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은행으로부터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경우 감정평가사나 감정평가법인을 통하여 부동산의 가치를 감정평가받게 됩니다.

위 감정평가가 심히 잘못된 경우, 그리고 이 때문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를 입은 당사자는 감정평가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최근 감정평가사가 부동산을 감정평가하면서 임대차 관련 사항에 대해 단순히 건물주로부터 들은 내용만 참고했다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소기업은행은 2017년 4월 B가 대출신청을 하면서 담보로 제공한 다가구주택에 대한 감정평가를 A감정평가법인에 의뢰했습니다. A법인 소속 감정평가사 C는 이 건물을 7억 5,000여만원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를 기초로 중소기업은행은 B에게 2억 6,500만원을 대출했습니다.

이후 B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다가구주택은 법원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측정된 배당금액과 C가 감정평가한 금액의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이에 중소기업은행은 A감정평가법인을 상대로 1억 4,000여만원을 손해봤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은 중소기업은행이 A감정평가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072287)에서 "1,9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A법인 소속 감정평가사 C가 평가 내용 중 임대차와 관련해, 단순히 B에게서 들은 내용만을 기재한 후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한 것은 감정평가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한 후,

"양측이 사전 체결한 협약에 따르면, 은행이 담보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A법인은) 그 주택의 임대차 관련 사항을 정확하게 조사해야 하고, 직접조사가 어렵다면 A법인의 비용으로 전문임대차 조사기관에 동일한 조사를 위임하고 A법인이 제출할 감정평가서에는 그 내용은 생략할 수 있다. 그런데 A법인은 불명확한 정보를 기재해 은행에 손해를 입혔으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후,

"다만 은행도 대출금 산정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점, 감정평가결과 회신일을 촉박하게 지정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은행도 30%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위 판결은 쟁점은 두가지라 할 것입니다. 첫째는 부동산을 감정평가하면서 임대차 관련 사항에 대해 단순히 건물주로부터 들은 내용만 참고한 것이 은행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둘째는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감정평가법인이 책임질 손해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지 입니다.

첫 번째 논점과 관련하여 재판부는 임대차와 관련해 들은 내용만을 기재한 후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한 것은 감정평가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불명확한 정보를 기재해 은행에 손해를 입혔기에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번째 논점에 대하여 재판부는 은행도 대출금 산정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점, 감정평가결과 회신일을 촉박하게 지정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30%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의 경우 위와 같은 감정평가가 반드시 이루어 지는데, 이와 관련한 분쟁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 판결은 감정평가사의 주의의무의 기준과 의무위반시 책임지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한 하나의 판단 예를 제시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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