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코로나19 여파로 스포츠 경기와 TV방송도 중단되면서 드라마를 즐기는 남성층이 늘어난 모양이다. 우리 한의원을 치료 때문에 주기적으로 내원하는 중년 남성도 드라마 ‘킹덤’ 얘기를 자주 해서, 그게 뭔지 검색해봤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인데 우리나라 작가, 연출자, 연기자가 만든 작품이다.

전염병과 인간의 탐욕을 다뤘는데 세계적으로 만연한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있는데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꽤나 흥미로웠다. 드라마 구성을 위한 설정이겠지만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약초가 있을까. 인간의 원초적인 불사(不死) 탐욕으로 시작된 게 분명하다.

드라마에서는 생사초(生死草)로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의인(醫人)들의 무수한 시행착오가 있었겠지만 생사초를 갈아서 침술을 적용하자 죽은 사람이 살아나면서 상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허나 죽은 사람을 살려놨더니 역병(전염병)이 창궐할 줄이랴... 인간의 욕심은 너무나 커 미처 앞뒤 가리지 못한 탓이었을 것이다.

생사초에 기생하는 벌레알이 뇌 속에 들어가 살아있는 사람의 육체와 피를 탐하는 괴물(좀비)로 변한다는 게 드라마의 설정이다. 좀비에 물린 사람은 똑같이 좀비로 변하지 않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지만 심각한 문제도 발생한다. 좀비에 물린 사람의 인육에 열을 가해서 먹으며 바로 좀비로 변하는 것이다. 코로나19처럼 변종 전염병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탐욕스런 사람은 역사상 늘 있었던 모양이다. 드라마에서는 한 정승의 권력욕이 멈추질 않는다. 생사초의 비밀을 알고 있던 그는 왜군의 침략으로 수세에 몰린 전투에 좀비 전술로 맞선다. 자기의 백성을 죽여 좀비로 만드는, 요즘으로 치면 세균전에 활용한 것이다.

전투에서 좀비의 능력(?)를 확인한 정승은 왕까지 좀비로 만들어 버린다. 가문(家門)정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였는데 결말은 당연히 징악(懲惡)으로 일단락된다. 좀비라는 변종의 발생으로 세상에 경고를 보내는 걸 알면서도 권력욕이 빚어낸 참사다.

드라마에선 의녀(醫女)의 활약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궁궐 한의사이자 생사초 침술을 직접 했던 스승이 남긴 기록을 실증한 인물로 표현된다. 특히 좀비로 변해가는 과정을 목격하고 전염병을 차단하는 방안까지 제시하는 의료인으로 나오는데 한의학 역사를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전염병은 옛날에도 있었고, 한의학은 그 역병과 싸워온 경험과 기록으로 다져진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미 서기 150~219년 무렵 중국 후한(後漢)시대 관료이자 의사였던 장중경이 감기처럼 급성으로 퍼지는 전염병을 다룬 책(상한론,傷寒論)을 지었을 정도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의학 서적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은 전염병과 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동의보감을 쓴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도 전염병 차단에 한약의 효용이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2002년 홍콩에서 시작된 중증급성호흡기질환증후군(사스,SARS) 방역에 나선 의료진 가운데 한약을 복용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덜 감염됐을 뿐만 아니라 전염병 치료에도 한약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됐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같은 급성 전염병에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협업시스템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인류는 그동안 전염병을 이겨내 온 것처럼 코로나19도 극복해 낼 것이다. 예방이 치료보다 우선이라는 서양격언 역시 우리 모두 실천해야 할 명제이다. 전염병의 예방항목 가운데는 인간의 탐욕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알면서도 자꾸 잊어버리는 게 문제이지만...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