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음식이 복사기에 들어가는 허무맹랑한 일을 현실로 바꾸다
“여우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에디가 새로운 기계를 발명했다며 뽀로로 마을의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놓는다. 마침 남은 샌드위치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던 친구들은 하나 남은 샌드위치를 기계 안에 넣었고, 그 기계가 작동하자 샌드위치는 두 개로 변한다.” 유아들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뽀로로 시리즈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다. 아마도 이 장면을 보는 유아들은 ‘저런 기계가 우리 집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무의식중에라도 가질지 모르지만 그 유아의 부모들은 개연성 없고 말도 되지 않은 스토리에 코웃음을 칠 것이다.

하지만 코웃음 칠 정도로 허무맹랑한 일이 어느 새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2016년, 네덜란드 바이 플로우(ByFlow)라는 회사는 3D 프린터로 음식을 만드는 일을 시도하여 화제를 불러보았다. 참고로 본래 이 회사는 휴대용 3D 프린터를 생산하는 회사였으나 최고 기술 책임자인 플로리스 호프가 산업제품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음식을 복사하는’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시도는 각고의 노력 끝에 3D 프린팅 팝업 레스토랑이 탄생시키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후 2016년 4월, 벤로(네델란드)에서 열린 3D 푸드 콘퍼런스에서 3D 프린터로 출력한 음식을 처음 선보이게 되었고(5자기 코스) 런던에서 개최된 푸드 잉크 팝업 레스토랑 행사에서는 3일에 걸쳐 총 세 번의 ‘복사된 음식’으로 구성된 식사가 제공되었다.

한편 당시 3D 프린터를 이용한 푸드 잉크 팝업 레스토랑에서는 음식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구들까지도 3D로 프린트하여 제공하여 주목을 받았다. 물론 가구뿐만이 아니라, 그릇, 나이프, 포크 등도 3D 프린터로 출력되었다. 그야말로 3D 프린터의 기술이 각 분야에서 가능해지고 있음을 한 번에 보여주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현되기 시작한 푸드 3D프린팅

이후로도 3D프린터로 음식이 만들어지는 일을 현실화시키는 사례가 이어졌다. 일본의 한 IT 기업에서는 픽셀푸드프린터를 개발하였고 2018년 미국의 한 페스티벌에서 3D프린팅으로 탄생된 초밥을 선사하여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기술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 (주)요리로(대표 김현우)는 2016년부터 스크루 타입의 3D 푸드 프린터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3D 푸드 프린터 ‘YORI’를 선보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3D푸드 프린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YORI는 식품 원료를 분자 수준까지 분석하기 때문에 식품의 내부 구조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로써 맛과 질, 모양, 텍스트가 동일한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푸드 3D 프린팅의 원리에 대하여
아마도 푸드 3D 프린팅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것일 것이다. 공장에서 동일한 식품이 생산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과연 영화, 만화에서만 가능하던 것이 어떻게 실제가 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만큼프린팅 된 음식에 대한 맛보다 그 과정에 대한 궁금증에 이목이 쏠릴 것이다.

3D 푸드 프린터에 대한 원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3D 푸드 프린터는 식재료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출력이 되는데, 사전에 요리 방법을 3D 푸드 프린터에 입력하게 되면 프린터는 지시에 따라 식재료를 쌓게 된다. 그리고 그 레시피에 따라 동일한 음식이 탄생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기본적인 방법 외에도 추가적인 가공이 더해진 프린팅 방식이 제시되기도 한다. 가령, 층별로 재료를 쌓는 과정에서 특정 재료가 굳어야 하는 상황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레이저를 이용하여 응고 과정을 더하는 시스템이 결합되기도 한다. 혹은 재료의 특성에 따라 온도 변화를 달리 적용하는 방법, 파우더를 통해 특정 재료만을 굳히는 방법 등도 더해지기도 한다.

푸드 3D 프린팅의 미래 가치

원리를 대략적으로 설명했지만 사실상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푸드 3D프린팅 개발의 현실이기도 하다.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에서도 3D프린팅 기술을 성사시킨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개발이 복잡한 대신, 완성단계와 상용화단계에 이르면 기존의 식품 생산 코스와는 차원이 다른 간편함을 맛보게 된다. 사실상 기본의 식품 생산 방식은 ‘특정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특정 생산 라인이 요구되는’ 방식이었다. 즉, A라는 초코 과자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 과자만을 위한 생산라인이 따로 필요하며, 이 라인에서는 또 다른 유형의 감자과자 B가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푸드 3D프린팅의 경우에는 난해하기만 했던 연구개발단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생산 단계에서의 간편함을 자랑한다. 특정 제품을 위한 단일한 생산 라인이 요구되는 것이 아닌, 단일한 생산 라인으로 많은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공정에 의해 생산되는 식품에 비해 과정이 축소되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프린터에서 무한한 종류의 음식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종류의 음식을 출력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만큼 연구개발단계에서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은 막대하지만 실제 생산과정에서는 보다 적은 비용을 들이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경우, 식품을 먹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나가는 말

음식 복사기의 등장, 이것은 신기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자리 위협에 대한 부담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여느 영역에서나 그러하듯, 4차 산업혁명은 이 부분에서 꼬리표를 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기술이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를 수반한다면, 그에 뒤따르는 경제적인 효과는 선순환 되어 우리에게 또 다른 차원의 유익을 안겨줄 수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일자리에서 얻는 수익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물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푸드 프린팅만이 아닌, 다양한 4차산업혁명의 산물이 안고 있는 숙제이자 가능성이기도 하다. 결국 다양한 4차 산업혁명이 내놓는 산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내놓으라고 위협하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영역에서의 혜택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그 산물을 이용하면서 누리는 편리함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차원에서의 유익 역시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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