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노스 컨츄리>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노스 컨츄리’는 성희롱 실화를 토대로 제작된 감동적인 영화다. 1984년 미국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 승소 사건인 ‘젠슨 대 에벨레스 광산’ 사건을 화면에 담았다.

조시 에임즈(샤를리즈 테론)는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 이혼한 뒤 미네소타 북부 친정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어릴 때 학교 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낳기도 했다. 피해자인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인 교사의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다. 친정아버지의 박대를 못 견딘 나머지 독립해서 미장원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두 아이를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수입이 더 많은 광산에 친구의 도움으로 취직한다. 아버지의 직장이기도 하다.

일이 고됐지만 그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여성들에 대한 남성 동료들의 공공연한 성희롱과 차별대우였다. 말뿐 아니라 현기증 나는 높은 곳에 데려가 성추행을 저지르는 등의 만행을 당했다. 여성 동료들도 볼일 보러 들어간 간이 화장실을 남성들이 흔들어 넘어뜨리는 바람에 오물로 범벅이 되고, 탈의실에 벗어둔 옷에 정액이 묻는 등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에 대해 조직 전체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영화 <노스 컨츄리> 스틸 이미지

조시는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며 문제 제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여성 동료들마저도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외면한다. 그러던 중 실패를 맛보고 고향으로 돌아온 변호사 빌 화이트(우디 해럴슨)의 도움을 받아 최초로 성희롱에 관한 '집단 소송'을 제기한다. 성희롱과 차별에 맞선 한 여성의 외롭고 긴 싸움이 시작됐다. 그녀를 못 마땅해 했던 아버지와 동료들이 결국에는 힘을 보탠다. 덕택에 싸움은 승리로 끝나고, 직장에서 성희롱 예방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열매를 맺는다.
소수의 용기와 열정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최근 들어 대학과 군대의 성희롱이 수면 위로 떠올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성희롱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예방조치와 처벌,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성희롱은 업무, 고용 등의 관계에서 직장 종사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을 주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 영화 <노스 컨츄리> 스틸 이미지

상사가 부하직원을 상대로,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저지르는 경우가 각각 92%에 이른다. 권력관계와 남녀관계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조직을 민주화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인권을 존중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예방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와 삼성 등은 성희롱 1회만 적발돼도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방침을 천명하는 등 처벌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희롱 피해자가 업무의욕이 떨어지고 불안 증세를 겪는 등 심각한 피해를 겪을 뿐 아니라, 가해자도 인생을 망치게 된다. 해당 기관이나 기업도 업무 효율 저하와 이미지 손상 등 피해를 입는다. 삼성이 1가지 술로 1차에서 9시전에 끝나는 119 캠페인을 벌이고, 음주가 아닌 회식을 권장하는 등 회식문화 개선 움직임도 활발하다. 성희롱을 경험하는 주요인이 회식자리이기 때문이다.

성희롱을 용납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형성되고, 성희롱을 당하면 그냥 참지 않고 당당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변화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성평등 보이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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