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바키아 기업 에어로모빌에서 개발한 플라잉카(사진출처=에어로모빌)

[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새처럼 날고 싶다는 소망에서 비롯된 라이트 형제의 꿈. 그 창의력과 상상력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는커녕 비아냥거렸다. 꿈도 꿈 나름인데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니 조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 시작된 그들의 발명은 오늘날의 비행기가 존재하는 데 있어 초석을 마련했다.” 아마도 이런 스토리는 라이트 형제를 주제로 한 위인전 앞부분에 빠지지 않고 실리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그 시절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하늘을 나는 꿈’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해 보곤 할 것이다. ‘아마 나였어도 라이트 형제를 비웃었겠지.’라는 생각을 덧붙이면서. 솔직히 누구라도 그 시절에 살았더라면 라이트 형제를 비웃는 게 당연하지 않았을까. 그만큼 하늘을 나는 꿈은 말도 안 되는 꿈이자, 꿈으로 치기에도 허무맹랑한 상상에 불과했다.

그리고 11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시절 사람들이 라이트 형제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재생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름 하여 ‘플라잉 카’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다양한 생각들이 어쩌면 116여 년(본격적으로 발명을 시작한 시기로 따지면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전에 가지고 있던 그들의 생각과 흡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라이트 형제가 116년 전 처음으로 성공시켰던 동력 비행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비행기 개발에 이르기까지, ‘비행’이라는 것의 성공을 눈으로 지켜보았기에 플라잉 카의 실현 여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은 않는다. 믿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라는 데에는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가 도로를 다니듯 플라잉 카가 하늘을 활보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끊어낸다는 것은 도무지 쉽지가 않다.

정책적으로는 플라잉 카의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플라잉 카와 관련하여 괄목할만한 성과를 드러내지 못했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면서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자율주행·전기자동차를 시작으로 플라잉 카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던 그때, 사실상 한국은 조금 뒤쳐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은 이전부터 플라잉 카 상용제품을 출시하고 예약 판매에 돌입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제도적인 면에서도 지지부진 했던 것이다. 심지어 ‘드론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부분까지 아직 발전시키지 못했는데 플라잉 카는 웬 말이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마디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플라잉 카가 도입되기는 하겠지만 상용화가 되려면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들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사이 한국은 바뀌었다. 이제는 기술은 물론 제도적으로도 플라잉 카를 비롯한 미래형 자동차에 대해 본격적인 대비와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달, 정부는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에 필수적인 통신, 정밀지도, 교통관제 도로 등 4대 인프라를 전국 주요 도로에 완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보다 구체화된 청사진을 제시했다.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7년으로 3년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2027년에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자동차가 움직이는 시대가 올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플라잉 카에 대한 계획도 덧붙였다. 정부는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비전 선포식’에서 2025년까지 플라잉카를 실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만큼 정부도 미래 사회의 경쟁력을 위해 본격적인 제도적, 정책적 지원에 나설 것을 공표한 셈이다.

5년 뒤, 플라잉 카의 상용화를 앞두고
여기서 잠시 플라잉 카가 어떤 것인지를 정리해 보자. 이름 자체에 본연의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를 하자면, 플라잉 카는 ‘하늘을 나는 개인형 이동수단’(PAV·Personal Air Vehicle)으로 정의되곤 한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개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플라잉 카에도 바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되는데,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것은 물론 간단한 조작으로 보다 쉽게 운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출퇴근길처럼 도로가 막힐 경우, 공중으로 차량을 띄워 도로 위를 날아갈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실 플라잉 카는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실현이 가능하고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꾸준히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할 정도면 이미 기술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시기적으로도 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혹자는 5년이라는 시간 안에 어떻게 그런 변화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몇 년 사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며 영상통화를 하고, 몇 년 사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손바닥 안에서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을 한 것을 보면 시간적인 문제는 사실상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5년 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한국형 플라잉 카가 출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플라잉 카의 상용화와 관련하여 우려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수용성’이다. 플라잉 카의 첫 번째 취지는 복잡한 도로환경으로 교통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늘을 가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하늘에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지상에서의 교통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플라잉 카에 담긴 특별한 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플라잉 카가 실현되고 상용화되었을 때 하늘에서의 교통정리는 또 다른 문제로 다가온다. 아무리 면적에 있어서 지상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일부 ‘꼭 필요한 경우(가령, 촉각을 다투는 구급차)’에만 플라잉 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기에 실현단계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곧 어느 정도까지 플라잉 카를 탈 수 있도록 허락할 것인지가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교통 체증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공간이 또 다른 교통체증을 낳는 공간으로 변해버릴 수가 있다. 하늘은 장애물이 없이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도로처럼 길이 그려져 있지 않은 만큼 수많은 차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다는 것은 또 다른 안전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술개발 면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상용화에 있어서는 여전히 많은 고민이 해결되어야 한다. 결국 하늘의 나는 꿈이 모두의 꿈, 다수의 꿈으로 실현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희망적인 것은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 기술이 ‘자동차로 하늘을 활보하는 꿈’을 앞당겨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플라잉 카의 상용화 시기는 아직 단정 짓기 어렵더라도, 정말로 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플라잉 카의 부분적 활용이 현실화된다면 그마저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 이 플라잉 카를 통해 위급한 환자가 몇 명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플라잉 카는 위대한 가치를 가짐과 동시에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기술개발까지 해낼 정도라면 체계적인 운행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 박은혜 칼럼니스트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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