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저는 상담을 하며 종종 “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요?” 또는 “저 사람의 성격을 고칠 수는 없을 거니까, 차라리 일찍 헤어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마치 좋은 성격 또는 나쁜 성격이 구분되는 것처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격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만 어느 특정한 상황에 어울리거나 그렇지 못한 성격적 특성이 있을 뿐입니다.

또한 ‘사람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이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살아가면서 상황의 필요 또는 본인의 노력에 의해서 성격이 달라졌다는 사람들도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성격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다양한 측면들이 포함됩니다. 쉽게 말하면 성격에는 기본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성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이후에 살아가면서 채택된 생존방식과 태도도 그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성격의 태생적 요소는 대표적으로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반응, 그리고 타인에게 보이는 내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가치관을 받아들이며,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필요 이상으로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하고, 동시에 타인에게 불필요한 영향을 끼치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성격에 대한 우리의 판단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이러한 태생적 요소보다는 그 태도의 측면, 즉 ‘적극성’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사람은 외향적으로, 소극적인 사람은 내향적으로 자칫 오인하곤 합니다. 사실, 이런 오해는 남자는 적극적이고 여자는 소극적이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것과 상관없이 각각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만약 외향적인 사람이 지나치게 적극적이면 타인에게 잘 맞추는 외향성 특유의 장점을 넘어서서 마치 타인을 지배하려는 태도로 변질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외향적이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이면 타인의 기준에 맞추는 데 급급하여 줏대가 없거나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이 지나치게 적극적이면 타인과의 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독야청청하거나 독불장군 같은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또 지나치게 소극적인 내향적 인물은 혼자만의 상상 세계나 취미 활동에 빠져서 현실적인 관계에서 단절된 채로 지낼 위험이 있습니다.

사회적 인정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대 생활에서는 내향적인 성격보다는 외향적인 성격이 유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때때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점검하는 ‘내향의 시간’이 필요하고, 내향적인 사람도 타인의 느낌과 기대를 미루어 헤아리고 배려 ‘외향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처럼 성격이란 이런 여러 요소들이 포함된 것이어서, 소위 ‘좋은 성격’이라는 것은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에 따른 평가일 뿐입니다. 또 과연 여러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이런 요소들이 얼마나 잘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를 포함한 자신의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격에 포함되는 여러 요소들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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