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분명히 아는 용어인데 무슨 말인지는 모른다

몇 년 전부터 전 분야를 걸쳐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지금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대비해야 할 것이 4차 산업혁명이고 앞으로의 우리 삶을 바꾸어놓을 동력 역시 4차 산업혁명이다.

그러나 이슈가 되고 익숙해진 만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일반인들은 어느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까? 대부분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관련 용어들을 읊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혹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등, 사회 변화 및 거취 변화에 대한 예상 정도를 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관련 분야의 종사자 혹은 관련 연구를 지속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십 분 이상 떠들기란 쉽지 않다. 저마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정도의 인식만을 가지고 있을 뿐인 것이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을 남들 앞에서 유창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막연하게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알고 있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정도 이해를 도울 정도로 설명을 할 줄 안다면 자신부터가 조금 더 유연하게 새로운 혁명과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기대보다는 두려움 – 특히 ‘적응 방법’이나 ‘일자리 감소’에 대한 두려움 –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분명 유익이 있고 가치가 있기에 혁명이 시도되는 것인데, 그 유익의 실체를 모르기에 ‘변화’라는 두려움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거대한 변화의 틀이기에 앞서, 이전부터 이어져 온 산업 발달과 성장의 새로운 모습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난 산업혁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다. 산업혁명의 간략한 역사를 아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라는 공통점, ‘전기’라는 차이점으로 살펴보는 1˙・2차 산업혁명

100년 정도의 간격으로 두고 일어난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은 뭔가 ‘기계’의 도입을 연상시킨다. 인간의 노동력만을 가지고 이루어졌던 생산 방식이 기계와 같은 도구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고나 할까. 적어도 인간의 손에 의존하던 산업이 기계 중심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이미지를 공통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 같다.

실제로 기계는 두 산업혁명의 공통분모다. 우선 1784년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던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1차 산업혁명 증기기관은 생산방식을 도입하였다. 곧 생산이 인간의 손에서 기계로 넘어가는 첫 번째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단연 생산 결과는 이전과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에게만 의존하던 노동 생산성은 2~3배 이상 증가하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1870년 경, 2차 산업혁명 역시 기계의 혁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철도 건설, 철강 생산, 제조업 기계 등이 2차 산업혁명이라는 그림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소재들이다. 여기서도 인간의 머리는 산업 전선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인간의 손은 산업의 핵심 도구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기계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은 기계라는 공통분모를 갖되 ‘전기’의 도입이라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사실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은 1차 산업혁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미래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러나 100여년 후, 어느 새 전기의 활약은 산업혁장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으로 이어질 정도로 커졌다. 더불어 2차 산업혁명은 통신기술의 발전을 가지고 오기도 했다(물론 이 역시 전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실 3차 산업혁명도 잘 아는 듯 하지만 잘 모른다

다음으로 3차 산업혁명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현재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의 수혜자인데 반해 3차 산업혁명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3차 산업혁명은 1969년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화, 자동화 생산 시스템의 등장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에 들어 정보통신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참고로 제레미 레프킨은 정보통신의 인터넷 기술과 재생 에너지를 3차 산업혁명의 두 가지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한편 3차 산업혁명과 함께 전통적인 제조업 시대는 막을 내리고 지식 정보화 사회의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을 통해 멀리 있는 사람과도 소통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수혜를 누리는 것은 물론, 정보력의 가치를 체감하며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과 결합되어 간다

1, 2차 산업혁명이 기계를 통해 생산의 구조와 방식을 바꾸고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체계 및 정보화 사회를 열어갔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어떠할까?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발달하고 진보되어 온 각종 기술을 융합하는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융합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낸다. AI, 가상화폐, 공유경제 시스템, 사물 인터넷, 가상현실 등 다양한 용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런 요소들도 결국은 이전 산업이 새로운 형태로 융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시점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극대화된 장점을 보유하는 반면에 그에 파생되는 역효과(일자리 감소 등)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의 산업혁명의 흐름을 돌아보았을 때, 크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 구시대의 산물이 제거되는 과정을 겪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인류를 해치는 역할이기보다는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한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류는 앞서 언급한 대로 각 혁명 시기마다 1대 수혜자가 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산업혁명은 기존의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모토로 한다. 기계의 등장이 우리를 육체의 수고로부터 해방을 시켜준 것이나, 정보와 지식의 혜택이 차별적으로만 제공되던 문화로부터 해방을 불러온 것 등, 기존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은 산업혁명의 공통적인 특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역시 현재 우리가 마음껏 향유하지 못하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을 시켜주고 인류가 감당해 온 짐을 하나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읽혀질 수 있다. 막연하게만 다가왔던 4차 산업혁명이 거대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적응에 대한 부담 역시 가질 필요가 없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각 산업혁명의 혜택을 입으며 살아왔듯,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우리가 억지로 적응해 나가야 하는 차원이기에 앞서 자연스럽게 혜택을 제공받는 차원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전문성에 따라 활용 수준과 빈도는 달라질 수 있어도 기본적인 혜택은 보편적으로 제공될 것이다. 이전 산업혁명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