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당신을 위로하는 곳, 영화 '심야식당' [정다운 칼럼]

정다운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20.03.23l수정2020.03.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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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심야식당>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청춘칼럼=정다운의 영화 들여다보기] 바야흐로 ‘쿡방(요리하는 방송)’과 ‘먹방(먹는 방송)’ 시대다. 채널을 돌리다보면 요리를 하고 있는 셰프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완성되는 모습과 그것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이런 요리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다.

영화 <심야식당>은 ‘쿡방’과는 좀 다른 영화다. 박진감 넘치는 요리 과정을 보여주지도 않고 처음 보는 새로운 음식을 내놓지도 않는다. 마음씨 좋은 주인이 누구나 한번쯤 먹어봤음직한 음식들을 내놓고 손님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다.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으로 박진감 넘치는 사건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어쩌면 혹자에겐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 주변에도 있을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잔잔함이 위로가 되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영화 <심야식당>은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 <심야식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MBS에서 2009년 10월부터 드라마로 방송되었고 이후 영화로 만들어져 2015년 6월 개봉했다. 요리 하나와 그것과 관련한 손님의 에피소드 하나씩, 총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영화다. 주인공은 식당 주인인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 인데 사실 그 보다 손님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메뉴는 하나뿐이지만 무슨 음식이든 주문이 들어오면 가능한 한 만들어 주는 것이 이 가게의 영업방침이다. 어떤 손님이 와도 꼭 맞는 위로를 건네는 주인장의 배려가 녹아있는 부분이다.

▲ 영화 <심야식당> 스틸 이미지

자정이 넘은 늦은 밤,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모두 각자 사연이 있고 어딘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마스터가 음식을 만들어 내놓으면 이를 먹은 사람들은 마스터에게 자신들의 결핍을 털어놓는다. 마스터가 하는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음식을 차려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 영화가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많은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회상 장면이나 재연, CG가 없다는 점이다.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사연은 오직 손님들의 말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더 몰입하게 되고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관객에게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에 불친절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심야식당 마스터의 방식과 흡사하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되 해결해주지는 않는 것. 손님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 심야식당의 모토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속 음식을 보는 것도 즐겁다. 문어 모양으로 예쁘게 잘린 소시지와 그것을 먹는 험상궂게 생긴 남자의 모습은 너무도 아이러니해 웃음이 난다. 일본 특유의 정갈한 밥상과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화로운 색감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요리하는 과정도 마스터의 손처럼 투박하고 거칠다. 그렇지만 시원시원하고 투박한 그 모습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 꼭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모습이 관객을 심야식당의 손님으로 만든다. 손님들이 마스터와 그의 음식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과정에서 관객 역시 위로받는다.

▲ 영화 <심야식당> 스틸 이미지

지금 우리 사회가 ‘쿡방’, ‘먹방’에 빠져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음식이 주는 위로를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음식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데 거기에 셰프들의 현란한 솜씨와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먹는 장면이 더해져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영화 <심야식당> 역시 음식이 주는 위로를 잘 풀어내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가지 에피소드가 너무 길어 다른 손님들의 에피소드가 담겨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딘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다른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빠져 있는 점이 아쉽다.

영화 <심야식당> 속 심야식당은 어쩐지 우리 동네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을 것만 같은 곳이다. 일상에 힘들고 지칠 때 이곳을 찾아가면 영화 속 ‘마스터’ 같은 마음씨 좋은 주인이 따뜻한 음식을 주며 위로해 줄 것만 같은 곳. 만일 실제로 있다면 저마다 결핍을 겪고 있는 많은 현대인들에 의해 인산인해를 이루지 않을까.

정다운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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