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저는 이전 글에서 불행을 피하기 어려운 결혼 상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과는 아예 결혼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자 불행한 결혼 생활에 대한 예방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런 상대들에 대한 두 번째 설명입니다.​

​​사람들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각자 나름대로의 취향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취향은 각 사람이 현실적인 삶에 쫓겨 살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하고 또 그를 그 사람답게 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취향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삶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현실의 삶에 지장을 주게 됩니다. 자신의 취향에 대한 집착이 문제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말로는 인정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단계를 중독이라고 합니다.​

중독은 대개 그 중독된 대상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분류를 하지만, 그 현상이나 심리적 특성 그리고 현실적 폐해  등은 대개 비슷합니다.​
  i.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등의 물질 중독​
  ii. ​화투나 카드, 카지노, 경마 등의 도박 중독​
  iii. ​PC 게임, 인터넷 채팅, 쇼핑 등의 행위 중독​
  iv. ​반복되는 외도나 도착적 행위, 음란물 등의 성 중독​
  v. ​일 중독이나 돈 중독 같은 성취 중독​

이처럼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사람들은 그 바탕에 심리적인 불균형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더러는 그 직계 가족 중에 중독자나 우울증 환자가 많거나 어렸을 동안 가족 환경에서 받은 심리적인 상처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이런 중독자들의 뇌에서 중독 행위의 결과로 소위 ‘쾌감 회로’가 형성되어 있어서, 이들은 반복적으로 그런 행위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정하지도 않지만, 더러 중독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을 하고 노력하더라도 좀처럼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 때문에 이런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들은 덩달아서 심각한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결혼하려고 생각하는 상대가 당신과의 약속을 번번이 깨뜨리거나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어떤 중독에 빠져있다면 그 사람과의 결혼을 재고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런 중독 상태의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단순한 결심 정도로는 정상 생활을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인격구조 그리고 삶의 조건 자체를 바꾸는 것 같은 수준의 치료가 필요한데, 그것이 쉽지 않아서 그 가족도 그만한 어려움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특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일 중독자’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짧게 보면 책임감 있고 야망이 있는 그래서 아주 유능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조금 길게 만나보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와 타인의 인정을 통한 자존심의 유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매너 좋고 친절한 사람으로 보였더라도 알고 보면 그것도 주어진 역할과 목적에 충실했던 것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람과 살게 되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관계가 아니어서 당신이 그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당신 곁에 있어줄 것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점은 ‘돈 중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질적인 소유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남들보다 빨리 경제적 안정을 이루려는 것이 잘못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 또는 과도한 사업확장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가족과의 행복은 포기할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어느 정도 수준의 재산을 확보하였더라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런 모험을 계속해나갑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진짜 목적은 경제적 안정이 아니라, 그 과정에의 몰입과 목표를 성취한 순간의 쾌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실지로 자신이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버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싼 외식이나 휴가 등을 준비하여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모습만을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칭찬과 부러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은 가족과 함께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아니라 타인들에게 그렇게 보여지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정작 이 사람과 함께 사는 가족들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외롭고 위태한 느낌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중독의 경우든 이처럼 수단과 목표가 뒤바뀌어서는 함께 살면서 행복해지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합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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