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새로운 경험에 바탕을 두어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자신의 경험이 과연 믿을만한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험은 잘 검증되어야 하고 다른 불필요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외부의 간섭이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잘 검증해낼 수 있는, 그러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일컬어 베이컨은 신사라고 불렀다. 과연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 신사들이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세상을 종합하라!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그가 친애하는 어느 과학자를 두고 이렇게 찬양했다고 한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들은 어둠 속에 까여 있었네. 그때 신께서 말씀하시길, 뉴턴이여 있으라! 하시니 모든 것이 밝아졌다네.” 과학혁명의 역사에서 정점에 있는 인물은 바로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다. 그는 당시에 발견된 새로운 과학의 단편적이고 이질적인 조각들을 이어모아 하나의 통일성 있는 그림으로 만들어냈다. 저 하늘에 있는 별들의 움직임과 당구장 위에 굴러다니는 당구공의 움직임이 동일한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발견은 당대에 충격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수학, 물리학, 광학 등의 많은 분야들에서 스페셜리스트였지만, 각각의 분야에 갇히지 않고 제너럴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오늘날은 스페셜리스트를 장려하는 반면에 제너럴리스트는 없는 시대로 여겨지곤 하는데,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제너럴리스트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우리는 뉴턴을 보면서 질문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
스위스의 의사 파라켈수스는 당대의 기인으로 꼽힌다. 그는 오늘날 화학의 조상에 해당되는 연금술을 연구했는데, 단지 돌을 금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연금술을 통해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 약을 만들고자 실험에 골몰했다. 그는 많은 제자들을 거느렸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으로 충만했다는 점이었다. 중세 암흑기 동안 천년이 넘도록 맹목적으로 숭배되었던 의학 교과서들을 모조리 불태우고, 새로운 의학을 통해 사람을 살리겠다는 사명감이 그들에게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새로운 것이라는 신념만큼 자신을 고취시키고 사명에 불타도록 만드는 강력한 주문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그러한 종류의 사명감이 필요하다. 자신의 영욕이 아닌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만드는 일에 헌신하겠다는 사명감 말이다.

새로운 것에는 새로운 표현을!
과학혁명이 주로 천문학과 물리학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화학의 혁명은 그보다는 조금 늦게 이루어졌다. 화학혁명을 이끈 주인공들 중 하나는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였다. 또 다른 중요한 혁명이었던 프랑스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던 그는, 과거의 미신적인 이론들을 타파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공기인 ‘산소’를 처음으로 발견하여 이름 붙였다. 그는 새로운 것에는 언제나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과거의 오래된 개념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정립한 새로운 화학이론들을 가르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표현들을 고안해냈다. 이러한 표현들은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화학의 기초 용어들로 자리 잡았고, 연금술을 비롯한 과거의 신비적인 용어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언어는 인간의 사유를 활용하여 자신을 표현한다. 과연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낡은 이름들을 과감히 버리고 있는가.

▲ 박은혜 칼럼니스트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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