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흥행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를 손꼽으라면 단연 ‘어벤져스’ 시리즈일 것이다. 특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 절정이었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억지 건국신화를 창조하려 안간힘을 쓴 미국인에게 마블은 그리스신화의 훌륭한 대안이자 대항마였던 것.

‘토르’는 북유럽 신화를 대놓고 빌렸고, 타노스는 그리스신화의 타나토스(죽음의 신)를 살짝 바꿨다. 아이언맨으로 미국의 자본주의를 뽐내고, 발전된 과학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것마저도 헐크로 합리화한다. 블랙위도우로 러시아를 비웃고, 호크아이로 미국 남자는 모두 가정적인 영웅이라고 자랑한다.

영화가 예술로 인정받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신화, 역사, 철학, 종교를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꿈의 공장’인 영화나 종교가 주장하는 신과 사후세계는 존재할까? 신화와 영화의 판타지는 어디까지 믿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 국가엔 건국신화가 있고, 민족의 전설로 전승되는 각종 신화도 많다.

종교에는 잡신이나 귀신을 섬기는 미신도 있고, 힌두교처럼 범신론적인 종교도 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는 유일신 하느님을 모시는 형제다. 과연 신은 존재할까? 데카르트의 이원론처럼 우리는 영혼과 육체로 이뤄진 존재자일까? 플라톤이나 기독교처럼 영혼은 멸절하지 않고 사후세계로 갈까?

▲ '저스티스 리그'

인류가 지성을 갖기 이전부터의 논제다. 종교가와 달리 철학자나 과학자는 신이 있다면 결코 사람 같은 형상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종교와 신화는 신이 자신을 본떠서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다윈이 그게 틀렸음을 이미 증명했다. 신을 생각하기 전에 사람과 개미를 대입해보면 의외로 답은 쉽다.

개미는 사람의 존재를 모른다. 사람의 전체를 한눈에 볼 수도 없다. 다만 사람이 개미집을 무너뜨릴 때 그들은 전지전능의 힘을 지닌 무서운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신이 있다면 그런 존재가 아닐까? 많은 철학자들은 자연법, 자연주의 등을 외쳤다. 코스모스 자체가 신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인류는 왜 신을 창조했을까? 인류는 처음엔 모계 가족을 위주로 한 씨족사회를 이루고 살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욕심이 끝이 없으며, 포식동물에 비해 힘이 약하다. 이 3가지 이유로 사람은 집단의 규모를 늘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약탈과 정복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물리력이 강한 남자에게 리더십이 넘어가 부계사회로 바뀌게 됐고, 지도자는 자신의 전투력의 한계를 극복해 존재감에 대한 집단의 믿음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기에 신화와 종교를 만들어 스스로 신격화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왕들이 자신이 태양신 라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권력과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그 밀접함은 더했다. 권력자는 신을 창조하고 그 대리인임을 주장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예수나 부처 같은 예외도 있지만 중세와 종교개혁과 현대의 그들의 후예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천국과 지옥은 기독교 이전의 메소포타미아에도 이집트에도 있었다. 마르두크가 천지를 창조했고, 아누비스의 저울이 천국행과 지옥행을 결정했다. 그렇게 나일강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신을 공유했고, 신들은 그리스를 거쳐 로마로 흘러들어갔다. 그렇다면 외계인에 대한 답도 의외로 쉬워진다.

‘화성침공’이나 ‘에일리언’ 등 수많은 SF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형상과 능력은 전부 창작력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는 게 신상에 편하다. 우리는 살아생전에 지구는커녕 제 나라도 구석구석 다 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지구는 항성인 태양 주변을 도는 8개의 행성 중 하나일 뿐이다.

지구에는 달이란 위성이 있다. 하나의 은하 안에는 태양 같은 별이 무려 1000억 개나 된다. 은하계 하나 속의 행성과 위성까지 합치면 최소한 그것의 10배가 넘는 수치가 나온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그런 은하가 우주에 무려 1000억 개나 존재한다는 과학이다. 외계 생명체가 있을 강력한 근거다.

▲ '저스티스 리그'

지구 같은 환경의 행성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고, 그렇다면 지구의 생명체와 유사한 형상과 생활 습성을 가진 유기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행성이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어디서든 진화론의 마술이 펼쳐져 지구의 생물과 생존방식과 형상이 사뭇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외계인을 못 봤을까? 최소한 태양계 안에서는 지구 외엔 생명체가 없거나 있더라도 우리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형체일 것이다. 아니면 먼 옛날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지닌 타 은하계의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지만 수고와 위험을 무릅쓰고 재차 방문할 이유를 못 찾았거나.

영혼은 뭔가? 정신과 뭐가 다른 걸까? 데카르트의 주장대로 정신이 육체보다 더 우월한가? 육체는 정신이 움직이는 걸까? 프로타고라스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주장한 이래 인류는 사람들만 생각을 할 줄 알지 동물들은 그저 본능적으로만 움직인다고 착각을 하는 오만과 편견에 빠져 있다.

NGC 다큐멘터리에 아프리카의 사자가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 누를 보살피는 장면이 나온다. 지혜의 수준이 문제일 뿐 모든 동물은 생각을 한다. 나무도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한다. 영혼이나 정신은 육체가 형성되면서 육체의 일부분 즉 뇌 안에 뿌리가 내려져 육체와 함께 성장하는 게 아닐까?

▲ '아이언맨 3'

죽은 뒤 다른 생물로 환생한다는 윤회설을 주장한 피타고라스, 육체가 생기기 이전에 이미 본래적 존재라는 영혼이 있었고, 그게 현존재와 만났는데 현존재가 죽음으로써 본래적 존재와 같은 도래적 존재가 현존재를 대처할 것이라 우겼던 하이데거가 의심스럽다. 왜 제사를 통해 죽은 영혼을 부를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자신도 언젠가는(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죽을 것을 알기에 불안을 떨치고자 사후세계를 창조한 선조들의 종교나 주장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미국의 현대적 지성 셸리 케이건에 따르면 영혼도 사후세계도 없다. 그러니 그에게 귀신이나 정령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인류가 지구의 생물 중 특별하고 문화가 동물에 비해 매우 고등한 건 맞다. 그런데 문화에는 과장과 거짓도 들어있다. 그게 진실이냐 거짓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창의력조차도 자신에게 맞게 이입해 짧은 생애를 길게 즐기면 그뿐이다. ‘어벤져스’가 허황된 얘기인 줄 알면서도 열광하는 이유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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