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이걸씽>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교내 최고 미식축구 선수 우디와 셰익스피어를 사랑하는 모범 여학생 넬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닐 뿐 아니라 옆집에 살면서 사사건건 부딪친다. 박물관에서 티격태격 다툰 어느 날 밤 알 수 없는 주문에 의해 둘의 영혼이 바뀌게 된다. 뜻하지 않게 상대방의 몸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우디의 몸을 가진 넬은 학교 대표로 풋볼시합에 나가야 한다. 넬의 몸을 가진 우디는 예일대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고행길을 걷게 된 것. 앙숙이던 두 사람은 서로의 과제들을 어렵사리 해결해 나간다. 그러면서 남녀와 성격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두 사람은 ….

남녀와 개인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다. 특히 요즘처럼 이성혐오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한번쯤 보라고 권할 만하다.

일베 등 특정 남성 커뮤니티는 몇 년 전부터 ‘00녀’ 등 여성혐오 내용을 쏟아낸다. 여성을 멸시하고 조롱하거나 폭력을 미화하는 내용이 담긴 기고, 웹툰과 랩 가사 등도 적지 않게 나온다. 한 남성잡지에는 여성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 등 폭력을 미화한 사진이 실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영화 <보이걸씽> 스틸 이미지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여성을 멸시하고 혐오감을 증폭시켜서 도대체 뭘 얻겠다는 것일까. 부부 사이에도 대화를 할 때 일반화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당신은 왜 맨날 아이들을 쥐 잡듯 하는 거예요?”, “당신은 왜 매일 술에 취해 늦게 들어와요?”라고 일반화시키면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당신이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니 내가 무시당하는 느낌이에요”라는 식의 구체적인 나 전달법(I-message) 대화가 바람직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몇몇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일반화시키고 낙인찍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근거도 없이 만들어낸 여성혐오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문제가 되면 슬그머니 내리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비난을 위한 비난이 판을 치는 셈이다.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림에 따라 취업 실패 등에 따른 불만이 그런 식으로 표출된다는 분석이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 등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가부장제가 또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서로 사랑해야 할 남녀가 서로를 미워하고 헐뜯고 해서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영화 <보이걸씽> 스틸 이미지

이제는 우리 모두 이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 기울이고, 이성을 포함한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혐오를 덮어야 할 때다. 남성과 여성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고충을 듣고 관련 책도 읽어봄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면 좋겠다. 남성과 여성의 사랑스런 모습과 훈훈한 미담을 커뮤니티와 SNS에 많이 올리고 퍼 나르면 좋겠다. 혐오내용보다 훨씬 더 많이 인터넷을 뒤덮을 정도로. 그러다 보면 영화 ‘보이걸씽’의 주인공 남녀처럼 서로에 대한 불평불만을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래야 남녀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앞으로는 건배사를 ‘여기! 저기!’라고 하면 좋겠다. ‘여(여)성과 남성 모두의 기(기)쁨이 저(저)의 기(기)쁨입니다’라는 뜻으로. 그리고 그 말을 실천에 옮기자.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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