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어느 한 측면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는 음양(陰陽)론을 코로나19 상황에서 떠올려 본다. 세계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전염병은 세상에 ‘상부상조’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바이오기업들의 진단키트는 다른 나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희망의 다리처럼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계 117개국이 우리 정부에 진단키트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한국에 손을 내밀어 미국 정부차원에서 진단키트 75만개를 수입했다.

코로나19 확산에 가장 먼저 한국인 입국을 막았던 이스라엘을 비롯해 모로코 쿠웨이트 등의 국가들은 특별 전세기를 보내 한국산 진단키트를 수송해가는 작전을 펼쳤다. 영국은 재무장관이 한국산 진단키트 수출을 요청했고,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진단키트를 직접 구입해 고국 아일랜드에 기증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진단키트 수출소식은 사회적 격리조치가 지속되면서 우울했던 국민들에게 어깨를 우쭐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진단키트 물량요청이 쇄도하자 진단키트 생산업체의 일손이 부족한 상황을 빗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석사는 박스 접고 박사는 테이프 붙인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바이오기업들의 선제적인 개발착수에다 정부의 발 빠른 승인조치 등이 어우러져 한국산 진단키트는 다른 나라의 방역활동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어 자부심을 갖게 한다. 총선정국과 맞물려 진단키트 수출사실이 대서특필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일도 아니고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런데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것일까. 상부상조의 메시지가 국내에선 작동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19 방역에 한의학계도 나서고 있지만 가치 절하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서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그 분위기가 확연히 드러난다.

“충북의 모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19 확진자는 ‘한의 진료 전화상담센터’ 한의사와 자신의 증상을 상담한 뒤 ‘청폐배독산’ 3일분을 무료로 처방받아 복용하려 했지만 생활치료센터 의사의 반대로 복용하지 못했다. 생활치료센터의 한 의사는 전화상담센터로 전화해 “한약 제공을 취소하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9일부터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에서 한의사의 전화상담과 한약 무료처방 및 배송을 시작했다. 대구한의대 부속 대구한방병원 별관에는 전화상담센터도 마련했다. 한의대생들은 한약을 자가격리 중이던 환자들의 집 문 앞에 배달하기도 했는데 의사들 에게는 눈의 가시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한약을 복용했더니 코로나19 증상이 개선됐다는 입소문이 타면서 한약 처방건수는 지난달 10일 28건에서 31일 22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한의사협회는 확진자들의 전화 문의가 급증하자 31일부터 서울의 협회회관에도 전화상담센터를 추가 개설했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의 검체 채취와 진료 등의 과정에 한의사들의 참여방안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한발 더 나아가 “한의학계와 협업은 전혀 계획이 없다”며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유엔과 세계보건기구는 ‘협력과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선 한의(韓醫)와 양의(洋醫)의 협업반대 목소리는 세상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의료수준의 우열을 떠나 배려정신이 아쉬워 옹졸해 보일 정도다. 조화를 강조하는 음양론이 새삼 커 보이는 때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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