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국제기구 유니세프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공부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매 년 갱신되는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타이틀에 이어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이다. 한국은 이래저래 좋지 못한 것에서 수위를 다툰다는 인상마저 준다. 어떤 이는 “이런 ‘Hell Chosun(!)’을 벗어나는 길은, 이 나라를 뜨는 것 뿐”이라는 과격한 언급도 서슴지 않는다. 표현이 거칠어 그렇지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한 몸, 비록 척박한 곳에 있다 해도, 내 자식에게만은 좋은 환경과 교육을 제공해 주겠노라고 기러기 아빠의 직위(!)를 마다않는 이 땅의 많은 어버이들의 심정은, 때문에 대동소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이날에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원을 가야만 하는 이 땅의 현실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나름의 육아와 자녀교육의 원칙을 갖고 있다 해도, 웬만해서는 또래 부모들의 치맛바람에 흔들리지 않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어차피 공부를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 한다고 백날을 노래해 봐야 소귀에 경 읽기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고(故) 로빈 윌리엄스가 열연하던 키팅 선생님 같은, 깨어있는 멘토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족집게 입시 공부에도 시간이 모자란 판국에 애들을 몰고 밖으로 나가 시 낭송 따위(!)나 하고 있는 선생이 있다면 학부모의 거센 항의와 더불어 그 직(職)은 풍전등화와 같은 신세에 놓일 것이다. 

너무 염세적인 이야기들만 늘어놓았는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좋고, 무엇이 올바른지 알고 있다. 다만 차가운 현실로 인해 그것을 외면할 뿐이다. 

학교 수업, 학원 수업, 개인 과외, 1:1 실기 레슨...형태가 무엇이던 수업의 밑바탕에는 전인교육을 전제로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이 이야기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순진하고 불가능한 이야기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그저 내 자식만은 피해가게 하고픈 대상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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