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에도 동서양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 유학생이 현지인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든 생각이다.

지난 17일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중국 유학생 4명이 마스크를 쓰고 외출했다가 기숙사 부근에서 현지 청소년들이 욕설을 퍼붓자 양측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 유학생 1명이 폭행당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1월 중국 유학생이 영국 셰필드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언어적·신체적 괴롭힘을 당했고 지난달에는 같은 이유로 중국인 여성이 미국 뉴욕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서양인들의 의식 속에는 “마스크를 쓸 정도로 증상이 있고 아픈 사람이 왜 돌아다니는가?”라는 생각이 담겨있다고 한다. 전염병을 옮기는 행위로 보고 인종차별적 행동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정작 동양인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의식이 강한데, 그야말로 동서양의 문화차이라고 볼 수 있다.

동서양의 문화차이는 인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근시(近視)가 유발될 확률이 높다. 게다가 생활환경도 차이를 보이면서 안경착용 비율도 높은 편이다. 동양에서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많이 시키고 최근에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어린이들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근시가 많이 생긴다. 반면 서양에서는 야외활동을 많이 시킨다. 햇볕을 많이 쬐게 하고 운동을 많이 하면서 서양사람들은 근시가 많지 않다는 게 이미 학술적으로 밝혀진 이야기다.

산후풍도 동서양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양에서는 출산 후에 곧바로 샤워도 하고 외출에 나설 정도로 활동적이다. 반면 우리는 산후풍을 걱정해야 한다. 출산 또는 유산 후 몸이 이전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찬 기운과 바람기운이 여성의 피부 근육 관절 골격까지 침범해 저리고 시리고 콕콕 찌르는 듯 한 통증을 말한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도 산후풍의 최대 적으로 찬바람을 꼽았다. 서양에는 따뜻한 바람만 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농경민족이어서 일정한 곳에 정착한 후 구들장 위에서 살아왔다. 반면 유목민족들은 애를 낳으면 씻고 바로 이동했던 환경이어서 우리와는 한참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동서양 차이도 존재하지만 더욱 뚜렷한 건 개인차이로 봐야 할 것 같다. 한의학에서 개인의 체질에 맞는 치료를 행하는 전통을 이어오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바로 사상의학(四象醫學) 분야이다.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 즉 소음인(少陰人), 소양인(少陽人), 태음인(太陰人), 태양인(太陽人)으로 나눠 그에 맞는 한의학적 치료를 행하는 전통의학이다.

조선 말기 유학자이자 의학자인 이제마(李濟馬)가 <동의수세보원>에서 사상의학을 처음 소개했다. 사람의 네 가지 체질은 체형, 성격, 증상 등에 의해 구분되며 같은 증상을 보이더라도 체질에 따라 약물과 치료법을 달리 써야 효과적이라고 했다. 예컨대 같은 감기에 걸렸더라도 사람마다 원인과 증상에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면역력 효과를 앞세워 인기리에 판매된다는 홍삼제품도 사상의학 관점에서 보면 몸에 안 맞는 체질이 있다. 몸에 열이 많은 태음인이나 소양인에게는 피해야 하는 약재로 꼽힌다. 엄중하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자신을 들여다보는 지혜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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