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문 작가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4인과의 인터뷰-백범 김구]

▲ 사진=kbs방송화면 캡처

-인천에서의 감옥생활은 어땠습니까.

“사형수가 됐습니다. 생각을 비우고 독서에 전념해습니다. 아버지가 ‘대학’ 한 질을 사서 넣어주셨는데 덕분에 매일 ‘대학’을 읽고 외웠습니다. 감리서 직원 중 나와 얘기해본 후 ‘문을 굳게 닫아 걸고 자기 것만 지키려는 구지식, 구사상만으로는 나라를 구할 수 없다.’며 신서적들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식으로 죽을 날을 당할 때까지 글이나 실컷 보리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글을 읽었습니다. 그 다음에 100명이 되는 죄수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억울하게 송사에 휘말려 감옥에 들온 사람에게 대서(代書)를 해주었습니다. 감옥에서 성악을 배우기도 했는 죄수들 중에 소리를 잘 하는 사람이 있어 그와 함께 소래내어 부르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사형이 집행되는 날이 왔는데 웬일인지 시간이 다 되어도 나오라고 하지 않더군요. 사형집행 시간이 조금 지나자 감옥문이 열리기 전 ‘김창수는 어느 방에 있소’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면서 ‘김창수는 살았소. 우리 영감과 감리서 직원들이 아침부터 밥도 안먹고 오늘 우리 손으로 어찌 창수를 죽인단 말이오. 그랬더니 대군주 폐하께서 대권에서 전화로 감리 영감을 불러 김창수의 사형집행을 정지하라고 명하셨소’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형을 집행할 때에는 황제의 재가를 받았는데 나의 죄명 가운데 ‘국모보수’라는 구절을 보고 사형집행 정지의 어명을 내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은 전국에 알려졌고 나는 졸지에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감옥에서 나오게 됩니까.

“아닙니다. 구사일생으로 사형은 면했지만 석방되지는 않았습니다. 수감생활은 계속됐지요.하루는 김주경이라는 사람이 면회를 왔는데 ‘새는 조롱을 벗어나야 좋은 상이며 고기는 통발을 벗어나야 예사스럽지 않다.’라는 싯구절을 주면서 탈옥할 것을 권유하더군요. 동료 죄수들도 탈옥하라고 자주 말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하고 아버지에게 철창 하나를 들여보내달라고 당번 옥사정을 불러 돈을 주며 쌀과 고기를 사 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이날 저녁 간수들이 준비해온 음식과 술을 마시며 흥에 빠졌을 때 감방 마루바닥으로 들어가 땅을 파고 감옥 밖으로 통로를 냈습니다. 동료 죄수들을 먼저 내보내고 나서 맨마지막으로 감옥밖으로 나갈 무렵 경무청과 순검청에서 비상소집의 호각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몸을 날려 담장을 뛰어넘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해서 탈옥에 성공했군요. 몸이 무척 날쌨나 봅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마음으로 행동했으니 거침이 없었지요. 탈옥할 때 한 길(보통사람의 키) 몽둥이를 들고 나왔는데 그것에 손을 집고 담장을 뛰어넘었습니다. 만약 그때 누구라도 방해를 한다면 몽둥이로 다 때려죽이려고 했습니다.”

-탈옥 후에는 어떻게 지냈습니까.

“남도를 유랑하다 마곡사에서 머리를 꺾고 승려가 됐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탈옥한 후에 아버지가 내 대신 감옥살이를 했더군요. 어머니의 끈질 청원 끝에 아버지는 1년후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환속하여 고향에 와 보니 아버지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데다 수감생활의 후유증으로 몸이 허약해졌지요. 나는 허벅지 살을 도려내 피를 받아 먹이곤 했는데 호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50살 되던 해에 돌아가셨고 상중이라 어디 가지 못하고 숙부를 도와 농사를 지으며 한 해를 보냈을 때 친정 할머니의 소개로 10살 아래의 여옥이라는 여인을 만나 약혼을 했습니다. 어머니도 탈상이 끝나자마자 결혼을 해야 한다며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여옥이 병으로 위독하다는 연락이 와서 달려가 간호를 했으나 사흘 만에 숨지고 손수 주검을 염하여 장사를 지냈습니다. 두 번째 약혼녀마저 세상을 일찍 떠나고 말았습니다.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다음편에 계속...)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 인용했다>
·부덕민, 『백절불국의 김구』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2009)
·김삼운, 『백범 김구 평전』 (시대의 창, 2004)
·김구, 도진순 주해, 『백범일지』 (돌베개, 2018 개정판)

▲ 김문 작가 – 내 직업은 독립운동이오

[김문 작가]
전 서울신문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현) 제주일보 논설위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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