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올한의원 박주홍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살아가면서 누구나 마음의 상처가 생길 수 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요소이기에 그 심각성은 자세히 알 수 없으며, 심지어 본인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닌 기존의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서서히 썩어 들어가다 세상에 드러난 것을 우울증이라 칭하기도 한다. 무형의 병이지만 위험도가 적은 것은 아닌 만큼, 초기증상이 있을 때부터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병은 매우 흔한 정신질환으로,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환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아서 환자 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인 우울과도 다르다. 명칭으로 인해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고 울적한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무기력증, 좌절, 절망 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오래 지속되어 만성우울증으로 변한다면 신체화 증상이라고 하여 몸에서도 변화가 찾아온다. 예를 들어 만성피로나 불면증, 식욕 저하, 소화불량 등이 찾아올 수 있다. 섭식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본인의 의지가 아닌 뇌의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기에 스스로 헤쳐 나오기 몹시 어려우며,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공황장애 등의 다른 정신계 병까지도 동반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는 다음과 같다. ▲ 초조한 마음이 든다 ▲ 심하게 피곤하다 ▲ 주의집중력이 저하된다 ▲ 불면증이거나 과수면증이 나타난다 ▲ 자신이 쓸모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 하루 중 대부분이 우울한 기분이 든다 ▲ 어떤 활동을 해도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거나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 따로 조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한 달에 5% 이상 늘거나 줄어든다.

해당 문항 중 5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초기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이 발생한다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 상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면서 더 큰 지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초기 대처가 필요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면모를 보이는 청소년기에서는 해당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우울증은 소아, 청소년, 성인, 중년, 노인 등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며, 각 세대에 따라 특성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에서는 자신의 증상을 과도한 행동을 함으로써 감추려 드는 가면성우울증이 나타나고, 노인성으로 나타나는 경우 치매와도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는 산후우울증이 찾아오기 쉽고, 폐경으로 인해 호르몬 변화를 겪는 여성들 및 중년 남성들은 갱년기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

다양하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우울증. 하지만 막상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적은 편이다. 이는 선입견의 작용으로 인해서이다. 예로부터 감정은 감추는 것이 미덕이고 드러내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인식으로 인해, 부정적인 것들은 혼자서 참고 삭여야 하는 일이 많았다. 여기에 뭐든지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우울증은 나약한 정신력의 표본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실제 우울증은 정신력과 관계 없이 나타날 수 있으며, 오히려 나약하다고 타박을 주는 것은 자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이기에 심각성을 자세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울증은 결코 혼자의 힘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엄연히 ‘병’에 속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약물 등 적절한 대처 방안이 필요하고, 주변에서도 이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의심되는 증상이 보인다면, 혼자서 참고 넘기기 보다는 도움을 받아 벗어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병의 특성상 한 번 빠지면 스스로 나오기 어려운 늪과도 같아서, 혼자 이겨내려고 할수록 더 심각해지는 일이 많다. 그만큼 관련 심리상담이나 예방 등으로 조치를 취해, 현재 겪고 있는 증상에서 벗어날 길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소올한의원 박주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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