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대역 풀과나무한의원 김제영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미술 작품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고 해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 전시회나 작품집, 인터넷을 통해 한 번쯤 봤을 것이다. 굽이치는 밤하늘, 지나칠 정도로 반짝이는 별빛들은 무한한 상상력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손색이 없다. 작품 앞에 선다면 누구라도 ‘아름답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고흐가 지독히 앓던 편두통 증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면 어떤 느낌으로 읽힐까. 이를 테면 굽이치는 밤하늘은 어지럼증과 울렁거림을, 환하게 빛나는 별빛은 시야가 번져 보이는 편두통의 시각조짐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머리의 왼쪽 혹은 오른쪽 통증 정도로 알고 있는 편두통. 그런데 이 증상을 오로지 한쪽 머리가 아픈 것 정도로만 정의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일상을 흔들고 급기야 삶의 균형마저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머리 양쪽 모두에서 통증이 시작되기도 하고 오심이나 구토, 심한 눈통증, 소화불량, 빛이나 냄새, 소리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증상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3일 이상 발작적으로 이어지는 통증은 그 자체로 악몽과 같다.

편두통이 문제가 되는 것은 통증 그 자체의 괴로움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악영향 때문이다. 오랜 기간 통증에 시달릴 경우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어 업무 능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증과 같은 정서장애를 겪을 수 있다.

또한 만성 편두통은 심장발작, 뇌졸중, 혈전 발생의 위험을 높이고 갑상선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등 편두통으로 인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의약품 의존에서 벗어나 좀 더 세심한 대처가 필요하다.

물론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바쁜 일상도 한 몫 하지만 관련 진단학과를 찾아 검사를 받거나 mri 검사 등을 진행했음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통제 복용은 통증의 원인을 계속해서 방치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때는 다른 관점에서 통증을 살펴야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편두통의 원인을 어혈에서 찾고 있다.

어혈은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잃어버려 못쓰게 된 더럽고 탁한 혈액을 말한다. 어혈은 스트레스나 피로, 장부의 기능 문제, 외상, 근골격계 문제에 의해 발생한다. 이러한 어혈이 혈관 내에 뭉쳐 정상적인 혈액순환을 방해하면 뇌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어렵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편두통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한방에서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뇌청혈해독탕과 같은 한약처방에 주력한다. 탁한 혈액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둬 어혈 제거와 위 기능 문제, 간장의 열, 대장의 독소, 신장의 무력 등 저하된 장부의 기능 회복과 면역력 강화를 돕는다. 편두통과 함께 관자놀이 통증, 긴장성두통, 군발두통, 소화불량 두통, 임산부 두통 등 여러 유형의 두통과 어지럼증 치료에도 적용한다. 뇌 혈액순환 장애로 뇌압이 높아져 편두통이 나타날 때가 있는데, 이는 침을 통한 뇌압조절이 요구되는 경우다. 약침이나 경락이완 등의 치료가 개인증상에 따라 더해지기도 한다.

통증 때문에 해야 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일상은 더욱 무기력해지고 삶의 의미 또한 희미해지고 말 것이다. 소중한 하루하루가 좀 더 의미 있는 날들이 될 수 있도록 자신에게 느껴지는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된다면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교대역 풀과나무한의원 김제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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