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4차산업혁명은 일상과 보다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일부 회사, 공장과 같은 곳에서만 마주하던 첨단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장악하는 것이 4차산업혁명이 보여주는 새로운 단상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이제는 음식에도 기술이 더해진다. 말 그래도 푸드테크(Food-Tech)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범위가 모호한 푸드테크
푸드테크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을 합성한 것으로 4차산업혁명이 불러온 하나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푸드테크의 영역은 생각보다 꽤 광범위하다. 식재료와 관련된 기술만이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기술, 더 나아가 음식 배달기술과 관련된 영역까지 모두 푸드테크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범위는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일부에서는 음식의 원료가 되는 농업 생산력을 높이는 것까지 푸드테크로 보기도 한다.

그런 차원에서 푸드테크의 범위를 정확하게 규정짓거나 세부 분야로 나누는 것도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일지 모르겠다.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음식과 관련된 것이 기술과 연관되기만 하면 푸드테크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食’과 관련된 분야가 무궁무진한 만큼 푸드테크가 체계적으로 발전하려면 영역에 대한 세분화 작업 역시 필요한 것이다.

푸드테크, 왜 필요할까?
사실 우리는 이전까지 푸드테크 없이도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왔다. 푸드테크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음식을 먹는 데 불편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푸드테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전화를 직접 걸어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과자 공장에서 기계로 과자를 찍어내는 것, 집에서 믹서기로 과일 주스를 갈아 마시는 것, 이 모든 것들도 따지고 보자면 음식과 기술이 결합된 푸드테크일 테니 말이다. 그만큼 푸드테크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과거로부터 우리가 누렸던 음식 관련 기술들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일단은 4차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음식 관련 신기술만을 푸드테크로 규정한 후,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푸드테크라는 신기술 없이도 잘 먹고 잘 살아왔는데 왜 푸드테크의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대적 위기가 푸드테크를 소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직은 체감하지 못할 이야기일지 모르나 식량난에 대해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할 수만은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지금 이 시대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이상 기후가 지속되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동식물을 키우던 일들이 ‘일상적인 일’이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다. 한순간에 기상이변으로 한 해 농사가 의미 없어지기도 하고, 갑작스런 전염병으로 동식물들이 한꺼번에 죽어가고 있다. 특히 2019년 가을에 한국에 불어 닥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막대한 수의 돼지를 도살해야 하는 비극을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지구의 4분의 1이 가축을 키우는 땅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축들을 사육하기 위한 또 다른 식재료가 어마어마하게 투입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곳곳에서 물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가축들은 그런 호소를 무색케 한 듯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한다. 그밖에도 고기에 대한 인간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구상의 거대한 땅과 막대한 물이 고기로 쓰일 가축들에게 쓰이고 있다(대표적인 가축은 단연 소다).

식재료의 위기, 푸드테크가 가지고 있는 대안
그만큼 시대는 발전하고 밥을 굶는 것이 옛 이야기인 양 여겨져 오고 있지만, 우리는 식량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접어들고 있다. 바로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푸드테크다. 푸드테크의 다양한 영역 중에 식재료와 관련한 기술은 어쩌면 이 시대가 겪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일지도 모른다.

신개념 인공고기,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다
앞서 제시한 위기의식 때문에 생겨난 것이 바로 인공고기다. 인공고기는 그야말로 우리가 처음 접해보는 개념일 것이다. 아마도 음식 관련 기술하면, 음식을 만드는 기계와 관련된 기술 혹은 음식을 관리하고 배달하는 것과 관련된 기술 등을 먼저 떠올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고 경험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바로 푸드테크의 한 분야로 등장한 것이다.

물론 인공고기는 아직 우리가 경험하기에는 먼 곳에 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그 기술의 기본적인 원리는 ‘고기 세포를 배양하여 인공적으로 고기를 만드는 것’이며 여기에는 단연 줄기세포가 활용된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에게 이미 다가와 있는 것이 식물로 만든 고기다. 콩고기가 대표적인데 실제 육류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콩만을 가지고 고기의 식감과 맛을 느끼게 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직은 콩고기만 대중화 된 상태이지만(물론 소개만 되었을 뿐,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보다 다양한 식물성 원료가 고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어 갈지도 모른다.

푸드테크의 최종 목적지, ‘건강’
그렇다면 발전과정에 있는 푸드테크와 관련하여 우리가 당부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사실상 기술이란 것은 자본과 멀리 두고 생각할 수 없다. 특별하고도 독보적인 기술은 해당 기업의 밥줄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선순위가 전도되어 자본을 위해 음식 본연의 가치, 곧 건강을 도외시하는 문제가 생겨난다면 푸드테크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결국 푸드테크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냐’,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냐’를 선택하는 데에 달렸다. 아무리 푸드테크가 기계적이고 기술지향적이라 해도 그 모든 기술이 건강을 지향한다면 반드시 푸드테크는 발전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이라는 슬로건 뒤에서 이익을 챙기는 데에 급급하면 푸드테크의 미래는 불안정할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4차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든다고 해도 본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음식이 건강을 책임지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이를 위해 신선하고 청결한 음식이 우선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다는 사실은 4차산업혁명 시대가 찾아오고 푸드테크가 일반화되더라도 결코 변할 수 없는 가치로 남는 것이다.

▲ 박은혜 칼럼니스트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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