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와 침(針)…닮은 듯 다르다 [홍무석 칼럼]

홍무석 한의사l승인2020.03.13l수정2020.03.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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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레이저가 세상에 등장한지 올해로 60주년이 된다. 레이저는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LASER(Light Amplified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약자다. 굳이 번역하자면 ‘방사선의 유도방출로 증폭된 빛’이란 뜻이지만 쉽게 말해 인간이 만든 빛(光)이다.

처음에는 철판을 절단하는 등 산업용이나 군사용으로 활용되던 레이저는 차츰 의료용으로도 범위가 넓어졌다. 피부과에서 활용되는 레이저가 의료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 가지 파장만을 갖고 있는 레이저의 특성을 활용해 정상 피부조직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점 사마귀 주근깨 검버섯 여드름(흉터) 기미 등의 특정 피부질환에 레이저를 쏘아 치료하는 방법이다.

미국에서 1993년 단일 파장이 아닌 복합적인 파장의 빛을 방출하는 장비가 개발되면서 의료용 레이저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바로 IPL(Intense Pulsed Light)의 등장이다. 특정 부위에 쏘던 레이저와는 달리 얼굴전체를 치료할 수 있는 빛이 나온 것이다. 레이저든 IPL이든 인간이 만든 빛을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레이저는 서양의 합리주의를 빼 닮았다는 평가다. 점 사마귀 용종 등 피부의 특정 부위를 정교하게 잘라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잔디를 매끈하게 잘라내는 잔디 깎기 기계에 비유될 정도다. 레이저는 빠른 속도에다 대량으로 절단할 수 있는 서양식 의술의 단면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동양 의술, 한방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절단보다 보완(補完)으로 접근한다. 한약을 기운의 보완으로 짓는 것도 같은 이치다. 피부의 흉터를 레이저로 절단하는 게 서양식 접근방법이라면 한방에서는 복원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속도는 늦을 수 있지만 치료효과는 서양의술을 넘는 분야가 있다. 흉터 여드름 등이 대표적이다.

피부에 패어있는 흉터는 잔디 마당에서 조그만 웅덩이에 비유할 수 있다. 잔디깎이 기계가 지나기 어려운 곳이다. 계속 잔디를 깎는다 해도 웅덩이는 여전히 움푹 패어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잔디에 비유되는 피부에 레이저를 계속 받으면 피부가 딱딱해지고 홍조현상도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흉터 시술에 나선다. 깎는 게 아니라 웅덩이를 들어 올리는 방법을 강구한다. 피부 손상이 고착된 흉터는 새살을 돋기 위해 자극을 줘야 하는데 레이저 같은 열로 자극을 주면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한방에서는 흉터 밑에 침으로 자극을 줘 공간을 만들어 준다. 그렇게 하면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 모세혈관이 회복돼 혈액공급도 원활해져 작은 공간에 새살이 돋아난다.

다행히 피부는 회복력이 좋다. 자연 상태에서도 피부는 염증이나 손상에 늘 노출돼 있기 때문에 자극을 주면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는 게 신비롭다. 침 시술로 흉터, 곰보자국에 새 살이 돋는 것 기적이나 마술이 아니다. 보완해서 복원하는 노력의 결과이다. 시간이 걸리고 온갖 정성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훼손된 자연을 되돌려 놓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어쩌면 레이저도 서양의 침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저나 침은 피부를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닮은꼴이다. 다만 레이저는 편의성에 비해 피부를 다치게도 할 수 있지만 침은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피부를 복원시키는 게 구별된다.

생각해보면 피부 아래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일이 일어난다. 백번 듣는 게 한번 보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는 고사성어도 정말 그럴까, 의문이 들 때도 있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홍무석 한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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