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행복한흉부외과 박준호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혈관이 돌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지정맥류일 수 있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식에서는 혈관이 피부 위로 보여야만 하지정맥류라고 받아들이는 일이 많다. 실제 하지정맥류에서는 혈관 돌출이 없이 증상만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다리에 나타나는 증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평소 발이나 발목, 종아리, 등에서 통증을 호소하거나 저림,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보인다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이 망가지면서 혈관이 팽창되어 발생하는 병이다. 정맥은 연약한 혈관이기에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다리에서 심장까지 올라가지 못한다. 이 때 다리 근육과 판막의 도움을 받는다. 근육의 도움으로 심장이 있는 곳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올라간 피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끔 판막을 통해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조절한다. 이곳이 망가지면 혈액이 역류하면서 강한 압력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정맥이 쉽게 망가진다.

정맥은 피부에 위치한 표재정맥, 근막 깊숙이 위치한 심부정맥, 둘을 이어주는 관통정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혈액순환이 심부정맥에서 이루어진다. 혈액이 역류하면 표재정맥으로 혈액이 몰려들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혈관이 팽창하면 피부 위로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처음에는 다리에 핏줄이 얇게 도드라져 보여 거미줄이나 그물처럼 보이는 거미양정맥류, 망상정맥류가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 혈관끼리 서로 뭉치면 마치 꽈리를 튼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부 위로 두드러져 보이는 혈관은 마치 뱀이 기어가는 것 같다 하여 미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혈액 내부의 산소가 소모되면서 처음에는 푸른빛이었던 혈관이 서서히 검어지고 색소침착이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혈전성정맥염, 만성정맥부전, 심부정맥혈전증 등의 합병증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할 수 있다. ▲ 다리가 무겁다 ▲ 발과 다리가 붓는다 ▲ 발을 디딜 때마다 발바닥과 발뒤꿈치가 아프다 ▲ 하지에 자주 쥐가 난다 ▲ 발이 뜨겁다 ▲ 하지가 시리다 ▲ 엉덩이나 허벅지 뒤쪽, 종아리나 발목이 아프다 ▲ 하지가 저리다 ▲ 무릎이 아프다 ▲ 종아리 팽만감이 있다 ▲ 다리 혈관이 튀어나왔다 ▲ 실핏줄이 여러 개 보인다 ▲ 다리 색소침착이 있다 ▲ 다리가 가렵다

해당되는 증상이 있다면, 혈관 돌출이 따로 보이지 않더라도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으로, 그대로 둘수록 증상이 더 심각해져 가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쉬워지는데, 한 번 합병증이 나타나면 치료가 쉽지 않기에 괴로움을 느끼는 기간이 길어진다. 하지정맥류에서는 조기에 발견해 혈관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하지정맥류인지,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족저근막염 등의 병으로 인한 것인지 육안적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의학적인 조치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는 주로 혈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내부 혈관 이상을 파악하며, 이 과정에서 혈관이 팽창하거나 판막이 망가지고 혈액이 역류하는 등의 이상이 보인다면 하지정맥류라 진단할 수 있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이나 정맥순환개선제 등으로 대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당 방법들은 하지정맥류의 예방법으로 사용되는 보존적 치료법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방의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기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하지정맥류는 막을 수 없다. 이 경우 혈관경화요법이나 고주파, 레이저, 베나실 등의 방식으로 알맞은 대처를 진행해야 한다.

혈액순환장애가 발생하면 건강 문제로도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건강에 심각한 지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기에 관리를 진행하여 방지해줄 필요가 있다. 한 번 병이 발생하면 중간에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일이 없는 만큼, 일상생활 속의 관리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평소 적절한 스트레칭으로 다리 건강을 관리하고, 잘 때에는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서 자주고, 이상이 발생하면 의학적 대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더행복한흉부외과 박준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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