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시그널’과 ‘리얼연애 부러우면 지는거다’의 연애 조장(?)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20.03.13l수정2020.03.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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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제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일반인 20대 남녀들이 한 공간에 입주해 서로 연애 감정의 줄다리기를 펼치고 연예인 예측단이 그들의 심리를 추리하는 채널A 리얼리티 예능 ‘하트시그널’-‘시즌3’가 2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암초에 부딪쳤다. 승무원 출신 한 출연자의 학교 후배라고 밝힌 제보자가 그녀가 재학 당시 후배들에게 심하게 ‘갑질’을 했다며 인성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

이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항공사 직원으 로 인증된 사람만 글을 올리고 볼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에도 확산되는 가운데 제보자가 거론한 주인공의 실명이 폭로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드라마와 함께 예능은 방송사의 효자 수입원이다. 제작비 등 제작 환경을 고려한다면 일등이다. 아이디어만 ‘반짝’한다면, 그리고 굳이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아니더라도 그 기획 의도에 걸맞은 캐스팅만 이뤄진다면 가성비 ‘갑’이다.

그래서 작가들이나 PD들이 시청자의 심리와 유행 등에 민감한 건 이해가 된다. 남녀노소와 시대를 가리지 않는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인 사랑, 성, 돈 등을 소재로 한 예능에 관심을 쏟고 그런 걸 기초로 기획하는 게 납득은 된다. 하지만 과유불급의 측면에서 설득이 어렵다. 연애에 대한 참견은 이미 20년 전 방송가를 휩쓸고 간 식상한 포맷이다.

‘하트시그널’은 거의 모든 작가와 PD가 짜낼 가능성이 높은 기획이다. 한참 피가 뜨거울 젊은 일반인 중 외모나 스펙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자를 선별해 심리를 관찰하거나 조정해 시청자의 관음증에 부합하는 그림을 연출한다면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중에 의외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는 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다. 지금 같은 다플랫폼, 다채널 시대에 ‘미스터트롯’이 35%의 시청률을 얻을 줄 예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만약 제보가 맞는다면 ‘하트시그널’ 제작진은 요즘 방송연예계의 필수사항인 ‘검증’을 소홀히 하는 패착을 저질렀다. 그건 외모지상주의와 스펙 등 겉모습만 치중했지 한 꺼풀 안쪽까지 점검하는 신중함이 결여된 명명백백한 무책임이다.

더불어 하다 하다 이젠 남의 연애까지 조작, 혹은 주작해야 하는 방송의 오지랖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과연 이 시대에 연애와 결혼은 필수인가?

지난 9일 처음 방송된 MBC 새 예능 ‘리얼 연애 부러우면 지는 거다’는 실제 연애 중인 연예인 커플의 교제를 ‘중계’하는 포맷이다. 그리고는 MC들의 “(부러워서) 졌다”로 결론을 맺는다. 아마 ‘MC가 그럴 정도니 시청자들은 얼마나 더 부러워할까’를 기대하고 그 기대치만큼의 시청률을 고대하는 것일 터.

그런데 ‘하트시그널’ 등의 짝짓기 혹은 가상이든 진짜든 ‘리얼 연애 부러우면 지는 거다’ 등의 연예인의 연애는 이미 식상할 대로 김빠진 포맷이다. tvN ‘모두의 연애’, SBS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 JTBC ‘이론상 완벽한 남자’, SBS ‘로맨스 패키지’ 등이 이미 이 시대를 훑고 지나간 바 있으며 그 전 시대엔 SBS ‘짝’ 등의 유사한 프로그램이 휩쓸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나이 지긋한 남녀 솔로 연예인들이 시골에 모여 밥을 지어먹고 사생활과 추억 등을 털어놓는 SBS ‘불타는 청춘’조차 자꾸 커플 만들기 식으로 몰아가는 등 아직도 각 방송사의 거의 모든 예능이 예외 없이 출연자들의 러브라인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된 추세다.

▲ MBC 제공

모든 시청자가 관음증 환자라고 착각하는 것일까? 과연 방송이 사람들의 연애에 관여하고,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은연중에 시청자에게 연애와 결혼을 부추기는 최면을 거는 게 바람직한 걸까?

2017년 터키 정부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자국의 관습과 종교에 반한다는 이유로 ‘라디오와 TV에서 배우자나 연인을 맺어주는 프로그램을 금지한다’는 법을 추가했다. 이전까지 짝짓기 예능은 터키 방송가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큰 광고 수익을 올려줬는데 이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제기됐고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이 이에 반응한 것. 물론 반대 세력은 이슬람 보수주의로 후퇴시킨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겉으로 봤을 땐 반발 의견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실생활의 추이를 살펴보면 외려 시대적 추세를 거스른다고 보기 힘들다. 요즘 우리나라엔 ‘N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고 있다. 그뿐인가?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다.

인류는 오랫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결혼을 당연지사로 여겨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라면 상투를 틀어야(결혼해야) 비로소 성인이 된다는 고정관념이 오래 지배해왔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결혼에 대한 강박관념이 그렇다.

그런데 요즘 사회적 추세에 발맞춰 명절 때 손아랫사람에게 금지해야 할 대표적인 잔소리로 ‘결혼’이 첫 번째 소재로 대두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들’이었지만 이제 시대가 또 변했다.

사실 우리 풍습에 시대착오적인 왜곡 관념이 한두 개였던가? 남존여비만 해도 수면 밑으로 내려갔을 뿐 영원히 사라지진 않았다.

시청자가 예능을 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10여 회나 되는 드라마를 일일이 챙겨 볼 시간이나 정신적 여유가 없다. 퇴근 후 딱히 갖고픈 취미생활이 없거나 있더라도 여력과 돈이 없다. 그렇다고 억지로 잘 수도 없다. 돈 안 들고, 발품 팔 필요 없이 손가락만 움직이면 켜지는 TV가 제격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본다. 유치하지만 웃긴다. 낮에 있었던 상사와의 갈등, 때려치우고 싶었던 위기, 내일의 걱정 등으로 어지러웠던 머리가 어느덧 가벼워진다. 웃음이 만병통치약’, 이 정도다.

그런 시청자에게 연예인 커플의 연애가 ‘어벤져스’ 같은 판타지를 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리얼 연애 부러우면 지는 거다’의 MC들의 코멘트처럼 부럽다고 느끼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졌다’고 생각할까? 그래서 그런 열패감이 시청과 연애 의욕을 부추길까?

‘하트시그널’을 본 젊은 시청자가 그 출연자들을 사모하거나 부러워할까? 그래서 자신도 연애를 해야겠다고 활동을 중지한 연애세포를 애써 깨울까? 혹시라도 제작진은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나 결혼을 포기한 게 의지가 박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리얼 연애 부러우면 지는 거다’를 보는 시청자가 무조건 연예인을 부러워하고, 그들에 대해 상대적인 패배의식에 젖어있다는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는 추세의 이유가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거나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렵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으며, ‘욜로’ 문화에서 보듯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되게끔 만드는 자본주의가 조장한 배금주의 때문이란 생각은 해보기나 한 걸까?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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