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보는 것이 믿는 것(To see is to believe)이란 속담은 비과학적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이 계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 색깔만 해도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가지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남색을 제외한 여섯 가지 색깔이고 멕시코 원주민인 마야 인은 검은색 하얀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다섯 가지로 보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두세 가지 색깔로 통했다고 한다.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과학혁명의 완성자로 불리는 아이작 뉴턴(1642~1727년)은 무지개의 색깔을 일곱 가지로 처음 정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던 가느다란 빛줄기를 프리즘에 통과시켰더니 그 빛이 여러 가지 색깔로 나누어진 것을 보고서다.

훨씬 이후 무지개 색깔 중 빨간색 너머에 있는 적외선, 보라색 너머의 자외선도 발견한다. 그래서 구분할 수 있는 무지개색깔은 무려 134~207가지라고 하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게 훨씬 많은 셈이다.

존재는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기로는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전자현미경을 통해 봤더니 왕관 모양이어서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corona)'에서 파생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직경은 80~20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이니 눈에는 보이지 앉지만 이번에 존재감을 확실히 알았다. 안 보여도 믿는 정도가 아니가, 미생물의 존재를 확실히 실감하고 있다.

미생물은 우리 몸속에도 존재한다. 우리 몸속에 세포가 10조 개인데, 미생물 세포 수는 그 10배인 100조개에 달한다. 그래서 우리 몸의 진짜 주인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음식물 소화, 면역반응, 심지어 행동을 결정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게 미생물이기 때문이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많은 미생물들이 인체에서 공존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몸은 하나의 거대한 우주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건강은 몸속 생태계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한의학에는 군신좌사(君臣佐使)라는 처방법이 있다. 옛날 정치제도에 견주어 약을 처방한 데서 생긴 방법이다. 나라를 다스리듯이(治國)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治國) 것이다. 나라에 임금 신하 말달관리가 있듯이 약 처방에도 임금과 신하 개념을 도입했다.

임금에 비유되는 ‘군’은 가장 주된 약효를 제공하는 약이다. ‘군’의 약효는 신하에 비유되는 ‘신좌사’에 의해 극대화된다. ‘신’은 군약의 효력을 보조하고 강화해줘 임금의 책사(策士)같은존재다. ‘좌’는 군약의 독성 완화와 수반 증상을 해소해주는 신하무리다. ‘사’는 처방의 작용 부위를 질병 부위로 인도하고 여러 한약을 중화하는 말단신하 역할이다.

군신좌사는 약 처방 뿐만 아니라 밥상에도 적용된다. 밥이 임금(君藥)이라며 따뜻한 국물은 신하(臣藥), 반찬은 관리(佐藥, 使藥)로 볼 수 있다.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뜻이니 남다른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군신좌사의 더 큰 지혜는 우리 몸 속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간사에 비유해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보여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이 더 과학적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됐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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