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르: 라그나로크' 스틸. 이하 사진 등은 본문 내용과 상관없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3일부터 온라인과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신천지 연예인 명단’이라는 제목의 ‘가짜 뉴스’가 급속도로 퍼져나가자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들이 분노를 표출하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특정 종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의하는 건 사회적 예의상 금기사항 중 하나다. 법적인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의 중심에 신천지예수교가 있다는 팩트, 그리고 그들의 재산 내역 등 ‘회계 장부’가 오리무중이란 의심 거리 등은 분명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신천지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고, 경찰이 대구지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요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2차례 기각한 점은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을 듯하다. ‘신천지 연예인 명단’에 거론된 연예인들이 이를 정정하고, 그런 ‘가짜 뉴스’에 법으로 맞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이유는 신천지가 다수의 국민에게 부정적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을 의식이라도 한 듯 이만희 총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교단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20억 원을 기부했다.

신천지의 교리나 행위 등에 대해 왈가왈부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이토록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 이 종교가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 그리고 이에 대해 쉬쉬했거나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국민들이 수사를 요구하는 이유다.

이는 곧 국민의 검찰을 향한 압박이다. 이토록 어수선한 상황에서 정치 문제를 따지고픈 마음은 없다. 다만 다수의 국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검찰의 신천지에 대한 ‘신중한’ 태도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을 따름이다.

더불어 전 국민에게 종교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당부한다. 우리나라의 국론은 현재 진보와 보수의 양대 이념으로 분열을 넘어서 과격한 대결 양상을 구축하고 있다. 이념 혹은 사상은 탈레스가 철학을 한 이래 수천, 수만 개의 이론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중국 토착 종교, 불교 등을 가장 많이 믿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종교가 있으며 이른바 ‘메이저 종교’에서 갈라져 나온, 그래서 ‘메이저’로부터 이단시된 종교들도 수없이 많다. 신천지는 이미 기독교가 이단으로 규정했다.

물론 기독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전적으로 지지할 마음도, 특정 종교를 추앙할 마음도 없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

그렇지만 ‘보수’를 자청하는 사람 중 고령층 대다수가 ‘보수는 뭐고, 진보는 뭐냐’는 질문에 ‘배우지 못한 내가 뭘 아냐’라고 반문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해서 종교의 존재론에 대해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기초적인 학습이나마 간구한다.

종교는 역사와 생명을 함께한다. 카오스 이론의 선구자 랠프 에이브러햄에 따르면 거의 모든 종교는 BC 1만 5000년 유럽의 여신 트리비아에서 발원했다. 굳이 에이브러햄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나일강 문명이 만나 이집트의 부부 신 오시리스와 이시스가 형성됐고, 그들이 다시 동쪽과 북쪽으로 옮겨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와 데메테르, 혹은 제우스와 헤라가 됐으며, 디오니소스 신앙은 광란을 배제한 경건한 오르페우스 종교로 바뀌어 현대의 유럽에서 인도까지 이어지는 지역의 종교의 뿌리가 됐다.

▲ '갓 오브 이집트' 스틸

그 오르피즘을 피타고라스가 이어 윤회사상을 만들어 인도에 전파하는가 하면 플라톤이 받아들여 영혼불멸 사상을 만듦으로써 로마제국에서 기독교의 교리에 녹아들었다는 건 굳이 학자가 아니더라도 역사를 조금만 공부한 사람이라면 상식이다.

하느님만이 유일신인지, 힌두교의 수없이 많은 신과 범신론이 옳은지, 우리나라에서 무속인들이 모시는 신까지 애니미즘과 토테미즘이 정설인지, 신이나 귀신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에 대해서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정 종교의 손을 들어주면 다른 신도들이 분노하기 때문이고, 고대 이집트의 종교처럼 죽은 뒤 오시리스의 세계(천국)에 가서 신들을 만나본 후 환생했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 이념은 과학적 근거를 존중한다. 과학은 자신의 어머니 철학을 밀어내고 현대의 지혜와 상식의 근간이 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적 시각에서 봤을 때 찰스 다윈과 예일대 철학 교수 셸리 케이건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뿌리가 같다는 것쯤은 사이비 종교 신도도 알 것이다. 간단하게 3000년만 거슬러 올라가면 오르페우스가 있다. 그는 예수처럼 목자고, 신도들에게 ‘오병이어’를 먹였다. 오르페우스 역시 ‘오리지널’은 아니다. 가모장제의 1만 7000년 전으로 올라가서 성모 마리아의 기원을 보이는 삼위일체의 여신 트리비아가 ‘성전환’을 한 것이다.

물론 기독교처럼 ‘원수를 사랑하라’는 아름다운 교리를 가졌다면 어느 종교라도, 뿌리가 어디에 있더라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신천지의 육체불멸 이론은 과학적 관점에서 철저하게 배리하기에 탐구가 필요할 듯하다. 이 총회장이 89살이니 머지않은 시기에 그의 교리들이 옳은지 그른지 드러날 것이다.

천지창조론은 트리비아 시대부터 계속해서 전승돼왔다. 노아 이전의 종교와 신화에는 어김없이 대홍수가 등장한다. 그리고 다윈에 이르러 메이저 종교나 토속신앙과는 별개로 인류의 시원을 밝히는 진화론이 생명의 비밀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다윈이 이 지구의 세계관이라면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로 우주론을 풀어냈다. 여기서 어느 정도 신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럼 영혼불멸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케이건은 자신의 강의를 묶어 펴낸 저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매우 유물론적이지만 훨씬 더 과학과 친숙한 철학을 통해 ‘죽음은 끝’이라며 영혼불멸설을 부정하는 결론을 내린다.

무덤 속 오르페우스 신도들부터 거의 모든 종교인들에게 집중포화를 받을 이런 용감무쌍한 선언을 한 케이건을 어떻게 볼지는 각자의 판단이겠다. 하지만 아리스타르코스부터 시작돼 프톨레마이오스가 정착시킨 천동설을 부정해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가 당시엔 이단시됐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과학의 시간 문제일 것이다.

에피쿠로스가 쾌락주의(육체적 쾌락이 아닌, 경건한 정신적 만족)를 선언한 이래 인류의 목표는 저마다의 행복이었고, 이를 반영하듯 현재 전 세계 선진국의 고등교육 이상을 받은 젊은 계층의 공통적 이념은 ‘욜로’다. 그들은 특정 종교나 정치색에 빠지기보다는 ‘한 번뿐인 인생, 현재를 즐기며 행복을 추구’하는 노선을 표방한다.

각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연예인의 특성상 광신도가 될 소지는 희박하다. 구석기 후기 생존에 대한 간절한 욕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등에서 종교가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즉 절박함과 두려움에서 신과 사후세계가 생겨났다.

과연 지갑과 정신이 풍요로운 데다 일과 욜로 인생으로 바쁜 유명 연예인이 그런 걱정을 할 시간이나 있을까? 종교가 자유이듯 안 믿을 권리도 있다. 그래서 ‘도를 믿으십니까’ 같은 억지 혹은 사기 포교는 종교 본연의 존재론에 위배된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신천지에 눈을 흘기는 건 자신과 유관한 존재적 위협 때문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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