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황지현 청춘칼럼] 마침내 꽃샘추위도 가고, 봄의 인사말 봄비도 내린 4월. ‘벚꽃 엔딩’으로 이제는 일명 ‘봄의 황제’가 된 장범준. 사랑 노래가 전문인 그답게 그의 앨범은 특유의 이야기를 담은 사랑 노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꽃이 본격적으로 만발하기 시작한 4월의 첫 주말이었다. 말하는 것처럼 전해오는 풋풋하고도 절절한 사랑노래를 한가득 듣고 있으니, 저절로 마음이 간질거렸다.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곡은 ‘벚꽃 엔딩’이지만 그것 말고도 대학생들의 캠퍼스 사랑을 노래한 ‘꽃송이가’와 밤바다를 걸으며 애인에게 전화를 거는 ‘여수 밤바다’ 등, 장범준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사랑 노래는 많다. 그 넓은 스펙트럼 안에는 만남의 시작과 끝, 열렬했던 사랑의 순간들과 아픈 이별의 공간, 그리고 사랑하다 못해 익숙해지는 과정까지 다양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장범준의 노래는 그 자체로 ‘사랑’의 정의이기도 하다.

물론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서정적인 가사와 재치 있는 리듬, 때때로 전율을 주는 사랑 노래들은 이미 대한민국에 많다. 사랑 노래는 시대를 막론하며 전 세계적인 유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주요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탑 100’ 역시 전통적으로 대부분 사랑 노래가 차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범준은 독보적이다.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잘생긴 것도 아니며, 방송 출연 역시 뜸한데 여전히 그의 곡은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개인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역시 그 핵심은 장범준의 사랑 노래가 가진 공통적인 ‘순수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 이별, 즉 ‘안전 이별’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요즘이다. 이는 2015년 여성인권을 주장하는 인터넷 사이트 ‘메갈리아’의 출범 이후로 ‘연인들 사이의 일’로 법의 사각지대였던 데이트 폭력이 새로 부각되면서 생겨난 말이다. 헤어지겠다는 여자에게 염산을 뿌리거나, 혹은 폭력을 가하는 것이 잘못 된 일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사랑’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용인되었던 수많은 위해들이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더 이상 ‘사랑하니까’ 라는 말이 모든 일에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인식의 변화가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장범준의 사랑 노래에는 퇴색되기 전 사람들이 그리던 사랑이 담겨있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설렘에 벅차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던 마음부터, 좋아하기에 상대를 믿고 아끼며 상대의 모든 것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마음까지. 더불어 너무 오래 사귀어 처음의 설렘은 잃어버렸지만, 사랑함으로서 서로가 서로의 일부가 되어버렸던 애틋함 까지도. 장범준의 노래에서 사랑은 면죄부가 아니다. 사랑은 연인관계의 핵심이자 그 자체로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무엇으로 존재한다.

‘벚꽃 엔딩’은 3월만 되면 지겹도록 울려 퍼진다는 점에서 ‘벚꽃 좀비’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제는 지겹다는 사람들도 심심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벚꽃 엔딩’을 듣고 설렘에 벅차 사랑을 꿈꾼다. 장범준의 사랑은 꽃은 피울망정,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