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디지털 성폭력,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잇따라 여성 안전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발표한 국민안전 부문 총선 공약을 통해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정폭력 및 성착취 영상물 구매·소지자 처벌 강화와 스토킹범죄처벌특례법 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 현행범 체포를 응급조치 유형에 추가하고, 임시조치 위반 시 과태료가 아닌 징역·벌금형으로 처벌하며,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등 피해자 안전·인권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변형카메라 수입·판매 및 소지 등록제를 도입하고, 불법촬영물 차단 등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포 협박이나 사진·영상 합성 등 디지털 성범죄 사각지대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스토킹처벌특례법 제정을 통해 징역·벌금형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폭행 협박이나 저항과 관계없이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여성안전 공약 발표를 통해 데이트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지원 특별법과 스토킹 방지 특별법을 제정, 처벌과 피해자 신변 보호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촬영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상을 통한 협박을 성폭력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성폭력 처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개정, 악용을 방지하고 시중 유통을 관리하기로 했다.

집안 모니터로 대문 앞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비디오 창과 문 열림 센서, 휴대용 비상벨 등 스마트 안심 세트를 여성 1인 가구에 지원하고, 성범죄자가 인근 지역으로 전입할 경우 여성 1인 가구에 문자로 알려주는 방향으로 여성폭력 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12월 출소를 앞두고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피해자 생활권역 접근금지 범위를 현행 100m에서 2㎞로 확대하고, 주거지나 학교로부터 반경 5㎞에는 거주를 금지하는 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은 최근 발표한 여성의 안전을 위한 실천방안을 통해 스토커에 대한 임시 접근금지명령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도록 간소화하고 전화, SNS까지 포함하며, 스토커에게 징역형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스토킹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등 어린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함께 다수의 텔레그램 방에 유포해 최근 논란이 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 영상물 제작·유포자는 물론 시청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불법 영상을 식별해 자동으로 삭제하는 인공지능(AI) 기술개발 예산을 확보하고 불법 촬영물 유통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적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범인을 처벌하고, 가해자가 상담을 받으면 기소를 유예해주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도 폐지할 방침이다.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행위 시도를 성폭행으로 처벌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성폭력 가해자를 고발한 지 2년 1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과연 여성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정도로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각종 젠더폭력 사건은 더욱 다양화 흉포화 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매우 불리했던 수사와 판결이 다소 변하기는 했으나 아직 미흡하다. 미투가 나올 때마다 여야가 앞 다퉈 제시한 관련 법 제정 및 개정은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나 디지털 성폭력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일부 법 개정이 이뤄지기는 했다. 그러나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 비동의 간음죄 조항 신설을 비롯해 스토킹 및 데이트폭력 처벌법 제정 등은 깜깜 무소식이다. 이번에 여야가 제시한 여성 안전 대책 중 상당 부분은 재탕 삼탕이다. 공약을 내놓기 전에 이미 제출된 법률 제․개정안을 처리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이면 좋겠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여성안전 공약을 살펴보기에 앞서서 그동안 관련 법 개정에 소극적이거나 제동을 건 국회의원이나 정당을 찾아내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선거 때나 이슈가 생길 때만 반짝 공약이나 법 개정안을 무더기로 쏟아내다가 유야무야시키는 잘못된 정치풍토를 뜯어고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가 기대된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