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일랜드 출신 존 카니 감독이 ‘원스’(2006)에 이어 내놓은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은 2014년 국내 개봉돼 34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국 작곡가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연인인 가수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스타덤에 올라 메이저 음반회사와의 전속계약을 위해 뉴욕에 가는 데 동행한다.

각종 일정으로 집을 비우는 날이 많던 데이브는 어느 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며 들려주고 그 가사에서 그레타는 데이브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고 짐을 싸서 나온다. 그레타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고향 친구 스티브를 찾아가 고향에 돌아가기 전까지 지내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스티브는 자신이 노래할 펍의 개업일이라며 그녀를 데려간다. 노래를 마친 스티브는 그녀를 무대 위로 불러 노래를 청한다. 그녀는 최근에 작곡한 노래라 미완성이라며 조심스레 기타 반주로 노래를 부른 뒤 무대에서 내려온다. 객석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는데 유독 한 명이 감동한 듯 다가온다.

스타 제조기 음반 프로듀서로서 레코드사를 설립했지만 이재에 밝지 못해 동업자 사울에게 지분을 다 빼앗긴 뒤 7년째 실적이 없어 이제 막 해고된 댄(마크 러팔로)이다. 그는 그레타의 노래를 사울에게 들려주지만 퇴짜를 맞자 뉴욕을 무대로 한 야외 녹음을 직접 하기로 하고 세션맨들을 모은다.

그는 저널리스트 미리엄과 결혼해 사춘기 딸 바이올렛을 두고 있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가출 후 노숙자처럼 살고 있다. 아내는 유부남과 바람이 났었고 그들은 서로의 배우자에게 고백하기로 약속했다. 하나 미리엄은 약속을 지켰지만 유부남은 가정으로 되돌아갔다. 미리엄도 댄도 상처를 입었다.

댄은 세션비 대신 지분을 조건으로 천재적 뮤지션들을 모으고 자신이 스타로 만든 유명 래퍼 트러블검의 지원 사격까지 받아 녹음을 완성한다. 어느 날 뉴욕으로 왔으니 만나고 싶다는 데이브의 메시지가 날아오자 그레타는 약속 장소로 간다. 데이브는 그레타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애원하는데.

모든 주인공들은 음악으로 대화를, 화해를, 갈등을, 경쟁을 한다. 한밤에 이어폰 공유기를 통해 서로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곡들을 함께 듣는 댄과 그레타는 그 저장곡을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공감한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지성, 인격, 취향, 성격, 인간성이 확인된다.

음악 영화지만 그야말로 철학의 향연이다. 음악에서 선율, 박자, 편곡만큼 음질도 생명이다. 그런데 프로듀서 댄과 싱어송라이터 그레타는 방음장치가 잘 된 녹음실이 아니라 각종 잡음이 혼재된 센트럴파크 호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옥상, 차이나타운, 지하철 등 뉴욕에서 녹음한다.

뒷골목 아이들의 소음을 듣고 즉석에서 그들을 코러스로 기용하는가 하면 옥상에서의 바람소리조차도 효과음으로 활용한다. 스피노자의 범신론이다. 첨단 과학에 의존해 각종 기계로써 인위적인 음질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자연 그 자체를 즐김으로써 자연스레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감상법이다.

만유에 신이 존재한다는 범신론이자, 자연회귀를 외친 장 자크 루소고, 자연을 존중하는 자연법이다. 더불어 에피쿠로스의 이신론과 쾌락주의로 나아간다. 데모크리토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유물론자였던 에피쿠로스는 종교와 영혼불멸을 안 믿고 신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 견해였다.

무신론은 아니되 신이 세계를 창조했거나 관계된 것은 맞지만 그 이후 세계는 자신의 법칙에 의해 진행되고 신은 개입할 수 없다는 이신론자였다. 더불어 그는 ‘정신의 자유’를 추구한 쾌락주의의 효시였다. 육체적 쾌락이 아니다. 검소하게 욕심을 버리고 내면의 평화를 추구함으로써 행복을 찾는 것.

술에 취해 지하철을 탄 댄에게 전도사가 나타나 “희망도 대답도 없을 때 하느님을 만났다”(구원을 얻었다)고 하자 이를 무시한 채 객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펍에서 “신께 기도할 필요 없어. 어차피 대답도 없을 테니”라고 중얼거린다. 그 역시 이신론자거나 무신론자다. 그가 틀렸다면 신은 심술궂다.

댄과 그레타는 완성된 음원을 사울에게 들려준다. 사울은 감탄해 당장 제작, 배급을 책임지겠다며 그레타에게 10%의 로열티 1달러를 제안한다. 그레타는 아무것도 해 준 게 없고, 마케팅 비용이 크게 필요치 않은데 단지 배급을 한다는 이유로 90%를 갖는 건 부당하다며 그들과의 출판을 거부한다.

그레타는 온라인에서의 음원 판매로 바꿔 전곡을 1달러에 팔겠다고 한다. 댄이 2달러로 올리자고 설득하지만 묵살된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공유하자는 취지. 그래서 수익금 역시 녹음에 참여한 모든 뮤지션들에게 공평하게 똑같은 비율로 나누겠다고 선언한다.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다.

제목은 인생을 말한다. 일방적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극단이 아니라 우량주 그래프처럼 지그재그를 반복하지만 결국 조금씩 상승하는 게 행복한 삶이라는 것. 즉 패턴은 일관된 게 아니라 각각의 챕터 앞에서 일시정지하기에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과거에 연연치 않고 새 출발을 하는 게 인생.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것, 성공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는 훌륭한 명제를 웅변한다. 젊은이든 늙은이든 방황하기 마련이다. 시작은 끝을, 끝은 시작을 부른다. 새 출발을 했다고 희망적이거나, 끝났다고 절망적이지 않다. 음악은 절정의 카타르시스이자 해탈의 경지!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